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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도 남침 땐 이 작전 쓴다…이스라엘 허 찌른 '로켓·게릴라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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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가한 대대적인 공격을 놓고 북한이 한국을 향해 준비하는 ‘하이브리드전’의 양상을 미리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규전은 물론 비정규전을 아우르는 기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스라엘 상황이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8일(현지시간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포와 이를 막기 위해 발사된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AF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포와 이를 막기 위해 발사된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AFP=연합뉴스

아이언돔도 물량 공세엔 속수무책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이른 아침 하마스는 수천발의 로켓포로 선제 공격했다.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에 약 20분간 5000발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 방위군은 2200발이라고 발표했다. 수치는 차이가 나지만 하마스가 비록 2000여발의 로켓포를 쐈다 해도 하마스가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거쳐 대규모로 공격한 건 분명하다.

이에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돔은 이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신들은 로켓포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이날 최소 300여 명의 사망자와 15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방공시스템의 방어능력을 초과하는 공격으로 요격에 한계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이스라엘 공동으로 개발돼 2011년 배치되기 시작한 아이언돔은 많은 실전 경험을 통해 명중률이 90%를 넘는 것으로 평가됐지만 짧은 시간 비처럼 쏟아지는 로켓포 앞에선 무기력했다.

하마스 로켓을 요격하면서 이름을 알린 아이언돔. 사진 라파엘 어드밴스드 시스템

하마스 로켓을 요격하면서 이름을 알린 아이언돔. 사진 라파엘 어드밴스드 시스템

하마스 로켓포와 비교 불가 北 장사정포

북한군은 하마스는 따라 올 수 없는 수준으로 대남 포격 전력을 갖췄다. 북한군 주력 장사정포는 자주포와 다연장로켓포(방사포)로 구성돼 있다. 물량과 성능, 평소 훈련 등 모든 측면에서 무장정파 하마스를 압도한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1000여 문 이상의 장사정포를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배치했다. 이중 최대 340문에 달하는 170㎜ 자주포 및 240㎜ 방사포가 수도권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하마스의 로켓포를 뛰어넘는 이들 포를 모두 동원할 경우 1시간에 1만6000여 발을 수도권에 쏟아 부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16년 3월 보도한 북한군 장사정포 훈련 모습.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16년 3월 보도한 북한군 장사정포 훈련 모습. 연합뉴스

일각에선 이번 이스라엘 피격 사례처럼 단시간에 무차별적으로 대규모의 장사정포 공격을 할 경우 이를 막을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형 요격 체계 개발과 배치를 늘리는 동시에 민간인 지역 등에 방호 시설을 확대하고 점검하는 작업 역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북한은 글라이더 탄 특수부대 운용

하마스는 로켓포 공격으로 이스라엘 군을 혼란에 빠뜨린 뒤 전동 패러글라이더를 탄 대원을 국경 너머로 침투시켰다. 이스라엘 내부로 침투한 하마스는 군인과 민간인 수백 명을 인질로 잡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관련 영상을 공개하며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로켓포 공격 등 전선에서 맞부딪치는 정규전 외에 특수부대의 후방 침투, 패닉 야기 심리전 등 비정규전이 함께 벌어진 것이다.

하마스 무장대원이 동력 패러글라이더로 침투 훈련을 벌이는 모습. 텔레그래프 유튜브 캡처

하마스 무장대원이 동력 패러글라이더로 침투 훈련을 벌이는 모습. 텔레그래프 유튜브 캡처

이는 이른바 ‘하이브리드전’으로 북한이 그간 꾸준히 준비해왔던 대남 전쟁 공식이기도 하다. 군사 전문 월간지인 ‘플래툰’의 홍희범 편집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면서 어느덧 보편화된 하이브리드전 개념을 하마스가 이번에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해 적용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과 이란 사이 이뤄지는 군사 교류가 하마스의 하이브리드전 실전 사용에 도움을 준 것 아니냐는 추론도 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의 하이브리드전 전략과 관련 “개전 초기 굉장히 다양한 공격 양상으로 한국 사회에 극심한 사회적 혼란과 군사적 혼선을 유발한 뒤 한국군과 정부가 반격 포인트를 찾기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北, 특수부대 20만여 명”…후방 침투용 

북한은 막강한 비정규전 병력을 보유·훈련하고 있다.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의 특수작전군 병력은 20만여 명으로 평가된다. 이들의 임무는 “전시 땅굴을 이용하거나 잠수함, 공기부양정, 고속상륙정, 헬기 등 다양한 침투수단을 이용하여 전·후방지역에 침투하여 주요 부대·시설 타격, 요인 암살, 후방 교란 등 배합작전 수행”이다.

북한 조선중앙TV가 건군절 75주년인 지난 2월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북한군 특수부대의 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가 건군절 75주년인 지난 2월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북한군 특수부대의 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하마스는 패러글라이더를 썼는데 북한 특수부대가 활용하려는 침투 수단 중 하나는 글라이더다. 소형 군용기 An-2 300대에 글라이더를 매달아 특수부대를 후방 지역에 침투시키는 비정규전 작전이다. 한국군 레이더의 탐지를 피하기 위해 동력원이 없고 목재로 만든 글라이더를 저고도로 날려보내는 방식이다. 북한은 2021년엔 폴란드산 PZL 계열 경비행기를 운용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 기종 역시 글라이더를 견인할 수 있어 특수전에 적합하다. 이들 계열 기체 일부분은 목재 또는 가죽 등으로 제작됐고, 저속·저공 비행이 가능해 레이더 탐지가 어렵다.

이스라엘 실패는 반면교사…“무너지는 건 순식간”

하마스의 SNS 심리전처럼 북한은 일단 선제 공격을 시작하면 잔인한 공격 사진과 영상 등을 SNS에 뿌려 한국 사회에 극한의 패닉을 유도하려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때 정부 수뇌부 사망, 한국군 패퇴 등의 가짜뉴스도 대거 활용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북한이 한미 연합연습에 대응하기 위한 '전군지휘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지난 8월 3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훈련이 "남반부 전 영토를 점령하는데 총적 목표를 둔 훈련"이라고 밝혔다. 뉴스1

북한이 한미 연합연습에 대응하기 위한 '전군지휘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지난 8월 3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훈련이 "남반부 전 영토를 점령하는데 총적 목표를 둔 훈련"이라고 밝혔다. 뉴스1

전문가들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이스라엘 모사드가 이번에 기습을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점 역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이스라엘의 정보·첩보전이 실패한 건 분명해 보인다”며 “평소 철저한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하이브리드전으로 안보 시스템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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