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 평양 동시방문 희박”/노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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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6·25,KAL사건 유감” 소 외무
【레닌그라드=이규진 특파원】 노태우 대통령은 16일 오전 8시(한국시간 오후 4시) 레닌그라드 영빈관에서 소련방문을 결산하는 우리측 수행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남북한의 군사력이 상호 균형되게 하기 위해 지금까지 지원해주었던 나라들이 군비축소 문제에도 관여해 합동으로 확인하는 장치를 만드는 등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에게 설명했고 그도 전적으로 동감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문제와 관련,『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빠른 시일 안에 서울에 가겠다고 했다』고 말하고 『동맹국인 북한을 의식하는 것 같았으나 북한의 끈질긴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와 정상회담을 가졌고 동북아의 평화와 소련의 국익을 위해 무엇이 더 도움이 될 것인가를 판단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평양 동시방문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는 점을 강력히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15일 모스크바의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임수경양 석방문제에 대해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개과천선하는 정도를 봐가며 머지않아 온정을 베풀 뜻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으나 이날 간담회에서 『석방을 검토한 적이 없으며 법을 어긴 사람이 반성하고 개과천선한다면 용서를 고려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일 뿐이라는 점에서 한 말이니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설명했다.
한편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은 15일 오전(한국시간 15일 오후) 최호중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6·25동란은 당시 집권층에 의해 이뤄진 것이며 KAL기 격추사건은 자위권의 발동이란 측면도 있으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됐다는 점에서 유감이며 가슴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소련정부가 이처럼 6·25와 KAL기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은 『6·25동란은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 2차대전 직후 냉전의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나 다시는 이같은 상황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15일 오후 5시25분(한국시간 15일 오후 11시25분) 레닌그라드에 도착,키로프극장에서 키로프발레단의 공연을 관람했고 16일 낮 소브차크 레닌그라드시장이 영빈관에서 주최한 오찬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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