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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4%대 급등…“중동 전쟁 번지면 제3의 인플레 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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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가 약 4% 급등했다. 9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게시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모두 2000원을 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가 약 4% 급등했다. 9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게시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모두 2000원을 넘고 있다.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여파로 국제유가가 4%가량 급등했다. 전쟁이 길어지거나 확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유가 급등과 주식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오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4%가량 상승한 배럴당 86달러에 거래됐다. 북해산 브렌트유의 경우 한때 전 거래일보다 5% 넘게 오른 89달러를 찍기도 했다.

전문가는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원유 생산지가 아니기 때문에 원유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서다. 석유·가스 시장 전문가인 반다나 하리는 “유가가 조건반사적으로 오를 수 있지만, 사태가 더 번지지 않고 중동 지역의 석유·가스 공급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 인식되면 가격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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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다른 중동 지역으로 확전할 때다.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을 지원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충돌이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여파 등으로 치솟았던 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고금리 장기화’로 세계경제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이달 들어 10달러 넘게 내렸다. 미국과 관계 해빙에 들어간 이란이 원유 수출을 늘린 것도 유가 하락에 한몫했다. 그런데 미국이 이란 원유 수출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전문가가 꼽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중동 국가가 전쟁에 말려들어 세계 석유 공급에 큰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다. 이는 고환율·고금리 상황에 놓인 한국 경제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

당장 원유를 수입해 써야 하는 한국 입장에선 원유 수입 가격이 올라가면서 무역 적자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 무역 적자로 국내에서 달러가 빠져나갈 경우 원화 하락(환율은 상승) 압력이 가해지면서 국내 물가가 덩달아 올라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기에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경험한 것처럼 고유가·고환율·고금리 충격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각국 중앙은행은 국제유가가 급등해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 기업 마자스의 조지 라가리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제3의 인플레이션 파고(wave)’가 일어날 가능성”이라며 “중동 정세에 긴장이 높아지면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는 중앙은행의 노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물가 상승 억제와 연착륙을 동시에 이루려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유가 상승에 따라 물가가 오르면 기준금리를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유지할 필요성이 커지지만, 동시에 고금리에 경기 경착륙 우려 가능성도 덩달아 커진 상황이어서다.

불안한 중동 정세가 당장 아시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한글날 휴일로 한국 증시가 휴장한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44% 하락한 3096.92에 장을 마쳤다. 반면에 홍콩 항셍지수(HSCEI)는 0.18% 오른 1만7517.4에 마감했고, 대만 가권지수도 소폭 상승(0.41%)했다. 일본 증시는 체육의 날로 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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