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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면전…50년 만에 신중동전 악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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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로켓 7000발을 쏘고 육·해·공 전투원을 투입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즉각 보복공격을 결행해 가자지구 하마스 관련 시설을 공습했다. 사진은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가자시티 고층건물이 화염에 휩싸인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로켓 7000발을 쏘고 육·해·공 전투원을 투입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즉각 보복공격을 결행해 가자지구 하마스 관련 시설을 공습했다. 사진은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가자시티 고층건물이 화염에 휩싸인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유대교 명절을 노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지난 7일(현지시간) 새벽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 본토가 사상 초유의 대규모 피해를 보았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 돔’과 세계 최고 수준인 정보기관 모사드의 정보력도 무용지물이었다. 1973년 이집트·시리아가 유대교 명절(욤 키푸르)에 이스라엘을 습격한 ‘욤 키푸르 전쟁’(4차 중동전쟁) 이후 50년 만의 일이다. 이스라엘은 즉각 “하마스를 파괴하겠다”며 “전쟁”을 선언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이날 이스라엘 북부 군사시설을 공격하면서 가세해 이번 무력충돌이 ‘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대교 명절인 ‘심챗 토라’ 연휴 첫날인 7일 하마스는 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모스크) 이름을 딴 ‘알아크사 폭풍(Al Aqsa Storm)’ 작전을 개시했다. 하마스가 쏜 로켓 7000여 발은 철통같은 방공망으로 알려진 ‘아이언 돔’을 뚫고 최대 도시 텔아비브를 비롯한 중·남부 지역을 타격했다. 수백 명의 하마스 전투원은 픽업트럭과 오토바이, 모터보트, 패러글라이더 등을 이용해 이스라엘 마을 20여 곳과 군 기지에 침투했고, 이스라엘 군인 50여 명과 민간인 다수를 포로와 인질로 붙잡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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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즉각 대규모 보복을 천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우리는 길고 어려운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며 “하마스가 있는 모든 곳, 숨어 있는 모든 곳, 활동하는 모든 곳을 폐허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곧바로 ‘철검(Swords of Iron)’ 작전에 돌입해 가자시티와 칸 유니스 등 가자지구 일대 하마스 관련 시설 426곳을 공습했다.

무력 충돌이 이틀째 이어지면서 인명피해가 커지고 있다. 하마스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최소 600명이 숨지고 2048명이 부상했다고 예루살렘포스트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받은 가자지구에서는 사망자 370명, 부상자 2200명이 넘었다.

“이스라엘판 9·11 테러”…모사드도 아이언돔도 뚫렸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새벽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이스라엘의 방공망인 ‘아이언 돔’이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날아온 로켓을 요격하는 모습이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에서 포착됐다. 하마스는 육·해·공으로 전투원을 이스라엘에 침투시켰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새벽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이스라엘의 방공망인 ‘아이언 돔’이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날아온 로켓을 요격하는 모습이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에서 포착됐다. 하마스는 육·해·공으로 전투원을 이스라엘에 침투시켰다.

이스라엘 정예 특수부대 ‘고스트’ 사령관 로이 레비 대령이 남부 레임 키부츠(집단농업 공동체)에 침투한 하마스 대원과 전투 도중 전사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지난 7일 이스라엘 동남부 네게브사막의 음악 축제장에선 하마스의 로켓 공격과 무장대원 총격을 피해 달아나던 참가자 수백 명이 실종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접경지대에 있는 행사장에서 유대 명절인 ‘초막절(수코트)’을 축하하기 위해 전날 오후 11시부터 밤새 열린 야외 축제였다. 사상자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어 피해 규모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최악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NYT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심리적 충격이 9·11 테러와 맞먹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남부 브엘셰바에 거주하는 교민 박해영씨는 8일 중앙일보에 “집 근처에서 열 차례 정도 미사일 공습경보가 울렸고, 경보 약 5초 전후에 미사일을 요격하는 폭발음이 들렸다”면서 “두 차례 정도는 집이 흔들릴 만큼 가까운 곳에서 요격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그간 하마스 측과 무력 충돌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던 이스라엘은 충격에 빠졌다. 하마스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실패를 놓고 이스라엘군 내에선 “이스라엘에 진주만 공습이 현실이 됐다”(조너선 콘리커스 IDF 국제담당 대변인)는 쓴소리가 나왔다. 이브라힘 달랄샤호라이즌센터 소장은 포린폴리시에 “이번 공격은 지난 20년 동안 우리가 본 것과 다르다”며 “(하마스의) 전략적 변화이자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 여파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대적인 지상군 공격을 벌여 일시적으로 점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리처드 헥트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변인은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자지구의 통제와 안정화로 향후 12시간 동안 가자지구 전체를 통제하고 모든 테러리스트를 사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사전문가 요나 제러미 밥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침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 주변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헤즈볼라는 8일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 분쟁 지역인 셰바 농장 지대의 이스라엘 초소를 “박격포로 공격했다”며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의 조너선 파니코프중동국장은 “만약 헤즈볼라가 개입하면 이스라엘은 수십 년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전국적 전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전쟁이 하마스를 지원해 온 이란과 이스라엘, 나아가 이란과 미국 간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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