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프랑스, 이주배경학생만 아닌 모든 학생에 상호문화 교육 [인구 절벽 시대, 다문화가 미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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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4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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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인 2003년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는 “2025년까지 전일제학교를 전국에 80%로 확대하겠다”고 공표했다. 초등생을 돌보는 전일제학교는 워킹맘을 위한 제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주배경학생의 학업 성적 향상이란 목적도 있었다. 2000년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독일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중 중하위라는 충격적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부족한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외국 노동자를 대거 받으면서 독일어조차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이민 2세들도 급증했다. 메르켈은 이들에 대한 교육이 국가 발전과 직결돼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다문화 선진국 교육엔 공통점이 있다. ‘다문화(multiculture)’보다 ‘상호문화(interculture)’란 단어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이주배경학생만 받는 교육이 아닌, 모든 학생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교류하는 데 방점을 뒀다. 대표적인 곳이 독일과 프랑스다. 인구 4명 중 1명이 이민자 출신인 독일은 ‘상호문화교육’으로 실행하고 있고, 프랑스는 1970년 초 ‘상호문화’란 용어를 도입해 누구나 갖춰야 하는 시민 교육 형태로 다문화 교육을 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이주민의 문화 정체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주민 자국 언어-문화교육 프로그램 ‘엘코’를 운영하고, 이민자 자녀의 학교 적응을 위한 정보센터 ‘쎄피젬’을 설치해 초등·중학교 내에 적응반을 운영토록 했다. 쎄피젬은 현재 ‘꺄스나브’로 대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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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교육에서 중심을 이루는 건 ‘언어’와 ‘사회통합’이다. 언어 실력이 부족해도 대개 특별반을 따로 만들기보다 일반학급에서 교육을 받게 한다. 특별반이 되레 언어 교류의 기회를 감소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영국에선 이주배경학생에게 일반수업을 듣게 하고 일부 시간을 할애해 보충수업을 한다. 대신 입학 전 장치를 뒀다. 4~6주간 특별영어수업(EAL) 교육을 진행해 국가 공인 커리큘럼 체크리스트로 언어능력을 평가·관리한다. 인구의 7%가 이민자인 핀란드는 핀란드어가 제2 언어인 교사가 주교과를 핀란드어로 가르치고 예체능은 일반학급에 맡긴다.

독일은 한 발 나아가 다중언어 능력을 개발하도록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각 출신어를 가르치는 ‘모국어 개방수업’을 하거나, 독일어가 모국어인 교사와 타국어가 모국어인 교사가 동시에 수업에 들어가 이중언어수업을 한다. 상호문화교육 수요가 늘다보니 교사 양성은 필수다. 핀란드는 ‘상호문화교사교육’ 전공 학사·석사 과정을 밟으면 졸업과 동시에 초등학교 교사 자격을 부여한다. 미국은 예비교원 양성 과정에서 다문화 교육 교과를 필수로 하고 있고, 독일 함부르크주는 애초에 학력을 보유한 이주여성을 교원으로 양성한다.

이주배경학생 부모에 대한 교육을 병행했다는 것도 눈에 띈다. 이주 청소년의 학교 적응에 있어 학부모의 도움은 필수인 데다, 이민 1세대로서 주류사회 통합에서도 역할이 중요하다. 이에 핀란드의 ‘교육 분할’ 프로그램, 독일의 히피(HIPPY) 처럼 미취학아동 가정을 방문해 부모도 함께 교육한다. 영국은 재학 중인 이주배경학생 부모에게 학교 차원에서 영어수업(ESOL)을 제공한다. 맘카페처럼 독일에선 ‘부모 선생님’, ‘지역 엄마들’을 통해 이민자 가족 엄마가 다른 이민자 가족에게 교육 정보를 공유하며 돕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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