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로 넘어가는 어정쩡한 사회에서 공무원은 과거의 군림자로서의 혜택도, 민주사회에 맞는 신망의 기초도 없어 인기를 잃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장 오석홍 교수는 공무원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의 설문조사로는 공무원이 정치인·기업인 다음으로 싫고 부패했다는 응답이 나왔습니다. 또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사기가 떨어져있는데. 『공직에 대한 신망이 떨어졌기 때문에 사기가 떨어지는 건 당연하죠. 공무원을 욕하는 사회가 되면 그들이 일할 맛이 나겠습니까.
과거 독재권력이 있을땐 공무원은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있고, 입신출세의 길이고, 또한 축재도 가능했습니다만 민주주의 사회가 되면서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도덕적 정당성을 획득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에 맛들여진 것도 있고, 새로운 신망의 기초도 없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죠.』
-대학생들의 공무원진출 선호도도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아는데.
『경제성장과 함께 직업구조가 팽창하면서 취직할 자리가 많이 생겼습니다. 옛날에는 사농공상이라 해서 사가 돼야 점잖은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요즘엔 직업에 대한 평가기준에서 경제적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민간부문에 우수인력을 많이 뺏기고 있죠.』
-그 때문인지 공무원들의 보수에 대한 불만이 고조돼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고 공무원이 민간부문보다 보수를 많이 받는 곳은 없습니다. 물론 우리의 경우격차가 더 심하죠. 그래서 공무원들은 툭하면 대비표를 내놓고 월급을 올려달라고 합니다. 공무원 하면서 도둑질 안 하면 굶어죽는다는 말까지 있죠. 요즘도 긍지는 있겠지만 옛날 같는 긍지는 없습니다. 경제·사회의 모든 자원을 공무원들이 관리하던 시대는 지났으니까요.』
-최근「범죄와의 전쟁」에서 공직자 비리도 엄단하겠다고 말하고있는데.
『관청이 썩으면 사회로 부패가 확산됩니다. 부패한 정부는 이걸 역전시킬 힘이 없죠. 도둑을 잡아넣어야 할 검사·경찰이 이들과 연결돼있다면 이들에게 무슨 정당성의 힘이 있겠습니까. 농민도 정부가 시키는 대로하면 망한다고 생각하고, 일반국민은 민원창구를 안 믿고 고위직의 연줄을 찾아 부탁하는 게 세대 아닙니까.』
-부패현상 때문에 급여인상 문제가 더 절실해지는 것 아닌가요.
『매일 남의 떡을 보고 상대적 궁핍감을 더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생계비에 미달하는 보수를 받는 공무원도 아직 많지만 기본급보다 수당이 더 많은 등 보수체계도 엉망입니다.』
-그래도 공무를 수행하는 집단인데 양질의 인재로 충원하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요.
『가장 중요한 건 신망을 높이는 겁니다. 공복으로서 보람을 느끼게 해야죠. 이게 무너지면 아무리 해도 안됩니다. 그 다음엔 적극적인 모집이 중요하죠.』
-지자제가 실시되면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하는지.
『지방분권화 하면 엽관압력이 강해집니다. 일부는 엽관기회를 터 줘야지 전면 봉쇄하면 큰 호란이 생깁니다. 서울시장이 혼자 민선이 되고 부시장이하 모두가 임명직이면 시장이 어떻게 일을 합니까. 적어도 핵심참모는 염관제를 허용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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