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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집회서 이상했다…스무살 툰베리, 마이크 뺏긴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광장에서 스무살 여성 시위 참가자가 연단에 올랐다.16세에 노벨평화상 유력 후보가 됐던 스웨덴 환경 운동가, 그레타툰베리다. 그는 이날 시위 이후 유럽 일부 매체에 의해 "더는 순수한 기후위기 운동가라 할 수 없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왜일까.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가 이날 참석한 시위는 네덜란드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기후위기 대책 마련 촉구를 위해 마련됐다. 주요 초청 연사인 그는 마이크를 잡고 "우리는 지금 (기후 위기) 재앙 직전이 아닌, 재앙 그 안에서 살고 있다"며 "경고는 계속 있었지만 권력자들은 듣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여기까지는 툰베리가수년간 계속해왔던 기후위기 관련 주장과 맥락이 같았다. 그러나 툰베리는 이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는 기후위기 운동가로서, 억압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국제적인 연대 없이는 기후 정의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환경운동가를 상징하는 녹색 점퍼를 입은 한 시위 참가자가 연단으로 올라와 툰베리의 마이크를 낚아챘다. 항의의 의미였다.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한 당시 영상을 보면 그는 "내가 여기에 온 건 정치적 견해를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나는 기후위기 시위를 위해 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툰베리는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다른 시위 참가자들이 마이크를 다시 빼앗으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데일리 메일 등은 다음날 "툰베리가더이상 순수한 환경운동가가 아니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그레타 툰베리(앞줄 맨 왼쪽)가 연설 중 연단에 올라 "나는 정치적 문제에 대한 발언을 듣기 위해 여기 온 게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는 다른 시위 참가자(녹색 점퍼를 입은 인물). AP=연합뉴스

그레타 툰베리(앞줄 맨 왼쪽)가 연설 중 연단에 올라 "나는 정치적 문제에 대한 발언을 듣기 위해 여기 온 게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는 다른 시위 참가자(녹색 점퍼를 입은 인물).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문제는 툰베리의 오랜 관심사였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가자지구와 연대한다"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는 메시지와 사진을 수차례 올렸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한 것은 잘못"이라며 즉각 휴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달 초 이슬람 강경 무장단체인 하마스의 폭격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툰베리의 발언은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툰베리는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이스라엘이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한 바를 인용했는데, 이는 이스라엘 군이 직접 비판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군의아르예샤루즈샬리카 대변인은 폴리티코에 "그레타 (툰베리)와 같은 입장을 취하는 인물은 그가 누구이든 테러 동조자"라고 주장했다가 역시 비판을 받고 사과했다. 샬리카 대변인은 "그레타는 이스라엘 측의 민간인 희생자들의 억울함은 무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툰베리는 하마스의 과격 행위에 대해선 반대한다고 하면서도,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이 억압하고 있다"는 주장을 계속 강조해오고 있다. 13일 시위에선 툰베리뿐 아니라 다른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가들이 "이스라엘이 대량 학살을 저지르고 있으며 병원과 민간인을 고의로 공격한다"고 주장하는 연설을 이었다. 툰베리의 시위가 기후위기를 넘어 국제정치의 논쟁적 이슈로 확장하는 모양새다. 툰베리가 기후위기 활동가로 쌓아온 후광을 이용한다는 비판도 동시에 나오는 상황이다. 소셜 미디어엔 툰베리를 사칭한 가짜 계정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포스팅까지 올리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던 2019년 타임지 표지. AFP=연합뉴스

그레타 툰베리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던 2019년 타임지 표지. AFP=연합뉴스

툰베리는 10살 무렵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기후위기 관련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할 수록 위기감이 커져 우울증과 아스퍼거 증후군 등을 앓기도 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기후위기를 위한 행동을 요구하는 의미에서 등교 거부 운동을 벌이고, 스웨덴 의회 밖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2019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같은 해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그러나 그의 활동이 부모의 기후위기 변화 관련 저서 출판과 연동된 것이라든지, 그가 실생활에선 플라스틱 및 일회용품을 사용한다는 등의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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