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인구 절벽, 다문화가 미래다 [인구 절벽 시대, 다문화가 미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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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위치한 대안학교 ‘지구촌학교’에 다니는 중학생들이 밝게 웃고 있다. 미국·미얀마·수단·시리아·중국 등 12개국에서 온 120여 명의 이주배경학생들이 이 학교에서 한국어와 합창·댄스·서예 등 다양한 수업을 듣는다. 최기웅 기자

지난 3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위치한 대안학교 ‘지구촌학교’에 다니는 중학생들이 밝게 웃고 있다. 미국·미얀마·수단·시리아·중국 등 12개국에서 온 120여 명의 이주배경학생들이 이 학교에서 한국어와 합창·댄스·서예 등 다양한 수업을 듣는다. 최기웅 기자

미얀마 소수민족 카렌족인 수파산(15)은 7년 전 난민 신청을 통해 우리나라에 왔다. 미얀마 정부의 핍박은 피했지만, 또 다른 압박이 있었다. 일반 중학교에 들어가자 아이들은 수파산의 어눌한 한국어를 흉내 냈고, 구릿빛 피부를 가리키며 “깜둥이”라고 불렀다. 10년 전 예멘에서 온 샤하드(14)는 히잡을 쓴다. 같은 반 아이들은 “히잡 쓰면 물건을 잘 훔치더라”며 놀렸다. 다행히 한국어를 쉽게 따라 했다. 수파산과 달리 보통 4~7세인 언어 습득 적령기에서 한국어를 접했기 때문이다.

중앙SUNDAY가 수파산과 샤하드 같은 이주배경학생 40여 명을 만났다. 이주배경학생은 국제결혼 자녀 중 국내 태생과 중도입국한 자녀, 외국인 가정 자녀를 일컫는다. 다문화 학생과 같은 개념이다. 올해 18만 명을 넘었다. 2014년 기준 6만8000명, 전체 학생의 1.1%에 불과했던 다문화 학생은 올해 18만1000명(3.5%)으로 2.7배 늘었다. 나이가 어릴수록 비중은 커져 초등학생은 전체의 6%가 다문화다.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이 비율이 10%를 넘긴 곳도 넷 중 하나 꼴인 56곳에 달한다.〈중앙일보 11월 7일자 1면〉

하지만 학생의 학업 중단률은 전체 평균보다 1.5배 높다. 대학 진학률도 40.5%로 국민 전체 평균(71.5%)에 크게 못미친다. 교육 성과가 이주배경학생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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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배경학생의 학업 중단 이유로는 한국어가 꼽힌다. 중앙SUNDAY가 만난 40여 명 중 3분의 1에 가까운 12명이 한국어를 못해 취재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들이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미얀마·수단·시리아·예멘·우크라이나·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만큼 소통의 어려움도 폭이 컸다. 박지혜 지구촌학교 교감은 “한국어가 막히면 교우 관계를 맺기 어렵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기 힘들어 학내 따돌림, 심지어 폭력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박봉수 디아스포라연구소장은 “이주배경학생들이 학교가 즐거운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며 “일단 교육 기회를 양적으로 늘리는 게 급하다”고 진단했다.

이주배경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학급의 수용률은 전체 교육 대상의 10.3%에 그치고 있다. 학교의 다문화언어 강사도 전국에 689명으로, 강사 한명이 이주배경학생 263명이나 맡는 셈이다. 양계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어릴 적에 다문화를 경험하고, 다중언어를 구사하는 탄탄한 기본기로 무장한 이들이 이주배경학생”이라며 “인구 절벽을 겪고 있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욱 다져야 할 한국에게 소중한 미래 자산”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이주배경학생을 우수 인재로 양성하기 위해 4년간 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교육청,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한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장학금을 신설해 매달 학비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현재 수파산과 샤하드는 차별과 놀림을 극복했다. 하지만 움츠러든 제2, 제3의 수파산과 샤하드가 나올 수 있다. ‘지금’이 아니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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