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 한국 야구 체면 살렸다

한국의 선발투수 박세웅이 일본과의 수퍼라운드 경기에서 6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5회초 2사 2루 상황을 삼진으로 마무리한 뒤 팔을 치켜들고 환호하는 박세웅. [연합뉴스]

한국 야구대표팀이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 대표팀을 어렵게 꺾고 수퍼라운드 첫 승을 따냈다.

한국은 5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수퍼라운드 일본과의 경기에서 접전 끝에 2-0으로 이겼다. 조별리그에서 대만전 1패를 안고 올라온 한국은 일본을 잡고 1승 1패를 기록하게 돼 결승으로 향하는 중요한 고지를 넘었다. 반면 일본은 2패(중국전 1패 포함)를 기록하면서 수퍼라운드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였다.

한국은 6일 중국과 수퍼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야구 변방’ 중국은 수퍼라운드에 진출한 4개국(한국·대만·일본·중국) 중 최약체로 분류되지만, 지난 4일 조별리그 경기에서 일본을 1-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한국도 방심할 수 없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중국 야구가 많이 발전했다. 포수가 특히 좋아 보였다”며 “중국 투수들의 스타일에 잘 대비하겠다. 어떤 경우의 수가 나올지 모르니 중국을 반드시 이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일전에서 승리하고도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한국은 프로 선수가 한 명도 없는 일본을 상대로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출발부터 불안했다. 선발 박세웅이 선두 타자 나카가와 히로키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2루 도루를 허용했다. 1사 후 기타무라 쇼지에게 다시 안타를 맞아 1·3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박세웅은 곧 안정을 찾았다. 후속 타자를 1루수 파울플라이와 삼진으로 잡아내 무사히 이닝을 마무리했다. 4회 다시 선두타자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사토 다츠히코와 마루야마 마사시를 연속 삼진 처리했다.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면서 안타는 2개만 내주고 9탈삼진 무실점으로 선발투수의 임무를 완수했다.

한국 타선은 일본 선발투수 가요 슈이치로를 공략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일본 사회인야구 최고 투수로 꼽히는 가요는 최고 시속 147㎞의 직구와 체인지업·커브·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로 한국 타자들을 농락했다. 일본의 전설적 포수 후루타아쓰야를 배출한 도요타자동차 야구단 소속으로, 현재 생산관리부에 배치돼 있다.

한국은 가요를 상대로 1회 볼넷 두 개를 얻어내 2사 1·2루 기회를 잡았지만, 노시환이 삼진을 당해 득점하지 못했다. 2~3회에는 4명의 타자가 삼진으로 돌아서면서 삼자범퇴로 물러났다.

4회 최지훈과 윤동희의 연속 안타로 다시 무사 1·3루가 됐지만, 이번에도 삼진과 도루 실패로 기회를 날렸다. 문보경이 때린 안타성 타구는 투수 가요가 호수비로 잡아냈다.

한국은 6회 초에야 가까스로 1점을 뽑았다. 선두 타자 김혜성이 2루타를 치고 출루한 뒤 희생번트로 3루까지 갔다. 4번 타자 노시환이 좌익수 쪽으로 희생플라이를 쳐 1-0으로 앞섰다. 8회에도 선두 타자 김혜성의 볼넷과 노시환의 좌전 적시타로 값진 1점을 보탰다.

그러나 한국은 마지막까지 승리를 확신하지 못했다. 9회 초 유격수 김주원의 실책과 사토의 안타로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마지막 투수 박영현이 땅볼과 병살타로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아내면서 진땀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류중일 감독은 “선발 투수 박세웅이 잘 던졌고, 불펜 최지민과 박영현이 잘 막아줬다”며 “앞으로 마무리 투수는 박영현과 고우석 중 상황을 봐가며 기용하겠다”고 했다.

항저우=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