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역대 가장 외로운 직장인"…'치명적' 경고 나온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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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대학을 졸업한 피쳇(23)은 뉴질랜드의 홍보회사가 첫 직장이었다. 일주일에 네 번 회사로 출근하던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상황이 되자 주 5일 하루 8시간씩 원격 근무를 해야 했다. 출근하던 때가 훨씬 즐거웠다는 그는 “원격 근무를 하자 곧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말했다.

피쳇만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 Z세대(1990년 중·후반~2010년 초 출생) 직장인들의 현 상황이 “외로움 전염병에 걸렸다”는 진단이 나온다. 병의 원인은 ‘원격 근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소셜미디어(SNS)로 언제 어디서든 연결할 수 있는 시대에 익숙한 Z세대가 원격 근무로 어떤 세대보다 외로워졌다”고 전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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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 “불안한 합류”…Z세대 “외롭다”

물론 원격 근무로 인한 직장인의 외로움이 Z세대만의 것은 아니다. 팬데믹 기간 사무실 근무에서 원격 근무로 전환한 마이크로소프트(MS) 직원 6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상당수는 “고립됐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직장인 중에도 Z세대가 “가장 외로운 세대”(포브스)가 된 이유는 사회생활 첫발을 떼자마자 팬데믹을 맞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Z세대 대부분은 직장에 입사한 지 1~2년밖에 안 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새로운 요구에 따라 이전 세대와는 업무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고 전했다. Z세대는 'OJT(직장 내 교육훈련)'조차 회사 대신 집에서 메타버스·줌(ZOOM) 등을 활용해 받았다.

BBC가 Z세대의 커리어를 “불안한 합류(unfortunate confluence)”로 정의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상당수 기업이 코로나19로 재택근무로 전환할 때 갓 입사한 Z세대는 직장 에티켓, 사내 문화에 익숙해질 틈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보건서비스 업체 시그나가 직장인 1만2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Z세대 직장인의 91%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이는 모든 세대의 평균(84%)보다 높았다. 이 때문에 “어떤 세대의 직장인보다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세대”(BBC)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노동력 1/3…“원격 근무 외롭다”

Z세대는 곧 지구촌 노동시장의 중추가 된다. 세계경제포럼은 2025년이면 Z세대가 전 세계 노동력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2년만 지나면 한국을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노동력의 27%를 담당하는 일꾼이다.

이와 관련,  BBC는 “Z세대가 직장에서 힘들면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 치명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Z세대 직장인의 외로움이 생산성 향상, 전문성 개발, 동료와의 관계 형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영국 티사이드 대학이 전 세계 2000명의 Z세대 직장인을 연구한 결과, 이들 중 상당수가 “원격 근무로 불안감을 느끼고 업무 생산성, 커리어 발전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가장 먼저 해결할 직장 내 문제로도 '외로움'을 꼽았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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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이 답일까”…Z세대는 ‘하이브리드’ 선호

출근이 원격 근무로 인한 외로움에 최고의 약일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문가를 인용해 “모든 사람이 사무실로 돌아가길 원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외로움을 해소하는 데는 대면 업무만 한 것이 없다”고 전했다.

Z세대 직장인의 생각은 반반으로 갈린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정보기술(IT) 기업 델의 보고서에 따르면 15개국 Z세대 직장인(18~26세) 약 1만5000명 중 사무실 출근, 원격 근무 선호 비율은 각각 29%로 같았다.

Z세대 사이에선 둘을 적절히 섞은 '하이브리드 근무'(출근과 원격근무 혼합)가 대안으로 꼽힌다. 미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Z세대 직장인 5명 중 4명은 하이브리드 근무가 마음에 들어 지금 다니는 회사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포브스는 “Z세대는 고용주가 사무실 복귀를 원할 경우 언제든 다른 직장을 찾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세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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