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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통맞은 어린애의 반란…'美 넘버3' 하원의장 끌어내린 82년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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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맷 게이츠 공화당 하원의원. 미국 사상 첫 하원의장 해임 결의를 주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맷 게이츠 공화당 하원의원. 미국 사상 첫 하원의장 해임 결의를 주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임기 중 해임된 3일(현지시간)의 드라마를 쓴 인물은 1982년생 맷 게이츠 하원의원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2010년 하원의원으로 당선해 정계에 입문했지만 존재감이 크진 않았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같은 공화당 소속 대선배 케빈 매카시를 하원의장 직에서 끌어내리면서 조연에서 주연 자리를 꿰찼다.

게이츠의 이미지는 싸움닭에 가깝다. 그는 매카시가 임시 예산안을 처리 가능한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통과시킨 것을 두고 "배신"이라는 거친 표현을 썼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여당 민주당에 협력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임시 예산안 통과 직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하원의장 결의안을 표결에 부치기 위한 세력을 규합 중"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매카시와 설전도 주고 받았다. 게이츠가 "해임 결의안에 한발 다가섰다"고 2일(현지시간) 오후 기자들에게 전하자, 매카시가 소셜 미디어에 "해볼테면 해봐(Bring it on)"라고 쓴 것. 게이츠는 곧 "오케이, 방금 했어"라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되받아쳤다.

해임 결의안이 통과된 후 기자회견 중인 케빈 매카시 의원. EPA=연합뉴스

해임 결의안이 통과된 후 기자회견 중인 케빈 매카시 의원. EPA=연합뉴스

워싱턴DC에선 게이츠의 움직임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거라고 보는 기류가 당초 우세했다. 실제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이 상정된 일도 역사상 3번뿐인 데다, 그나마 모두 부결됐기 때문이다. 게이츠는 그러나 특유의 뚝심으로 결의안을 상정을 주도하고 당내 반란 세력을 규합하는 데 성공했다. 공화당 내 8명이 공화당 하원의장의 해임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표결 결과는 해임 찬성이 216표, 반대가 210표였다. 매카시의 완패다.

의기양양한 게이츠는 매카시 저격 발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의 승리엔 곱지 않은 시선도 쏟아진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 "싸움을 거는 일은 잘하는데 정작 제대로 된 법안을 내놓은 게 뭐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는 기류를 전했다. NYT는 게이츠의 지역구 플로리다 발 기사에서 "'자기애와 야심은 엄청 큰데 정작 내용은 별로 없다'거나 '심통 부리는 어린아이 같은 존재'라는 평이 나온다"고도 전했다.

게이츠 면전에서 "당신이 나르시시스트라는 평가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진 기자도 있다.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 통과 직후다. 그에 대해 게이츠는 "어쨌든 매카시보다 더 나은 하원의장이 의사봉을 잡을 거니 잘 되지 않았냐"고만 대응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 제출 직후 취재진에게 질문 세례를 받고 있는 맷 게이츠 의원. AP=연합뉴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 제출 직후 취재진에게 질문 세례를 받고 있는 맷 게이츠 의원. AP=연합뉴스

게이츠의 정치 DNA는 집안 내력이다. 그의 조부 제리 게이츠와 부친 돈 게이츠 모두 워싱턴DC에선 큰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지역구에선 중량감 있는 정치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플로리다 주립대 졸업 후 윌리엄 앤드 메리 로스쿨을 다녀 변호사로 개업했으나, 2010년 보궐선거에 출마해 하원에 입성했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국가 안보와 참전 군인의 복지, 헌법에 입각한 원칙을 지키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적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조부와 부친보다 중앙 정치에서 이름을 드러내고자 하는 야심가라는 점엔 이견이 없다.

그가 협상보다 갈등을 추구한다는 이미지는 앞으로의 정치 경력엔 득보다 독일 수 있다. NYT는 "게이츠를 지지하는 소수의 열성 팬들은 이번 하원의장 사임으로 팬심이 두터워졌다"면서도 "혼돈의 정치는 다수의 국민을 위한 정책을 세우기 위한 정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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