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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홍<서울대 행정대학원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민주사회로 넘어가는 어정쩡한 사회에서 공무원은 과거의 군림자로서의 혜택도, 민주사회에 맞는 신망의 기초도 없어 인기를 잃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장 오석홍 교수는 공무원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의 설문조사로는 공무원이 정치인·기업인 다음으로 싫고 부패했다는 응답이 나왔습니다. 또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사기가 떨어져있는데. 『공직에 대한 신망이 떨어졌기 때문에 사기가 떨어지는 건 당연하죠. 공무원을 욕하는 사회가 되면 그들이 일할 맛이 나겠습니까.
과거 독재권력이 있을땐 공무원은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있고, 입신출세의 길이고, 또한 축재도 가능했습니다만 민주주의 사회가 되면서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도덕적 정당성을 획득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에 맛들여진 것도 있고, 새로운 신망의 기초도 없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죠.』
-대학생들의 공무원진출 선호도도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아는데.
『경제성장과 함께 직업구조가 팽창하면서 취직할 자리가 많이 생겼습니다. 옛날에는 사농공상이라 해서 사가 돼야 점잖은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요즘엔 직업에 대한 평가기준에서 경제적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민간부문에 우수인력을 많이 뺏기고 있죠.』
-그 때문인지 공무원들의 보수에 대한 불만이 고조돼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고 공무원이 민간부문보다 보수를 많이 받는 곳은 없습니다. 물론 우리의 경우격차가 더 심하죠. 그래서 공무원들은 툭하면 대비표를 내놓고 월급을 올려달라고 합니다. 공무원 하면서 도둑질 안 하면 굶어죽는다는 말까지 있죠. 요즘도 긍지는 있겠지만 옛날 같는 긍지는 없습니다. 경제·사회의 모든 자원을 공무원들이 관리하던 시대는 지났으니까요.』
-최근「범죄와의 전쟁」에서 공직자 비리도 엄단하겠다고 말하고있는데.
『관청이 썩으면 사회로 부패가 확산됩니다. 부패한 정부는 이걸 역전시킬 힘이 없죠. 도둑을 잡아넣어야 할 검사·경찰이 이들과 연결돼있다면 이들에게 무슨 정당성의 힘이 있겠습니까. 농민도 정부가 시키는 대로하면 망한다고 생각하고, 일반국민은 민원창구를 안 믿고 고위직의 연줄을 찾아 부탁하는 게 세대 아닙니까.』
-부패현상 때문에 급여인상 문제가 더 절실해지는 것 아닌가요.
『매일 남의 떡을 보고 상대적 궁핍감을 더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생계비에 미달하는 보수를 받는 공무원도 아직 많지만 기본급보다 수당이 더 많은 등 보수체계도 엉망입니다.』
-그래도 공무를 수행하는 집단인데 양질의 인재로 충원하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요.
『가장 중요한 건 신망을 높이는 겁니다. 공복으로서 보람을 느끼게 해야죠. 이게 무너지면 아무리 해도 안됩니다. 그 다음엔 적극적인 모집이 중요하죠.』
-지자제가 실시되면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하는지.
『지방분권화 하면 엽관압력이 강해집니다. 일부는 엽관기회를 터 줘야지 전면 봉쇄하면 큰 호란이 생깁니다. 서울시장이 혼자 민선이 되고 부시장이하 모두가 임명직이면 시장이 어떻게 일을 합니까. 적어도 핵심참모는 염관제를 허용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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