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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맹비판한 독자 투고, 그 발신자는 세계적 피아니스트[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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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라스 쉬프-음악은 고요로부터

안드라스 쉬프-음악은 고요로부터

안드라스 쉬프-음악은 고요로부터
안드라스 쉬프 지음
김윤미·윤종욱 옮김
산지니

2011년 워싱턴 포스트에 독자 편지가 실렸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헝가리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인종주의, 반유대주의를 거론하며 “유럽 공동체와 미국은 헝가리를 아주 정확히 관찰해야 한다”고 썼다. 헝가리에서 거센 반응이 일었다. 발신자는 헝가리가 자랑할만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였다.

쉬프를 바흐 해석의 대가, 학구적 분석과 완벽한 균형 감각의 피아니스트로만 알고 있었다면 이 책 이후 그를 입체적으로 보게 된다. 그의 어머니는 유대인 수용소에서 첫 남편을 잃었다. 아버지는 첫 아내와 아들이 아우슈비츠에서 살해당했다. 재혼으로 태어난 유일한 아들이 안드라스였다. 그는 헝가리에서 유대인으로서 실존적 위협을 받으며 자라났다.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사진 마스트미디어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사진 마스트미디어

2차 대전 이후의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쉬프는 바흐의 음악에서 자유로움을 찾아내고,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의 연주에 홀딱 반하고, 중부 유럽의 음악적 전통을 물려받으며 음악 여정을 이어나갔다. 연주 시험은 지독히 싫어했고, 국제 콩쿠르에는 떠밀려 출전했으며, 결국 예술의 상업주의를 매섭게 비판하는 음악가가 됐다.

그 인생의 궤적을 훑고 나면 “고요가 음악의 전제조건”이라며 영적인 연주를 하는 피아니스트와 고국의 우경화에 준엄하게 경고하는 예술가가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당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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