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유노스티지 편집주필 제멘티예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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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작가는 소연방이 해체되는 듯한 현재의 상황에서 수동적인 대응만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미 이 상실된 이념의 시기에 진정한 러시아의 통합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소련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한 달에 3백50만 부 이상씩 판매되는 문예지의 『유노스티』의 편집주필인 안드레이 제멘티예프(62)는 최근의 정치·사회격변기에 소련의 문인들이 해야할 역할을 이와 같이 요약했다.
유노스티지는 소련의 대표적 문예지로 88년 10월에는 솔제니친을 변호하는 로스트로포비치의 부인의 편지를 최초로 게재, 소련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지난 10월엔 이탈리아 로마에서 소련을 떠나 외국으로 망명한 문인들과 소연방에 남아 작품활동을 계속했던 문인들을 모아「러시아를 어떻게 재생시킬 것인가」라는 주제로 이틀동안 대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다음은 제멘티예프와의 일문일답.
-지난 10월15일부터 이틀동안 로마에서 열렸던 망명 작가들과의 회의의 의의에 대해 말해달라.
▲로마회의는 소련문화계사상 최초로 시도된 러시아 지식인들의 통합 작업이었다.
과거의 불행했던 역사로 인해 러시아는 많은 재능 있는 문인들을 잃었다.
물론 이들 중 막시모프·브로드스키·솔제니친 등은 해외에서 우리 러시아 문학의 발달에 기여했으나 그들과 소련에 남아서 작품활동을 해오던 작가들과의 관계단절은 소련체제와 그 속에서의 삶에 대한 인식의 차이 등으로 인해 상당한 괴리를 보여왔다.
우리는 무엇보다 망명 작가들과의 정신사적 통합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로마회의를 개최한 것이다.
-당시 로마회의에는 누가 참석했나.
▲소련쪽에서 리하초프, 칭기즈 아이트마토프, 잘리긴, 빅토르 슬라우프, 블라디미르 쿠르핀 등과 내가 참석했고 망명 작가중에서는 요제프 브로드스키, 쇼슬라비치, 블라디미르 막시모프, 풀코프스키 등이 참석했다.
또한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옐친 러시아 공화국최고회의 의장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었고 프랑스에서 온 학자들, 로마의 지식인들이 방청했고 프랑스의 라디오와 TV가 중계했다.
-이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들과 결론은 어떤 것이었나.
▲어떻게 러시아를 재건할 것인가가 논의됐다. 또한 망명한 작가들을 소련에 돌아오게 하는 문제, 페레스트로이카 실시 후 야기된 각 민족간의 반목과 갈등의 치유책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 회의의 가장 큰 의의는 페레스트로이카 시대에 러시아 문화계가 보인 최초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적 대응이란 점이다.
-최근의 소련문학이 침체됐다는 지적들이 있는데.
▲많은 작가들이 작품외적인 활동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고리 바실리예프, 니콜라이 키밀치크, 골로빈, 표도르 카자니코프 등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으나 그들의 생각이 아직 완전한 것이 못돼 역량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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