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은메달 목에 걸고 울먹였다…“언니들 업적 못 이어 속상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여자 핸드볼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에 10점 차로 완패하며 준우승했다. 일본 수비진을 뚫고 슛을 시도하는 김보은(오른쪽). [연합뉴스]

여자 핸드볼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에 10점 차로 완패하며 준우승했다. 일본 수비진을 뚫고 슛을 시도하는 김보은(오른쪽). [연합뉴스]

“언니들의 업적을 이어갈 기회를 제가 날려버린 것 같아서 너무 속상합니다.”

늘 기둥처럼 단단하던 류은희(33·헝가리 교리)마저 끝내 울먹였다. 한국 여자 핸드볼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일본에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건 뒤였다.

한국은 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저장궁상대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일본에 19-29로 완패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전 이후 13년 만의 한·일전 패배다.

관련기사

한국은 명실상부한 여자 핸드볼 아시아 최강국이었다. 여자 핸드볼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단 한 번만 빼고 모두 우승했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만 준결승에서 일본에 덜미를 잡혀 동메달을 땄다. 당시 일본은 결승에서 중국을 넘지 못해 은메달을 가져갔다.

그 후 한국은 일본에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지난 1년간 아시아 정상 자리를 놓고 일본과 접전을 펼치긴 했지만, 결과는 모두 한국의 승리였다. 지난해 12월 아시아선수권 결승에서 연장 승부 끝에 34-29로 이겼다. 지난 8월 파리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 결승에서도 한국이 25-24로 이겨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항저우에서도 2014년 인천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우승을 노렸다. 준결승에서 한국은 중국을 30-23으로 꺾었고, 일본은 카자흐스탄을 40-22로 대파했다. 예상대로 한국과 일본이 결승에 올랐다. 번번이 한국에 금메달을 내줬던 일본은 유니폼까지 새로 갈아입고 나타났다. 파란색 대신 금메달을 상징하는 노란색으로 맞춰 입고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에 도전했다.

팽팽한 승부가 예상됐다. 그런데 경기는 초반부터 일본 쪽으로 기울었다. 한국의 롱슛이 일본의 단신 골키퍼 바바 아쓰코의 신들린 선방에 번번이 막혔다. 산전수전 다 겪은 류은희조차 이번 대회 처음으로 7m 스로를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을 정도다.

바바는 키 1m64㎝로 양국 골키퍼 중 최단신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첫 슈팅 10개 중 8개를 걷어내며 초반 흐름을 장악했다. 한국은 호시탐탐 슛 기회를 노렸지만, 일본의 촘촘한 수비에 막혀 좀처럼 5점 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국은 끝내 8-14로 뒤진 채 전반전을 끝냈다.

한국은 후반 시작 후 강경민과 김보은의 연속 골로 다시 10-15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일본의 공격이 잇달아 성공하면서 순식간에 스코어가 10-18로 벌어졌다. 반면에 한국은 골키퍼와 1대1 찬스에서 시도한 슛이 번번이 골대에 맞고 튕겨 나오는 불운까지 겹쳤다. 13-22로 뒤진 후반 19분쯤 김선화가 시도한 회심의 미들슛은 골키퍼 바바의 발에 맞아 골망을 벗어났다. 한국의 은메달, 그리고 일본의 사상 첫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류은희는 경기 후 “마음이 너무 안 좋다”며 솟구치는 눈물을 끊임없이 삼켰다. 그는 “이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꼭 이기고 싶었다”며 “최고참으로서 내 역할을 잘하려고 항상 최선을 다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고 계속 삐걱거렸다. 잔 실수가 너무 많았다”고 아쉬워했다. 열아홉 막내 김민서는 “다음 대회에선 한·일전을 더 자신 있게 치를 수 있도록 언니들과 함께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