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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예비군 동원 이스라엘…"하마스 격퇴" 지상군 투입 임박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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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교전으로 양측 누적 사망자가 1200명 이상 나온 가운데 하마스가 또다시 로켓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 사흘째인 9일(현지시간) 자국 영토에서 하마스 측 병력을 밀어내기 위해 교전을 지속했다.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 국민 7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382명이 다쳤으며, 부상자 중 다수가 위중한 상태라고 이스라엘군이 이날 밝혔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조너선 콘리커스 중령은 "이처럼 많은 이스라엘 국민이 살해된 적은 없었다"면서 "9·11 테러와 진주만 공습을 하나로 합친 것과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의 음악축제 행사장 주변에서만 시신 260구가 무더기로 발견되는 등 피해가 컸다.

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가자 지구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다친 어린이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가자 지구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다친 어린이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가자지구에선 사망자가 560명 발생했고 2900명이 다쳤다고 팔레스타인 보건부가 9일 밝혔다. 전쟁이 격화되며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민방위 대원들이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건물에 불이 난 후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 내각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시작한 대규모 기습 공격으로 700여명이 사망하자 8일 전쟁을 선포했다. 신화=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민방위 대원들이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건물에 불이 난 후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 내각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시작한 대규모 기습 공격으로 700여명이 사망하자 8일 전쟁을 선포했다. 신화=연합뉴스

AP·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인근 7∼8곳에서 하마스 대원들과 교전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측은 가자지구와 국경 몇몇 지점이 여전히 뚫려있는 상태로 하마스 측이 병력과 무기를 추가 투입할 수 있는 상태이라며 안전을 확보하기까지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천 발의 로켓포로 포문을 열었던 하마스는 로켓 공격 등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8일 밤늦게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에 있는 벤구리온 국제공항과 남부 도시 아슈켈론에 로켓을 발사했다.

하마스 군사조직인 알 카삼 여단은 성명에서 "진행 중인 범죄와 민간인 폭격에 대응해 벤구리온 공항에 로켓을 발사했다"면서 아슈켈론을 향해서도 100발을 쐈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 중부와 텔아이브 외곽에서도 폭발음이 들리고 공습경보가 발령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민방위 대원들이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건물에 불이 난 후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 내각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시작한 대규모 기습 공격으로 700여명이 사망하자 8일 전쟁을 선포했다. 신화=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민방위 대원들이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건물에 불이 난 후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 내각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시작한 대규모 기습 공격으로 700여명이 사망하자 8일 전쟁을 선포했다. 신화=연합뉴스

전쟁이 격화하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지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군은 예비군 약 30만명을 동원했으며,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를 종식하는 것이 목표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8일 하룻밤 새 전투기와 헬기, 포격 등으로 가자지구의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의 근거지로 추정되는 시설 500여 곳을 공격했다. 공격 대상에는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의 사령부, 이스라엘 침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하마스 고위 관리 루히 마슈타의 거주지 등이 포함됐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외국인 사망·실종·납치에 국제사회 촉각 

이번 공격으로 양측뿐 아니라 외국인까지 사망·실종·납치되며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하마스가 군인·민간인을 포함해, 100여명 이상을 납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국적 인질이 있다고 알려지며 해당 국가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라파를 공습한 이후 두 명의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이 무너진 건물 앞에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9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라파를 공습한 이후 두 명의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이 무너진 건물 앞에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8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최소 9명의 미국인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됐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군에서 상병으로 복무 중이던 영국-이스라엘 이중국적 20대 남성이 이번 공격에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외무부도 이스라엘에 거주 중이던 자국민 한 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실종상태라고 밝혔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에서 우크라이나 여성 두 명이 사망했다는 정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SNS에는 독일 국적의 20대 여성이 하마스 대원에 의해 트럭 짐칸에 실려 가는 영상이 돌아 파문이 일었다. 이 여성은 가자지구에서 10㎞ 떨어진 축제를 찾았다가 지난 7일부터 실종 상태다. 알리샤 바르세나 멕시코 외무장관은 "멕시코인 두 명이 하마스에게 인질로 잡힌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네팔 대학생 11명도 실종 상태다. 네팔 외무장관은 "가자지구 국경의 농업대학에서 네팔 학생 17명이 재학 중이었는데 이번 테러로 4명은 다쳐서 치료 중이고 2명은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나머지 11명은 연락 두절 상태다"고 우려했다.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태국인 1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으며 11명이 인질로 잡혔다고 밝혔다.

하마스와는 별개로 또 다른 무장조직 이슬라믹 지하드도 인질을 가자지구에 억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장조직들의 인질 작전을 두고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의 석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봤다. 현재 이스라엘 감옥에는 5250명의 팔레스타인 죄수가 수감돼 있다. 수감자를 석방할 경우, 하마스의 입지가 강화되는지라 이스라엘 정부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이다.

전황이 악화하자 자국민 철수에 나선 국가도 나왔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거주 중인 자국민들의 대피를 위해 공군 수송기를 보낼 것이라고 9일 밝혔다. 두다 대통령은 "장병들이 기내에서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며 "모든 동포가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무차별 총격…인질극도  

가족·친구·연인을 눈앞에서 잃은 이스라엘 시민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8일 BBC에 따르면 하마스 대원들은 트럭과 오토바이 등을 타고 지역사회 20여곳으로 침투해 거리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일반 가정이나 공공건물에서 인질극도 벌어졌다.

하마스의 공격에 총을 맞아 손가락을 잃고 머리를 다친 30대 남성은 BBC에 "경찰에 전화했지만 아무도 도우러 오지 못했다"면서 "겨우 차를 구해 타고 이동할 때 군복 차림 사람들이 내게 총을 쐈다"고 전했다. 남부 아슈켈론의 한 병원은 환자 400명이 몰려 아수라장이 됐다. 텔아비브 공항 근처 경찰서에 세워진 실종자센터에는 수백명이 실종된 가족의 이름과 DNA 샘플을 등록하러 왔다.

교민자녀 휴교 조치…전면전 될까 우려도

한편 현지 한국 교민들은 현재 비교적 안전한 곳에 머물고 있으며, 위험지역에 있던 교민 한 가족이 예루살렘으로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진한 주 이스라엘 대사는 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비상사태 선포 등으로 이스라엘 전역이 긴장한 가운데 거리에 차량이나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스라엘 남부·중부는 대부분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고, 상당수 식당·상점이 문을 닫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상점에서 사재기가 시작돼 동이 난 식료품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대사관 직원들은 지난 7일부터 공관에서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공습을 당한 남부 지역과 가까운 브엘세바에 거주 중인 박해영 씨는 "아이들 학교는 9일부터 휴교에 들어갔다"면서 "자국민을 해한 적대 세력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 대응 원칙을 아는 교민들은 전면전 양상이 될 수 있음을 알기에 우려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대사관에서 교민 400여명이 참여 중인 단톡방을 운영해 정보를 공유 중이며 한국·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과도하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박 씨는 "한국에서 온 친지가 함께 있는데 이런 상황을 처음 겪는 분도 계셔서 차분히 설명하며 안심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자주민 12만명 피란길…뉴욕·베를린 시위도

이스라엘군의 거센 보복을 피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은 피란길에 올랐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8일) 오후 9시 기준 팔레스타인인 12만3538명이 이동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인구는 237만명이다.

미국 뉴욕·애틀랜타·시카고와 독일 베를린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선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 보도했다. 뉴욕의 경우 타임스퀘어나 유엔본부 근처에서 1000여명이 참여한 친이스라엘 집회와 친팔레스타인 집회가 진행됐다. 낸시 펠로시 전 미 하원의장은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유대계 모임을 이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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