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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전폭 지원” 우크라 주려던 포탄 수만 발 이스라엘로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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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호 06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집을 떠나온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20일 유엔개발기구가 가자지구 남쪽에 설치한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집을 떠나온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20일 유엔개발기구가 가자지구 남쪽에 설치한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계속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거듭 약속했다. 이와 관련,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내려던 포탄 수만 발을 이스라엘로 돌리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방송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가져야 한다”며 “의회에 요청할 예산은 이스라엘 안보를 위한 전례 없는 규모가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이스라엘군은 질적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아이언돔이 계속 이스라엘 상공을 확실히 지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 지역의 다른 적대적 행위자들에게 이스라엘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걸 분명히 알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 연설에 앞서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는 이스라엘 당국자 세 명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려던 155㎜ 포탄 수만 발을 이스라엘에 보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에 지원될 포탄은) 미국이 비상시에 대비해 비축한 무기 중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수개월 전 지정해 놓은 포탄 물량”이라며 “미 당국자들은 이번 포탄 사용처 변경 결정이 우크라이나 전황에 즉각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전용이 반복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하마스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각각 다른 위협을 대표하지만 모두 이웃한 민주국가를 몰살시키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양국에서의 승리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매우 중요한 만큼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의회에 함께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 송부할 예산은 이스라엘 지원을 위한 140억 달러(약 19조원)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600억 달러(약 81조원), 긴급한 인도적 지원을 위한 100억 달러(약 13조5000억원), 국경 안보를 위한 140억 달러(약 19조원) 등 총 1000억 달러(약 135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미 하원은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탄핵 사태 이후 지도부 공백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예산안이 얼마나 빨리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그런 가운데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미국인에 대한 테러 위협이 높아지자 전 세계 자국민들에게 안전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라크·시리아 등 중동에 있는 미군 기지에서도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라크 서부의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바그다드 국제공항 근처 미군 기지 등이 이날 드론과 로켓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미군은 이날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이스라엘 세력인 예멘의 후티 반군이 쏜 미사일도 요격했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홍해에 있던 미 해군 구축함이 후티 반군이 쏜 순항미사일 세 발과 여러 대의 드론을 요격했다”며 “미사일은 이스라엘 내부 타깃을 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확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스라엘은 이날 레바논 접경 도시 키르야트 시모나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발령했다. 레바논에 체류 중이던 한국 국민도 출국을 서두르고 있다. 외교부는 “일부 국민은 이미 레바논을 빠져나갔다”며 “현재 170여 명이 현지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반유대주의 범죄와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급증하면서 유럽 각국도 국경 경계 강화에 나섰다.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의 경우 국경을 걸어 잠그는 등 유럽연합(EU) 국가 간의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을 보장하는 셍겐조약도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통하는 유일한 관문인 라파 검문소도 당초 예상(20일)과 달리 21일 개방될 전망이다.

한편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이스라엘의 지상전 계획은 축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이 전쟁 이후 시나리오가 마련되지 않으면 ‘제한된 군사작전’을 벌여야 한다고 이스라엘 지도부를 압박하면서다. 지상전이 전개되더라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의 핵심 시설과 지도부 제거 등에 국한한 특수작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디언도 이날 “이스라엘군과 미군이 가자지구 전면 침공의 대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추가 확전을 막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스라엘군은 그동안 하마스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총공세를 예고해 왔지만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반군은 1∼2년 내 제압할 수 없다. 우리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목격했듯 10년이나 그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병력을 가자지구에 한꺼번에 투입하지 않고 특수부대가 먼저 들어가 하마스 수뇌부를 제거하거나 인질을 구출하는 ‘외과적 공격(surgical strikes)’에 먼저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마치 집도의가 메스로 환부만 도려내듯 공격 목표 외에는 주변 피해를 최소화하는 특수작전을 펼칠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선 하마스 본부가 있는 가자지구 북부에선 지상군 작전을 벌이고 남부에선 전투기와 미사일 등으로 표적만 족집게식으로 제거하는 공습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맞서 하마스도 전 세계 아랍인과 무슬림에게 총동원령을 내렸다. 하마스는 또 이날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가자지구 내 그리스정교회 교회와 난민촌에 있던 민간인이 다수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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