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형묵총리 기조연설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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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만일 귀측이 불가침선언을 채택하자는 우리의 주장에 대해서까지 의심하려 한다면 사실상 북남 사이에 해결될 것이란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귀측의 의견을 고려한 새로운 안으로서 우리의 불가침선언초안과 귀측이 내놓았던 화해협력에 관한 선언초안을 통합하여 하나의 문건을 채택하자는 것을 제의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통합된 하나의 문건을 「북남불가침과 화해협력에 관한 선언」으로 하되 그 내용을 다음과 같이 하자는 것입니다.

<북남불가침과 화해협력에 관한 선언(초안)>
북과 남은 나라의 평화와 평화통일을 바라는 온 겨레의 념원에 따라 7·4공동성명에서 밝혀진 자주,평화,통일,민주 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조성된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위험을 제거하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고 나라의 통일에 유리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엄숙히 선언한다.
1,북과 남은 상대방의 사상과 제도를 인정 존중하고 상대방의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않으며 호상간에 야기되는 이견 상이와 분쟁문제들을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평화적으로 해결하며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중지한다.
2,북과 남은 어떠한 경우에도 상대방을 반대하여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무력으로 상대방을 침해하지 않으며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군비경쟁을 중지하고 군사적 신뢰조성과 단계적 군축을 실현한다.
3,북과 남은 불가침의 경계선을 1953년 7월27일부 조선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으로 하며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전환시킨다.
4,북과 남은 우발적인 무력충돌과 그 확대를 방지하기 위하여 쌍방 군사당국자 사이에 직통전화를 설치운영한다.
5,북과 남은 각계 인사들과 동포들의 자유로운 래왕과 접촉을 실현한다.
6,북과 남은 민족공동의 리익과 번영을 위하여 경제합작과 물자교류를 실현하며 과학,기술,교육,문화,보건,체육,출판,보도 등 각 분야에서 성과와 경험을 교환하고 협력한다.
7,북과 남은 끊어진 교통·체신망을 련결한다.
8,북과 남은 국제무대에서 경쟁과 대결을 중지하고 서로 협력하며 대외에 공동으로 진출한다.
9,북과 남은 본회담의 테두리 안에서 분과위원회들을 내오고 이 선언의 리행과 담보에 관한 대책들을 토의한다.
10,이 선언은 북과 남이 각각 서명하고 그 문본을 교환한 날부터 효력을 발생하며 어느 일방이 폐기를 통고하지 않는 한 조국통일이 실현되는 날까지 효력을 가진다.
북남고위급회담 북측 대표단 단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무원 총리 연형묵
남북고위급회담 남측 대표단 수석대표 대한민국 국무총리 강영훈
1990년 12월 일
다음으로 부문별 회담을 내오는 문제와 관련한 우리의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지난 제2차 회담 때 쌍방 사이에 문제토의 순차와 관련하여 주장이 서로 엇갈려 있는 실정에서 그 타개책으로 정치 군사적 대결 상태를 해소하는 문제와 협력교류 실시문제를 병진시켜 토의하여 실천할 데 대한 일괄합의,동시실천안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회담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하여 제기되고 있는 부문별 회담에 대하여 말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두 개로 하는 것보다 문제의 중요성과 신중성을 고려하여 정치와 군사를 분리하고 협력교류를 포함하여 3개 부문으로 나누어 하되 이 문제가 이제 채택하려는 「북남불가침과 화해협력에 관한 선언」의 리행과도 관련되는만큼 이 문건이 채택된 다음에 협의하여 해당한 분과들을 내오자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우리가 제1차 회담 때 제기하고 제2차 회담에서도 그 해결을 촉구한 바 있는 유엔가입 문제,「팀스피리트」 합동군사연습 중지문제,북방인사 석방문제에 대하여 다시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가 보는 바에 의하면 귀측은 지금도 의연히 유엔에 북과 남이 각각 들어가자는 입장이며 남조선만이라도 단독가입을 실현하기 위하여 계속 막후공작을 벌이고 있습니다.
귀측이 단일의석가입제안이 좋기는 하지만 비현실적이라고 하는 것도 하나의 책임회피에 불과합니다.
현실적인가 비현실적인가 하는 것은 당사자인 우리들의 의지와 노력에 관계되는 것이고 유엔에 단일의석가입신청서를 내보면 알 것입니다.
방북인사 석방문제를 놓고 보아도 제2차 회담이 끝난 직후 문익환 목사는 풀려나왔으나 림수경 학생을 비롯하여 다른 방북인사들은 지금도 그대로 옥고를 치르고 있습니다.
최근에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해외에서 북과 해외의 동포들과 만나 통일문제를 논의하고 돌아온 범민족대회 남측 추진본부의 대표들에 대한 탄압입니다.
지금 내외 인민들은 북남고위급회담의 전도를 「팀스피리트」 합동군사연습과 관련시켜보면서 귀측의 태도에 주목을 돌리고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귀측은 「팀스피리트」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미국과의 합의밑에 다음해에도 이 훈련을 계속할 것이라는 것을 공표하였습니다.
우리는 귀측이 이번 회담에서 유엔에 단일의석으로 가입하는 문제,「팀스피리트」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는 문제,방북인사 석방문제에 대한 긍정적인 조치를 취할 데 대하여 확답함으로써 이 회담에 상정되어 있는 당면한 세 가지 긴급문제들의 해결을 결속짓고 새해부터는 우리 회담에서 해결하여야 할 기본문제들을 토의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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