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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망 정상화, 몰려든 시민들…원인 규명 안돼 여전히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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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먹통 정부 행정전산망’이 복구된 지 하루만인 20일 오전 8시 50분쯤 대전 서구 둔산1동 행정복지센터. 근무 시작 전인데도 시민 5~6명이 민원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렸다. 김모(66)씨는 “금요일(17일 먹통 첫날)에 처리하지 못한 일 때문에 아침 일찍 서둘러 나왔다”고 했다. 일부는 정말 정상화됐는지 반신반의하는 눈치였다. 근무 시간인 9시가 되자 민원인이 요청한 ‘서류’가 발급되기 시작했다.

서울 서대문구‧마포구‧중구 등에 있는 주민센터에도 오전 9시 전후로 시민이 모여들었다. 잠시 후 이들 모두 필요한 서류를 받아들 수 있었다.

20일 오전 9시 대전시 서구 둔산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인들이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20일 오전 9시 대전시 서구 둔산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인들이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이날 정오를 넘기자 주민센터에는 민원인으로 북적였다. 오후 1시40분쯤 부산 연제구 거제1동 행정복지센터 대기자 번호표는 어느새 ‘330번’을 넘어섰다. 상속 문제 관련 제적등본을 떼러 왔다는 신모(57)씨는 “지난주 금요일에 올려다가 시스템 장애 소식을 듣고 오늘 왔다”고 말했다. 한 센터 직원은 줄을 선 민원인에게 주민등록등본 등 무인 민원 발급기로 발급받을 수 있는 서류를 안내하느라 분주했다. 중앙일보가 이날 방문한 전국 곳곳의 주민센터 등에 있는 무인 민원 발급기는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됐다. 행정수요가 몰리는 평일이었지만 순조로웠다.

20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인들이 증명서 발급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인들이 증명서 발급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먹통 사태 후 첫 평일…“이상 없어”

앞서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지난 18일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 복구에 이어 19일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인 ‘시도 새올행정시스템’(새올)을 정상화했다. 새올이 먹통되면서 공무원 예산‧회계 관련 시스템 ‘e호조’나 결재 등 업무 관련 때 쓰는 ‘온나라’도 비정상 작동했다. 각 지자체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이들 시스템도 현재 제 기능을 하고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모든 시스템을 잘 사용하고 있고, 점검 과정에서도 이상 없었다”며 “상태가 불안정했던 일부 무인 민원 발급기도 잘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 행정 전산 서비스 장애 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 행정 전산 서비스 장애 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안부, 상황실‧TF 운영해 대응 계획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오후 3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서비스가)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지자체 공무원의 새올 접속 건수는 53만여건, 정부24 발급‧처리 건수는 26만여건이다. 정부24와 새올 등은 평상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정상 운영되고 있다는 게 행안부 설명이다.

행안부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고기동 차관을 상황실장으로, 서보람 디지털정부실장을 상황총괄관리관으로 했다. 민원 등이 몰려 시스템에 과부하가 생길 가능성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상황실은 새올‧정부24 등 주요 시스템 처리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이와 함께 행안부는 먹통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민‧관이 참여하는 서비스 개편 태스크포스(TF)를 21일 구성하기로 했다.

20일 오전 9시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센터에서 무인 민원 발급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나운채 기자

20일 오전 9시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센터에서 무인 민원 발급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나운채 기자

네트워크 장비 문제…세부 규명 안 돼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행안부는 행정전산망의 공무원 인증(GPKI) 시스템 일부인 ‘네트워크 장비’와 비상용 장비 모두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사태 전날(16일) 진행한 보안‧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문제인지, ‘L4 스위치’(트래픽을 여러 서버에 배분하는 장비)가 안고 있었던 결함인지는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 장관은 대책회의에서 “네트워크 장비가 장애를 일으킨 상세 원인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분석해 국민께 소상히 밝히겠다”고 했다. 문제가 발생한 지 나흘이 흘렀지만, 아직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지 못했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행정안전부가 전국 시군구·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민원 서류 발급 서비스를 재가동한다고 알린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창구에 민원 서류 정상 발급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가 전국 시군구·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민원 서류 발급 서비스를 재가동한다고 알린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창구에 민원 서류 정상 발급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 "빨리 진단해 체계 개선해야"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는 “전문가들이 제대로 조사해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라며 “빨리 진단해서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예산을 투입하는 등 후속 조처가 따라야 이와 같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 곧바로 회복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건 정보 보안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이런 걸 책임 있게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야 이번 행정망 마비 사태로 실추된 정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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