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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김건희'에겐 인권도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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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민우 기자 중앙일보 정치부장
최민우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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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를 이유로 ‘김건희 특검’이 민주당에서 스멀스멀 나온 건 지난해 여름부터였다. 초선 강경그룹 ‘처럼회’가 앞장섰다. 당초 지도부는 ‘역풍 맞을 수 있다. 특검은 무리’ 기류였다.

그럴만 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수사는 2020년 4월 당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고발로 촉발됐다. 미운털이 박힌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사선상에서 배제한 채 ‘친문’ 이성윤-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하고 중앙지검 형사6부와 반부패수사2부가 동원돼 1년 반가량 김건희 여사 주변을 샅샅이 털었다. 그래도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2021년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을 기소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91명 투자자 중 한 명인 김 여사는 사실상 무혐의였다. 하지만 당시 친문 검찰 지휘부는 이마저 뭉개면서 ‘혐의가 없는데 수사를 종결하지 않는’ 어정쩡한 상황을 이어갔다. 그런 저간의 사정을 민주당도 뻔히 아는데 특검이라니. '오버'였다.

'친문 검찰'이 1년 넘게 파헤치고도
김건희 주가 조작 혐의 못 밝혀내
총선 목적의 특검은 국가적 낭비

김건희 여사가 9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61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에서 소방견을 쓰다듬어 주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9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61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에서 소방견을 쓰다듬어 주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변수였다. 지난해 9월 검찰이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이재명 대표 출석을 통보하자 민주당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 곧바로 김건희 특검법을 169명 의원 전원의 서명을 받아 당론으로 발의했다. 이에 여당도 국회 법사위(위원장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에서 버텼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4월 정의당 등과 손잡고 김건희 특검과 ‘50억 클럽’ 특검을 묶은 ‘쌍특검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웠다. 김건희 특검이 방탄용에서 총선용 재료로 전환하는 순간이었다. 이 경우 소관 상임위(최대 180일)와 본회의 숙려 기간(최대 60일) 등 대략 8개월이 걸리는데, 연말쯤 특검 이슈를 띄워 가뜩이나 세간에 부정적인 김 여사를 아예 총선 쟁점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의 건에 대한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의 건에 대한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 민주당의 노림수는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최근 “(김건희 특검법을) 정기국회(12월 9일 종료) 안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물론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씨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민에 의해서 거부 당할 것, 반대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또 다른 ‘살아 있는 권력’인 배우자 김건희씨로부터 거부 당할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윤 대통령의 자산인 공정과 상식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했다.

특검법 내용도 논란이다. 여태 특검은 여야가 합의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한 명을 낙점하는 식이었다. 이번엔 민주당(대통령이 속하지 않은 교섭단체)만 특검 2명을 추천할 수 있다. 민주당이 임명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특검팀 규모도 100명 정도로 최순실 특검(105명)에 버금간다. 특검의 절차와 내용 모두 윤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없게 설계하고는 “부인 지키려고 거부권 행사한다”는 덫을 놓은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벌어진 일이다. 지난 2월 1심에서 권 전 회장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김 여사보다 규모와 빈도가 많고 시세조종성 주문을 낸 투자자도 무죄였다. 백번 양보해 김 여사가 주가 조작에 일부 관여했다고 치자. 그렇다고 이리 난리칠 일인가. 영부인이나 검찰총장 부인으로 저지른 비리가 아니지 않나. 10여 년 전 사인(私人) 김건희를 겨냥해 국가가 특검을 하겠다면 이거야말로 코미디요 권력 남용 아닌가.

김 여사가 잘했다는 게 아니다. 해외 명품 쇼핑, 관저 공사 논란 등 눈살 찌푸릴 일도 많았다. 용산 대통령실에 ‘김건희 라인’이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영부인으로서 잘못된 행위는 엄중히 비판받아야 하고, 행여 문제가 되면 퇴임 후라도 책임져야 한다. 그렇다 해도 정치적 이득을 위해, 대중의 관음증 충족을 위해 ‘개인 김건희’를 들춰 난도질하는 건 폭력이다. 권력자의 아내에게도 인권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