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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서 40분 기다려 탔다"…지하철 파업 첫날, 퇴근길 지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지하철 파업 첫날인 9일 시민들이 열차 운행 지연으로 불편을 겪었다. 특히 퇴근시간대 운행률이 평시의 87% 수준에 그친 탓에 강남역 등 평소 혼잡도가 높은 일부 역에서 혼란이 두드러졌다.

이날 오후 5시 34분 2호선 강남역의 교대역 방향 승강장에는 긴 줄이 계단을 지나 반대편 방향 승강장까지 이어졌다. 파업으로 열차가 10~20분가량 지연됐기 때문이다. 교통카드를 태그한 몇몇 시민들은 “파업 때문에 그런 거냐” “와” 하며 난처해했다. 승강장엔 연신 “열차가 지연 운행되고 있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서울교통공사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박모(80대)씨는 질서 유지를 위해 빨간 봉을 들고 시민들에게 진행방향을 안내했다. 박씨는 “평소에도 사람이 많지만, 피크타임이 아닌데 오늘은 좀 더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역에서 40분간 기다린 끝에 열차에 탑승한 원모(23)씨는 “아침에도 5시 반에 나왔는데 집에 갈 때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며 “체감상 금요일 퇴근길보다 더 복잡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9일 오후 5시 40분, 2호선 강남역에서 교대역 방향으로 가는 열차 플랫폼에 승객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10분간 지연된 열차 탓에 줄은 반대편 플랫폼 계단까지 이어졌다. 김민정 기자

9일 오후 5시 40분, 2호선 강남역에서 교대역 방향으로 가는 열차 플랫폼에 승객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10분간 지연된 열차 탓에 줄은 반대편 플랫폼 계단까지 이어졌다. 김민정 기자

1호선 서울역에서 오후 5시 45분 출발할 예정이었던 인천행 열차는 19분이 지난 6시 4분에야 출발했다. 서울역에서 부천으로 가기 위해 19분 간 열차를 기다리던 최모(29) 씨는 “전광판에 2개 역 앞에 도착한 열차는 표시가 되는데, 보이질 않는다”며 “지하철이 하도 안 와서 휴대전화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5시쯤 여의도역에서 만난 이모(25)씨는 “낮에도 2호선을 탔다가 평소보다 20분 더 기다렸다”며 체념한 듯 승강장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9일 오후 5시쯤 여의도역에서 퇴근 중인 직장인 이정훈(25)씨는 ″오후 1시 30분쯤 2호선을 탔다가 평소보다 20분 더 기다렸다″며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고 있었다″고 말했다. 장서윤 기자

9일 오후 5시쯤 여의도역에서 퇴근 중인 직장인 이정훈(25)씨는 ″오후 1시 30분쯤 2호선을 탔다가 평소보다 20분 더 기다렸다″며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고 있었다″고 말했다. 장서윤 기자

출근시간대인 오전 7~9시에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필수유지 업무 협정’에 따라 열차 운행률 100%를 유지하면서 큰 혼란은 없었다. 다만 일부 시민들은 출근길 지각을 걱정해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서거나 대체 교통편을 이용했다.

신도림역에서 2호선 전철에 탑승한 유모(45)씨는 “원래 출근 시간에 딱 맞춰 나오는데, 오늘은 20분 정도 여유 있게 나왔다”며 “지하철이 정시에 와서 타는 건데 이러면 좀 불편하다”고 했다. 서울 양재역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안모(28)씨는 서울역버스환승센터에서 “원래 지하철을 타는데 어젯밤 파업 소식을 듣고 버스를 타고 가려고 한다”며 “20분 정도 더 걸려서 불편하지만, 지하철 타면 늦을까 봐 버스를 타는 게 마음이 편하다”며 9200번 버스에 탑승했다.

“체감 교통량이 평소보다 늘었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매일 아침 7시 30분쯤 첫 손님을 태운다는 택시기사 윤모씨(65)는 “평소 목요일보다 길에 차들이 좀 더 많은 느낌”이라며 “최근 콜(택시 호출)이 많이 줄었는데, 오늘 아침엔 일찍부터 콜이 몇 건 있었다. 자가용이나 택시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고 했다.

9일 오전 8시 30분쯤 서울역버스환승센터에서 시민들이 줄 지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서 양재역으로 출근하는 안태준(28)씨는 ″지하철 파업 소식을 보고 20분이 더 걸리지만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탑승하려 한다″고 말했다. 장서윤 기자

9일 오전 8시 30분쯤 서울역버스환승센터에서 시민들이 줄 지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서 양재역으로 출근하는 안태준(28)씨는 ″지하철 파업 소식을 보고 20분이 더 걸리지만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탑승하려 한다″고 말했다. 장서윤 기자

지하철 파업으로 인한 퇴근길 혼잡은 6년 만의 지하철 총파업이었던 지난해 11월에도 빚어졌다. 서울교통공사는 열차 7대를 비상대기시키고, 혼잡도가 높은 2호선 임시열차 5대를 추가 투입했다. 서울시도 시내버스 집중배차 시간을 오전 7~10시, 오후 6~9시로 1시간씩 연장했다. 또 예비버스 등 566대를 추가 투입해 1393회 증회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인력감축 등 문제를 두고 노사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이날 오전 9시부터 10일 오후 6시까지 경고 파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한국노총 소속 노조는 파업 불참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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