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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음식 된 짜장면·라면·우육탕면…원조 밀가루가 계기였다" [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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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요리의 세계사
이와마 가즈히로 지음

최연희·정이찬 옮김
따비

오늘날 요리는 각 나라를 상징하는 문화로서 살아 숨쉬고 있다. 일본 게이오기주쿠(慶應義塾)대 문학부 교수인 지은이는 세계화된 여러 음식문화의 대부분이 국민국가가 건설되던 근‧현대에 국가권력‧국민정체성‧국제교류 등 다양한 문화요소가 작용하면서 형성됐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퍼진 중국요리가 어떻게 화인(華人‧화교) 사회를 바탕으로 세계화됐는지를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파고든다.

1972년 중국을 방문한 닉슨 미국 대통령을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마오타이주로 접대하는 모습. [사진 따비]

1972년 중국을 방문한 닉슨 미국 대통령을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마오타이주로 접대하는 모습. [사진 따비]

지은이에 따르면 중국요리는 다면체다. 중국 본토와 홍콩‧대만‧싱가포르의 해석이 각기 다르다. 싱가포르는 1990년대, 대만은 2010년대에 각각 해외에서 별도의 음식축제를 열기 시작했다. 이처럼 특색 요리를 앞세워 중국과 다른 문화가 있음을 알리는 것은 효과적인 공공외교이자 정체성외교다.

중국요리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다문화주의가 확산하고 이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서구 각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1966년 미국으로 이주한 화인 앤드루 청(程正昌)은 미국인 입맛에 맞고 오리엔탈리즘과 이국취미를 만족시키는 현대적 중국요리를 개발했다. 그가 창업한 패스트푸드 중국요리점 판다 익스프레스는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으로 체인을 확대했다.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촙수이'. 촙수이는 미국식 중국요리를 가리킨다. [사진 따비]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촙수이'. 촙수이는 미국식 중국요리를 가리킨다. [사진 따비]

호주에선 중국식 어묵‧새우‧튀긴두부‧닭고기에 싱가포르 등 동남아에서 즐겨 먹는 코코넛 밀크를 넣고 태국식 커리와 함께 끓인 싱가포르계 문화혼합 요리 커리락사가 인기를 끌었다. 호주가 추구하는 다인종사회를 상징하는 국민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1965년 독립 뒤 화인‧말레이계‧인도계 등을 단일 국민‧문화로 묶을 필요가 있던 싱가포르는 음식문화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화인 남성과 현지 말레이계 여성 사이에 태어난 ‘프라나칸’이 양쪽 문화를 녹여 개발한 ‘뇨냐 요리’를 국가대표 요리로 내세웠다.

일본 제국주의는 1931~32년 만주사변 이후 세운 괴뢰국 만주국의 요리를 일본 문화의 일부로 편입하려고 시도했다. 1910년대 베이징 주재 일본 기자가 만주 양고기구이를 ‘칭기즈칸’으로 명명했는데, 1933년 도쿄에서 열린 만주국 건국 1주년 기념 만찬의 주요리가 됐다. 지금도 일본의 인기 요리다.

지은이는 일본의 야키교자(군만두)가 만주요리에서 비롯했으며, 교자는 중국어 자오쯔(餃子)의 만주방언이라고 설명한다. 일제침략기 조선요리는 식민지의 민족주의를 상징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한다.

인천 차이나타운 모습. [사진 최승표 기자]

인천 차이나타운 모습. [사진 최승표 기자]

베트남의 퍼(쌀국수)와 태국의 팟타이(볶음면)는 중국의 면 요리를 개량한 것으로, 국민음식이 된 것은 물론 전 세계로 퍼졌다. 팟타이는 20세기 들어 고조된 화인 배척과 태국 내셔널리즘의 산물이라는 게 지은이의 평가다. 쌀가루 반죽에 다짐육과 목이버섯 등을 넣고 말아서 만드는 베트남 춘권 바인꾸온(餠卷)은 인기가 높아 중화권으로 유입되면서 홍콩의 유명 요리인 청판(腸粉)이 됐다.

한반도에서 중국음식 하면 짜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 인천항 중국인 노동자의 요리로 출발했지만 1936년 신문에 “우동 먹고 짜장면 먹고 식은 벤또 먹어가며 그대들을 가르쳤느니라”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조선인에게도 퍼졌다. 1948년 화인 왕송산(王鬆山)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사자표춘장을 출시하면서 짜장면은 한국인에게 폭넓은 인기를 끌게 됐다. 이제는 한국 100대 문화상징의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해외로도 퍼지고 있다.

지은이는 제2차 세계대전 뒤 미국의 원조 밀가루는 한국에서 짜장면, 일본에서 라면, 대만에선 우육탕면이 국민음식이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지적한다. 음식문화가 인적‧물적 교류, 정체성, 산업화 등 다양한 요인이 어우러져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풍부한 내용과 꼼꼼한 확인 작업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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