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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 주범' 찍힌 개최국, 화석연료 옹호한 의장…흔들리는 기후총회

중앙일보

입력

오는 12일까지 진행되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개최국 아랍에미리트(UAE)의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총회 의장을 맡은 UAE 장관이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발언해 자격 시비에 휩싸였다. 또한 UAE가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이 세계 평균보다 몇 배나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게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COP28 회의 개막식에서 아랍에미리트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자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 CEO인 술탄 알 자베르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COP28 회의 개막식에서 아랍에미리트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자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 CEO인 술탄 알 자베르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술탄 알 자베르 COP28 의장은 지난달 21일 메리 로빈슨 전 유엔 기후변화 특사와의 화상회의에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대해 “과학적 근거나 시나리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화석연료 퇴출은 지구 표면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대비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조치 가운데 하나다.

알 자베르 의장은 UAE 첨단산업기술부 장관이자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ADNOC) 최고경영자(CEO)다. 지난해 기준 이 회사의 하루 석유 생산량은 약 350만 배럴에 달한다.

술탄 알 자베르가 2023 유엔 기후변화회의(COP28) 기자회견에서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술탄 알 자베르가 2023 유엔 기후변화회의(COP28) 기자회견에서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발언 당시 로빈슨 전 특사는 알 자베르 의장에게 “당신은 이 문제에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위치”라며 “석유·가스 분야에 더 투자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알 자베르 의장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화석연료가 없어지면 지속 가능한 발전 로드맵이 있나”고 반문했다. 그는 “화석연료 퇴출은 전 세계를 동굴 속으로 되돌려 놓는 행위(back into caves)”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기후총회 의장이 화석연료 사용을 옹호했다는 사실에 각계에선 비난이 쏟아졌다. 데이비드 킹 기후위기자문단(CCAG) 단장은 “COP28 의장의 발언을 들으니 매우 놀랍다”고 지적했다. 빌 헤어 기후분석 CEO는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는 표현은 기후 대응에 반대할 때 쓰는 오래된 비유”라며 “이 발언은 ‘기후 대응 거부’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기후정상회의(COP28)에서 사람들이 화석연료 반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기후정상회의(COP28)에서 사람들이 화석연료 반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환경운동가인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들어 개최국 UAE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3일(현지시간) “지난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1.5% 증가했지만 UAE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같은 기간 7.5%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는 환경단체 ‘클라이밋 트레이스(기후추적)’가 300개의 인공위성을 활용해 전 세계 약 3억 5200개 산업 현장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고어 전 부통령은 알 자베르가 수장인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ADNOC) 소유 파이프라인에서 온실가스인 메탄이 유출되는 지점을 표시한 지도를 공개하면서 “ADNOC는 여전히 석유와 가스 운송 과정에서 메탄 등이 배출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우주에서 배출량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ADNOC는 이에 대해 아직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기후정상회의(COP28)에서 기후 운동가들이 화석연료 배출국들에 손실 및 피해 기금에 더 많은 기여와 조치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기후정상회의(COP28)에서 기후 운동가들이 화석연료 배출국들에 손실 및 피해 기금에 더 많은 기여와 조치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UAE 두바이에서 지난달 30일 개막한 COP28은 오는 12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약 200개의 참가국은 화석 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총회 최종 합의문에 담을지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을 포함해 아프리카·유럽 등 100개국은 화석 연료 감축을 지지하지만,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중국 등은 이러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이날 두바이에서 블룸버그TV와 한 인터뷰에서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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