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작은 거인」”… 경협기대/노대통령 맞는 모스크바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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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 언론 앞다퉈 한국특집/교민 150여명 공항 영접 준비
○…노태우 대통령의 소련방문을 하루 앞둔 12일 모스크바시민들은 기대와 호의를 갖고 외빈을 맞는 분위기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 대통령의 방소 사실을 알고 있었고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면 엄지손가락을 치켜보이는 등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모스크바외국어대 1학년에 재학중인 이라 바투리나양(22)은 『노 대통령의 방소는 양국 모두의 「대승리」로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하고 『이번 한소정상회담이 앞으로 양국의 우호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택시기사인 안드레씨(33)는 한국 대통령의 방문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로태우』라고 즉각 응답,기자를 놀라게 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나라는 작지만 경제적으로 성공한 「작은 거인」』이라고 말한 뒤 『소련도 한국처럼 잘사는 나라가 되려면 고르바초프보다는 옐친이 집권해야 한다』며 정치적인 주장을 펴기도 했다.
현지 언론들은 며칠 전부터 대대적인 한국 특집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기사의 대부분은 한국의 경제적 성공과 노 대통령에 대한 소개,그리고 한국문화 등에 대해 전면을 할애,보도를 하고 있다.
러시아공화국 공산당기관지 소비예츠카야 로시아지는 12일자에서 3면에 노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회담에서 악수하는 사진과 한글로 「환영,한국 대통령」이라는 글을 싣고 노 대통령과의 회견 내용,노 대통령의 정치경력,한국의 전통문화,한국경제에 대한 소개 및 한소경협방안 등에 대해 보도했다.
이에 앞서 11일 소 공산당기관지 프라우다지도 「회담의 성공을 확신한다」는 제목으로 노 대통령과의 기자회견 내용을 게재했고 모스코프스키야 프라우다지도 공로명 주소련 대사와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이와 함께 국영 고스텔라디오의 채널 1번 방송은 10일 9시 뉴스 프로그램 「브레미아(시간)」에서 시사특집으로 5분간 한국특집을 방송했다.
○…노 대통령 소련방문을 준비하는 한국 대사관 및 모스크바에 먼저 파견된 대통령 경호팀·비서팀·공보팀 등은 12일 차질없이 이번 행사를 치르기 위해 마지막 점검작업에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지난 11월1일 모스크바시 외곽의 구브키나가 14번지 아파트건물에 입주한 주소 한국 대사관은 입주 직후부터 공로명 대사의 진두지휘로 전직원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공 대사는 지난 7일 노 대통령의 두 번째 방문지인 레닌그라드로 가 노 대통령이 묵게 될 숙소 등을 점검하기도 했다.
공 대사는 이번 한소정상회담이 『한소 우호협력이라는 집을 짓는 기공식』이라고 표현하고 『소련이 현재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장기적인 전략으로 한소간 경제협력은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사관관계자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멀리 타슈켄트와 알마아타에서까지 교민들이 공항에 환영나오는 등 모두 1백50여 명의 교민이 공항 영접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모스크바에 진출해 있는 삼성·현대·럭키·금성·대우·쌍용·선경 등 한국 기업들은 대통령의 방문에 그룹 회장들이 동행하게 돼 더욱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곳에 진출해 있는 한 기업인은 『노 대통령의 소련방문에 재계 중진들이 대거 수행하는 것에서 노 대통령의 방문이 갖는 의의와 성격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며 나름대로 이번 방문이 갖는 의의를 경제적 측면에서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재계 중진들이 이번 방문기간중 합작투자를 성사시키는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전망했다.
이들 중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옐친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과 아발킨 소 부총리 겸 경제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양국간 경협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며,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소련의 고위인사들을 만나 시베리아 천연가스 개발문제 등을 협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구평회 럭키금성상사 회장도 샤탈린·아발킨 등 고위관리 및 실무자들과 접촉,경협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모스크바=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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