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온 일본문화원장 "한국 처음인데 편안, 근무 자랑스럽다" [시크릿 대사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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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와세 가즈히로 주한 일본공보문화원 원장이 최근 서울 종로구 문화원 회의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가와세 원장은 지난달 부임했다. 김종호 기자

가와세 가즈히로 주한 일본공보문화원 원장이 최근 서울 종로구 문화원 회의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가와세 원장은 지난달 부임했다. 김종호 기자

문화는 한ㆍ일 관계에 있어서 윤활유 같은 존재다. 정치ㆍ외교 분야에서 양국 관계가 얼어붙어도, 여행부터 대중문화 등 다양한 문화적 요소에서 양국 국민은 교류를 이어왔다. 팬데믹의 막바지인 올해 상반기에만 일본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은 313만명, 한국을 방문한 일본 관광객도 86만명에 달했다. 11월 초 현재 한국 극장가에서도 일본 애니메이션,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화제 몰이 중이다.

양국 관계 역시 복원 국면에 안착하면서 문화 교류의 역할의 중요성도 더불어 커졌다. 지난달 한국에 부임한 신임 일본공보문화원 가와세 가즈히로(川瀬和広ㆍ51) 원장의 어깨가 무거운 까닭이다. 내후년으로 다가온 2025년 한ㆍ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의 의미도 크다.
가와세 원장은 교토대 법대를 졸업하던 해 외무성에 입성했다. 한국 근무 직전엔 영국 총괄공사 겸 총영사를 역임한 엘리트 외교관이다. 문화교류 해외홍보과장도 지냈으며, 경제산업성에서도 커리어를 두루 쌓았다. 그런 그가 한국에 부임한 것은 한ㆍ일 관계에 대한 무게감을 반영한다.

내년은 특히 주한일본공보문화원에 있어 기념비적 해가 될 전망이다. 서울 종로구에 새로운 부지에서 재개관을 하기 때문이다. 가와세 원장은 "아직 구체적 장소는 비밀"이라고 했지만, 광화문 인근이라고 한다. 주한일본공보문화원의 시즌2가 개막하는 셈이다.
최근 서울 종로 일본공보문화원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만난 그는 진중한 태도로 "여러 의미로 한국 근무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번이 첫 한국 근무이지만 한국 문화에 대해선 오래 관심을 가져왔다고 한다. 아래는 일문일답 요지.

한국 부임 소감은.  
"한국 근무는 처음이지만 마음이 편안(居心地がよい)하다. 한국에 거주하는 건 처음이라 모든 것이 신선하지만, 전임 근무지였던 영국 런던과 비교하면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점이 많다. 사실, 한국과 일본은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그 양면을 서로 인정하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에 있어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 국가이며, 따라서 한국 근무가 자랑스럽다."  
한일 양국 국민의 방일 및 방한은 증가일로다. 위의 사진은 지난 3월 한국으로 수학여행 온 일본 고교생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손을 흔들어보이고 있다. 아래 사진은 역시 지난 3월 일본으로 출국하는 한국인 관광객들. 뉴시스(위 사진), 연합뉴스(아래 사진)

한일 양국 국민의 방일 및 방한은 증가일로다. 위의 사진은 지난 3월 한국으로 수학여행 온 일본 고교생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손을 흔들어보이고 있다. 아래 사진은 역시 지난 3월 일본으로 출국하는 한국인 관광객들. 뉴시스(위 사진), 연합뉴스(아래 사진)

문화는 양국 관계에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데.  
"직전 근무지 런던에서 마침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에서 한국 전시를 인상 깊게 봤다. 한국 문화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역사를 짚어주는 내용이었는데, 매우 흥미롭게 관람하며 한국 문화의 깊이를 느꼈다. 한국어 공부도 하고 있는데, 어렵긴 하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웃음). 우선 양국 간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슬램덩크'나 '스즈메의 문단속'과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일본 문화를 알게 된 한국인들이 있고, 한국의 드라마와 음악을 즐기는 일본인들도 늘고 있다."  

가와세 원장은 특히 지난달 22일 개최된 '한일축제한마당 인 서울(in Seoul)'을 인상적으로 언급했다. 올해엔 6만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고, 가와세 원장도 운영진 일원으로 참석했다. 가와세 원장은 "2022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재에 동시 등록된 일본의 ‘후류오도리(風流踊)’와 한국의 ‘탈춤’ 단체가 참가해, 오프닝 무대에서 합동 퍼포먼스를 펼친 것이 특히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가와세 원장이 어린 시절부터 보았던 '마크로스'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가와모리 쇼지(河森正治) 감독도 참가했다고 한다.

한일축제한마당 인 서울(in Seoul)에 참가 중인 가와세 가즈히로(가운데) 신임 주한일본공보문화원장. 사진 주한일본공보문화원 제공

한일축제한마당 인 서울(in Seoul)에 참가 중인 가와세 가즈히로(가운데) 신임 주한일본공보문화원장. 사진 주한일본공보문화원 제공

내후년은 양국 국교정상화 60주년인데.  
"기념비적인 해가 아닐 수 없다. 양국이 함께 마련해온 한일축제한마당 행사는 내년에 20회를 맞는데, 이는 어떤 악천후에도 나아갈 방향을 가르쳐 주는 등대 같은 양국 우호의 상징과 같은 행사다. 양국 선배들이 함께 이룩한 이 등불이 빛을 더해, 양국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넘어 계속 빛나기를 바란다."  
한국 근무 중 꼭 가보고 싶은 곳 등이 있다면.    
"얼마 전 일본 NHK 방송에서 수원을 소개하는 내용을 보고 꼭 가보고 싶어졌다. 화성도 방문하고 갈비도 먹어보고 싶다(웃음). 개인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데, 한국의 훌륭한 음악가분들을 만날 기회도 고대하고 있다. 음식도 저뿐만 아이라 아이들도 좋아해서 기대가 크다. 한국 요리는 일본에서도 인기가 있지만, 막상 한국에 와보니 내가 알고 있던 것은 한식의 극히 일부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매운 음식, 괜찮은지.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미각을 단련할 수 있었다(웃음). 고추도 잘 먹는다. 서울뿐 아니라 각 지역을 여행하고 향토 요리나 지역 술도 접해보고 싶다."  
가와세 가즈히로 주한 일본공보문화원 원장. 한국 근무는 처음이지만 한식부터 클래식 음악계까지 관심사가 다양하다. 김종호 기자

가와세 가즈히로 주한 일본공보문화원 원장. 한국 근무는 처음이지만 한식부터 클래식 음악계까지 관심사가 다양하다. 김종호 기자

일본을 여행하는 한국인에게 권하고 싶은 문화 체험은.  
"한국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서울에 일식 레스토랑 숫자였다. 대사관 동료들도 '한국의 일식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하더라. 일본 정부가 '일식 보급 친선 대사' 등을 임명하고 있다. 일본을 방문하셔서 다양한 일식의 매력을 즐겨주시면 좋겠다."  
문화홍보 관련 경력이 다양한데, 한국 근무에 어떻게 반영할 계획인지.  
"도쿄에서 문화 교류를 담당하게 되고 난 뒤 반년 후 팬데믹이 찾아왔다. 팬데믹의 한가운데에서 문화 교류를 어떻게 지속할지에 대해 전 세계의 일본 대사관 및 총영사관 담당자들과 머리를 짜냈다. 예산을 기능적으로 재분배하고, 온라인 문화교류 사업을 전개했다. 팬데믹의 무료한 일상을 보내야 했던 사람들에게 문화가 마음의 안식처가 될 수 있고, 그래서 문화 콘텐트가 더 중요해진 가운데 세계인들에게 일본 문화를 통한 위안을 제공할 수 있었지 않은가 생각한다. 팬데믹 이후 다시 활성화된 대면 교류와 온라인 교류의 장점을 잘 조합해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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