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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김포 서울편입 의원입법 추진”…수도권 500만명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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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총선 승부수 띄운 여당

국민의힘이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로 편입하는 법안을 의원 명의로 당론 입법하겠다고 31일 공식화했다. 김포 외에 구리·광명·하남시 등 서울 인근 도시의 서울 편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포를 서울로 편입하는 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검토한 뒤 의원입법 형태로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며 “편입 대상은 김포를 우선적으로 보지만 구리·광명·하남시를 비롯한 나머지 도시는 지역민의 요구가 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검토한 김포·구리·광명·하남은 물론 경기도의 나머지 도시도 주민 동의만 얻으면 일사천리로 편입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의원 명의 당론 입법’을 선택한 건 정부 발의와 달리 야당 지자체장의 동의 절차를 건너뛰고 절차에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서울시·경기도 관할구역 변경 법안’을 당론 발의한 뒤 국회 법안 처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행정안전부 9월 통계에 따르면 우선 편입 대상인 김포(약 48만 명)·구리(약 18만 명)·광명(약 28만 명)·하남(약 32만 명) 등 4개 도시 인구는 약 126만 명에 달한다. 여기에 서울 생활권인 남양주(약 73만 명)·고양(약 107만 명)·부천(약 78만 명)·의정부(약 46만 명)·과천(약 8만 명) 등이 추가로 편입 대상에 오를 경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인구는 약 450만~500만 명에 달한다. 서울·경기 인구(약 2302만 명)의 22%가량이 ‘메트로폴리탄 서울’ 공약의 영향권에 드는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현재 거론되는 도시만 봐도 유권자 500만 명의 표심을 흔들 수 있는 공약”이라며 “이 외에도 성남·안양 등도 편입 여론이 일고 있는 만큼 향후 진척 여부에 따라 반응하는 유권자 수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이를 내년 총선 지역구로 환산할 경우 수도권 최대 21석에 영향을 줄 거라는 게 여권 계산이다. 부천·고양(각 4석), 남양주(3석), 김포·광명·의정부(각 2석), 구리·과천(각 1석) 등 19석에 현재 1석이지만 인구 증가로 2석으로 늘어나는 하남까지 포함한 숫자다. 정의당이 1석을 가진 고양을 빼고는 현재 모두 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구다. 국민의힘 경기도당 인사는 “이 지역은 서울에 살다가 집값 때문에 밀려난 3040이 많아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며 “하지만 서울 편입 공약이 나온 이후 국민의힘에 관심 갖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어 표심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일단 편입 대상 지역 주민 반응도 좋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시 김포구 되면 집값이 3억원 오른다”는 등 ‘메트로폴리탄 서울’ 공약에 대한 찬성 여론이 표출됐다. “김포보다는 고양시 덕양구가 서울 생활권이라 편입의 최적지”라거나 “서울 출퇴근자가 많은 광명도 하는 김에 편입해 줬으면 한다”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익명을 원한 지도부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행정구역 변경은 일부 행정비용만 들기 때문에 수조원의 사업비가 드는 행정수도 이전 같은 이슈와는 다르다. 야당도 비판할 거리가 없어 난감할 것”이라며 “편입 도시가 하나하나 정해지는 과정에서 여당에 대한 주목도가 확 커질 것이어서 ‘국민의힘이 칼자루를 쥔 격’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31일 여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메트로폴리탄 서울’ 구상은 극비리에 마련됐다. 내년 4·10 총선 승리를 위해 준비한 ‘김기현 1기’ 지도부의 총선 필승 카드였다고 한다. 김 대표를 비롯해 윤재옥 원내대표와 당시 이철규 사무총장,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등 극소수 지도부만 사전에 내용을 공유했다. 서울·경기·인천을 합쳐 모두 121석의 수도권 의석 중 17석(14%)에 불과한 여당으로선 수도권 판세를 뒤집을 히든 카드였던 셈이다. 이에 30일 김기현 대표의 “김포 서울 편입” 발언이 나올 것으로 알고 있던 인사는 당내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준비 과정에서 여의도연구원 설문조사 등으로 수도권 주민들의 요구를 미리 파악했다고 한다. 서울 인접 지역의 주민 사이에 “생활권이 겹치는 서울로의 편입”을 요구하는 여론이 많자 메트로폴리탄 서울 구상의 얼개를 잡았다는 것이다.

김기현 대표가 이번 구상으로 당내 ‘수도권 험지 출마’ 압박 분위기를 일거에 반전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험지인 수도권을 경합지로 바꿀 수 있는 대전략이 나왔다는 점에서 김 대표를 다시 보게 됐다는 당내 의견이 적지 않다”며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간 스포트라이트가 다시 김 대표에게로 오게 된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대부분 지역의 현역 의원이 소속된 민주당은 전날 “굉장히 뜬금없다”(강선우 대변인)고 반응한 것 외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호의적 여론도 많아 민주당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라디오에 출연해 “제안 자체는 검토해 볼 만하지만 포퓰리즘 방식으로 지역 갈등을 촉발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서울시민들은 좋아할 것이라고 누군가 발언했던데 서울시민들한테 한번 주민투표해 보시죠”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의 한 경기지역 의원은 “김포는 서울과 집값 차이도 많이 나고, 김포골드라인이 만성적자인데 서울시 재정 투입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했다. 야당에선 “김포 서울 편입론의 배후엔 쓰레기소각장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규 소각장 설치로 마포구와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시로선 김포를 편입할 경우 김포시가 확보한 수도권 제4 매립장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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