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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자정’은 정확히 언제일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자주 찾는 애플리케이션에 “16일 자정부터 12시간 동안 일부 서비스가 중단된다”는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그런데 그 시간이 정확히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의미하는지 헷갈린다. ‘자정’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자정’이 밤의 한가운데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건 알지만 16일 밤 12시라는 건지, 16일 0시라는 건지 알쏭달쏭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자정’을 찾아보면 ‘밤 12시’를 가리킨다고 나와 있다. ‘밤 12시’는 하루의 끝을 의미한다. 그런데 ‘자정’의 또 다른 풀이를 보면 ‘자시(子時)의 한가운데를 이르는 말’이라고도 설명돼 있다.

우리 조상들은 하루를 열둘로 나눠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등 십이지(十二支)의 이름을 붙여 불렀는데, 그 시작인 ‘자시’는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를 의미한다. ‘자시’는 십이지의 첫째 시이므로, 조상들에게 ‘자정’은 하루의 시작을 의미했다. 이렇듯 자정은 끝과 시작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래서 ‘자정’이라고 하면 ‘16일 밤 12시’를 말하는 건지, ‘16일 0시’를 말하는 건지 헷갈릴 여지가 충분히 있다.

이런 오해를 줄이기 위해선 ‘자정’ 대신 하루의 시작은 ‘0시’, 끝맺음은 ‘밤 12시’로 표현하면 된다. 다시 말해 ‘16일 밤 12시’라고 하면 그 의미가 명확해진다. 또는 ‘16일 0시’라고 하면 16일이 시작되는, 즉 ‘15일 밤 12시부터’라는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옛날과 달리 현대에는 명확한 시간 개념이 필요하므로 ‘자정’ 대신 ‘밤 12시’나 ‘0시’를 쓰는 게 혼란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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