금리 내릴 징후에 채권시장 들썩, 미 국채 ETF에 투자금 몰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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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8호 05면

2024 경제

지난달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달 대비 0.626%p 급락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달 대비 0.626%p 급락했다. [연합뉴스]

기준금리 정점론이 확산하면서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같은 채권시장으로 몰리는 등 금융 투자시장이 가장 먼저 반응하고 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는 반대로 움직이는데, 현재 채권 금리가 최고점(채권 가격 저점)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면 채권 가격이 올라(채권 금리 하락)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11월까지 34조5941억원에 달하는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 중 지난달에만 약 3조4216억원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월간 매수액으로는 4월 이후 최대다. 통상 연말에는 채권 투자가 줄어들었지만, 올해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주식형 펀드에서 채권형 펀드로의 자금 이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채권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최근 3개월간 2조5560억원 증가해 주식형(2조1980억원) 설정액을 3000억가량 앞질렀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예상되면서 12월 한 달간 순매수 규모가 2조원 밑으로 내려갔으나 금투세 도입이 유예된 만큼 연말 수요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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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투자자들 자금이 쏠린 곳은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일 기준 최근 3개월간 ETF 설정액(42조5839억원) 중 약 76%(32조9141억원)가 채권형 ETF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보다 미국 연준이 먼저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에 20년 이상의 장기 미국 국채 ETF에 돈이 몰렸다. 최근 한 달간 순매수 1위를 기록한 채권형 ETF는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로 약 422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매수세는 국채와 회사채가 동시에 견인하고 있다. 올해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종류별 순매수 현황을 살펴보면 국채가 10조9078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회사채가 9조6766억원, 여전채(기타금융채) 8조216억원 순이다. 개별 종목에서도 초장기물인 장기 국채에 대한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채권은 잔존만기가 길수록 가격 변동이 크기 때문이다. 초장기물일수록 금리가 내려갈 때 더 많은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투자자 채권 순매수 상위 종목 1위는 30년 만기 국채(1414억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투자금을 적절히 분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본지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1.7%가 내후년에야 물가상승률이 2% 이하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가 안 내리면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고, 채권 가격도 하락(채권 금리 상승)할 수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물가를 고려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는 내년 상반기 내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금리 하락에 추격 매수로 대응하기보다는 비중을 줄이되 금리가 반등했을 때 재차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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