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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노란봉투법 입법절차 적법" 권한쟁의 만장일치 기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헌법재판소가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가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헌재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당시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의장(김진표 무소속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 사건을 만장일치로 기각 결정했다.

사용자 개념을 확장하고, 불법 쟁의 손해배상 책임을 개인별 기여도 등에 따라 묻도록 하는 노란봉투법안은 지난 2월 민주당 단독 의결로 국회 환노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법안을 넘겨받은 법사위가 두 달 넘게 심사를 끝내지 않자, 국회 환노위는 3개월 만에 민주당과 정의당 위원 10명의 찬성으로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지난 6월 노란봉투법 부의요구안은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자리에 앉고 있다. 뉴스1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자리에 앉고 있다. 뉴스1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사위의 정당한 법률안 체계·자구 심사권이 침해돼 무효”라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직회부 요건을 충족했다고 주장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에 법안이 이유 없이 60일 이상 계류돼 있을 경우 소관위에서 본회의 부의요구안을 표결해 직회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 “국회법 절차 준수, 표결 통해 정당성 인정” 

헌재는 “국회가 절차를 준수해 법률안을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결정했다면, 헌법적 원칙이 현저히 훼손됐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회 이외의 기관이 그 판단에 개입하는 것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법사위 심사 지연이 정당한지에 대한 각 소관위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다.이에 따라 노란봉투법 입법 절차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환노위원장의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는 국회법 절차를 준수해 이뤄졌고, 정당성이 국회법이 정하고 있는 본회의 표결 절차를 통해 인정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등이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퇴장하고 있다.  이날 국회 환노위는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을 여당 소속 위원들의 불참 속에 야당 의원 10명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뉴스1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등이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퇴장하고 있다. 이날 국회 환노위는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을 여당 소속 위원들의 불참 속에 야당 의원 10명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뉴스1

헌재는 법사위에서 법안 심사가 지연된 정당한 이유도 없다고 봤다. 재판관들은 “(법사위에서 법안이 계류된) 이유의 유무는 ‘법사위의 책임이 없는 불가피한 사유로 기간을 준수하지 못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법사위 전체회의 기재내용에 의하면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 어려운 절차를 반복하면서 심사절차를 지연시키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회 법사위가 회의를 열지 못하는 등 불가피한 사정도 없다고 봤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노란봉투법 본회의 부의안을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한 것 역시도 “독자적인 절차나 내용상의 하자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법사위 심사 지연이 정당한지에 대해 각 소관위 판단을 우선할 경우, 소관위가 심사 기간이 지나기만 하면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를 요구할 수 있게 돼 법사위의 심사권이 훼손될 수 있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법사위가 의도적으로 절차를 지연시키거나, 법사위 심사 내용이 심사권 범위를 벗어난 경우 등 제한적으로 본회의 직회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별개의견을 낸 네 재판관은 “법사위는 법원행정처 등의 의견을 듣고 질의답변을 할 수 있는 의사 진행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법안에 대한 심사를 계속하기로 결정했으나, 행정처 등은 이미 법안에 대한 의견을 환노위에 전달해 이 내용이 전문위원의 보고서에 반영돼 있고, 60일의 시간을 초과해 이 부처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게 필요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결론에선 역시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방송 3법도 “입법절차 적법”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선고 시작을 알리고 있다.   뉴스1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선고 시작을 알리고 있다. 뉴스1

이날 헌재는 지난 3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민주당 등 위원이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올린 것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방송3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걸 골자로 한다. 헌재는 “이유 없는 심사 지연”이라며 “과방위원장(당시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본회의 부의 요구 행위와 국회의장의 가결 선포 행위는 적법한 입법 절차”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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