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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꿈꾼 47년생…네 갈래 다른 인생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68호 22면

4 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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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 지음
김현우 옮김
열린책들

지난 10년간 국내에선 폴 오스터의 신간 소설을 만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서도 2010년 『선셋 파크』(한국어 번역판은 2013년 출간) 이후 한동안 그의 새 소설이 나오지 않았다. 1984년 첫 소설 『스퀴즈 플레이』를 발표한 이래 2000년대까지 한두 해 건너 신작을 내놓던 작가의 노쇠 탓인가 싶어 쓸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간간이 나온 그의 에세이집이나 서간집 등으로 마음을 달랬다. 1947년생인 그는 올해 76세다.

『선셋 파크』 이후 7년 만인 2017년 오스터가 미국에서 새 소설을 발표했다. 바로 이 책 『4 3 2 1』이다. 국내에는 언제쯤 번역돼 나올까. 팬층이 제법 두꺼운 만큼, 목 빠질 뻔한 팬도 있었다면 엄살일까. 결국 6년이 더 걸렸다. 그만한 시간이 필요했던 게, 혹시 분량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한국어판은 두 권짜리 하드커버와 한정판인 네 권짜리 소프트커버, 두 가지 판형으로 나왔다. 하드커버 기준으로 1권 808쪽, 2권 744쪽. 모두 1552쪽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오스터처럼 폴란드계 유대인 이민자 집안에서 1947년 태어난 아치 퍼거슨이란 남자다. 할아버지의 미국 이민 장면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퍼거슨의 출생을 전후로 해서 네 가지 길로 갈린다. 일종의 ‘평행 우주’다. 네 가지 길은 퍼거슨이 자라면서 각각 7단계로 나뉜다. 요컨대 주인공의 운명은 네 가지 길에 따라서 제각각이지만, 길마다 일곱 개의 단계가 서로 맞물린다. 기본적으로 퍼거슨은 작가를 꿈꾸지만, 어느 길을 따라갔는지에 따라 그가 도착한 곳은 전혀 다르다. 오스터가 실제로 갔던 길과 가지 못했던 또는 가지 않았던 길이 섞여 있다.

오스터는 『4 3 2 1』을 개인 이야기로만 읽히게 놔두지 않았다. 주인공이 지나는 길목마다 반전·인종·젠더·반공 등 1950~60년대 미국 사회가 마주친 다양한 문제를 점점이 박아 넣었다. 사소설의 외관을 한 일종의 대하소설처럼 읽히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오래전 출간된 한국 소설가 겸 번역가 고(故) 이윤기의 『하늘의 문』과 소설가 이문열의 『변경』을 떠올리게 한다. 두 사람이 오스터와 비슷한 연배(이윤기 1947년생, 이문열 1948년생)인 건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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