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부통령 남편 "여성 일 계속하게 돕는게 남자다운 것"

중앙일보

입력 2022.05.12 05:00

업데이트 2022.05.1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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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 10일 용산 청사에서 악수하는 미국의 첫 세컨드 젠틀맨, 더글러스 엠호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 10일 용산 청사에서 악수하는 미국의 첫 세컨드 젠틀맨, 더글러스 엠호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현 대통령이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악수하는 장면이 (지난 10일) 취임식에서 특히 강렬했습니다.”  

미국 사상 첫 ‘세컨드 젠틀맨(the Second Gentleman)’인 더글러스 엠호프 부통령 부군이 11일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은 미국의 첫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의 남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 축하 친서를 전할 인물로 엠호프를 택했다. 그는 지난 10일 용산 집무실을 방문한 첫 외교사절로도 기록됐다. 중앙일보는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의 11일 방한 일정 전체를 동행 취재했다. 국내 언론 중 유일하다. 주한 미국대사관저, 일명 하비브 하우스에서 단독 인터뷰도 진행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미국 축하 사절단으로 방한한 더글러스 엠호프(앞줄 가운데) 세컨드 젠틀맨이 11일 오후 광장시장을 방문했다. 홍석천 씨도 동행해 녹두 빈대떡 등으로 식사했다. 김현동 기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미국 축하 사절단으로 방한한 더글러스 엠호프(앞줄 가운데) 세컨드 젠틀맨이 11일 오후 광장시장을 방문했다. 홍석천 씨도 동행해 녹두 빈대떡 등으로 식사했다. 김현동 기자

이날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은 오전엔 용산 전쟁기념관을 둘러본 뒤 대사관저에서 한국 근무 중인 미 외교단 및 주한미군과 그 가족을 직접 만나 격려했다. 이어 광장시장에 들러 방송인 홍석천 씨와 함께 시장의 대표 먹거리들을 맛본 뒤 인근 청계천을 거닐며 서울 시민과 인사를 나눴다. 미국 부통령 부군의 첫 방한이라 경호는 삼엄했지만 세컨드 젠틀맨 본인은 소탈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광장시장 같은 식당에서 빈대떡을 먹던 차홍규(70)씨는 “고급 식당에 갈 것 같은데 소탈해서 친근했다”며 “미국의 좋은 면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은 본인에 대한 기사를 다룬 중앙일보 지면(2020년 12월 29일자 16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956649)을 보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을 써줬다”며 반가워했다.

이번 방한에서 특히 인상적인 점이 궁금합니다.  
“이틀 됐는데 즐거운 일이 가득했던 터라 1주일처럼 느껴집니다. 우선, 사절단을 이끌고 바이든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게 돼서 큰 영광입니다. 전 국민과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전임 문 대통령과 신임 윤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어요.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있는 지금, 한국에서 이렇게 평화로운 정권 이양이 이뤄지는 건 선명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여러분의 나라가 전세계를 향해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준 겁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첫 여성 부통령과 첫 세컨드 젠틀맨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첫 여성 부통령과 첫 세컨드 젠틀맨이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에서 인상적인 건 뭘까요.  
“음식 등 문화를 먼저 꼽고 싶어요. 넷플릭스 등 다양한 콘텐트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해왔고 로스앤젤레스(LA) 출신이라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만 이렇게 직접 와서 한식을 맛보는 것은 큰 즐거움입니다. 한국 문화와 한식에 푹 빠졌어요. 김치 너무 좋아합니다. 매번 두 번 씩 (리필을) 부탁하고 있을 정도이니까요(웃음).”    

이날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은 가는 곳마다 눈길을 끌었다. 전쟁기념관에 7세 아들과 함께 나들이온 김 모씨는 기자에게 “저분이 미국 부통령 본인 아니고 남편이라고요?”라고 되물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미국 축하사절단 일행이 11일 서울 청계천을 걷고 있다. 시민들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미국 축하사절단 일행이 11일 서울 청계천을 걷고 있다. 시민들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사상 첫 세컨드 젠틀맨으로서 어깨가 무거울 텐데요.  
“이번이 세 번째인데요, 해외 방문 때마다 주목을 받습니다. (대선 레이스에서) 미국 전역의 30개 넘는 주(州)를 방문하면서도 그랬고요. 새로 배우고 느끼는 게 많죠. 나라를 위해 해외에서 헌신 봉사하는 분들과 그 가족을 만나는 건 절대 잊지 못할 경험입니다. 오늘도 주한 미대사관에서 공직과 (미)군 분들을 면담하면서 뭔가 울컥하더군요.”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의 본업은 변호사다. 검사 출신인 부인이 정계에 진출하고, 부통령으로 당선하면서 본인의 커리어는 잠시 접었다. 일종의 ‘경력 단절’이다.

일을 쉬는 것에 대한 좌절감도 있었겠죠.  
“(단호히) 없습니다. 도리어 영광이죠. 제 부인을 사랑해요. 제 나라도 사랑합니다. 세컨드 젠틀맨은 제가 사랑과 국가를 위해 하고 있는 일인 거죠. 물론 저는 제 본업도 사랑합니다. 30년 간 (변호사를) 해왔고, 못하지는 않았어요(웃음). 성공도 일궜죠. 하지만 이 (세컨드 젠틀맨) 기회가 왔을 때 망설임은 전무했습니다. 부인이 첫 성공한 첫 여성 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자고 바로 다짐했어요. 물론 파티를 기획 조정하거나 하는 건 새로운 일이긴 합니다(웃음).”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오른쪽부터). 취임식 날 사진이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오른쪽부터). 취임식 날 사진이다. AP=연합뉴스

미국 뿐 아니라 한국에도 울림을 주네요.  
“부인을 포함해 모든 여성이 자신의 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올려주는 것(lift up)은 남자다운(manly) 일이기도 합니다. 경제발전에도 좋고요. 남자의 기회를 빼앗는 게 아니라 남녀가 함께 성장하는 거니까요. 그녀(해리스 부통령) 역시 저를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부부로서 상호 간에 도움을 주고받는 거죠. 방한 사절단의 리더로 바이든 대통령이 저를 지목하자 (부통령이) 자랑스러워 하더군요(웃음).”
한국에서 양성평등은 다소 민감한 문제가 되어 왔는데요. 한국의 남녀 모두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는요.  
“항상 강조하는 메시지인데요, 양성 평등은 남녀 모두를 위한 겁니다. 단순히 공정의 차원을 넘어 모두의 평등을 위한 거죠. 여성의 성공이 남성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여성의 지위를 높이는 건 경제에도, 우리가 일하는 기업과 기관, 사회 전체에도 좋은 일입니다. 남성을 배제하는 거라는 생각은 잘못됐고, 팩트도 아닙니다. 전 세계 모든 남성이 이를 이해했으면 해요. 오늘 대사관저에서도 많은 여성 공무원 및 군 관계자들이 제게 와서 ‘(해리스 부통령의) 존재만으로 우리는 가능성을 본다, 고맙다’고 하더군요. 소수의 권익을 위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미국의 세컨드 젠틀맨 탄생을 조명한 중앙일보 2020년 12월29일자 16면. 더글러스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은 11일 이 지면을 선물받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이라고 반가워했다. 원문 기사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956649

미국의 세컨드 젠틀맨 탄생을 조명한 중앙일보 2020년 12월29일자 16면. 더글러스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은 11일 이 지면을 선물받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이라고 반가워했다. 원문 기사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956649

해리스 부통령을 향한 정치적 비판도 일각에서 나옵니다만.  
“정치에 뛰어든다는 것, 리더십을 발휘하는 자리에 선다는 것 자체가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거죠. 이 점을 그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카멀라는 강합니다. (비난이) 그를 흔들 수 없죠. 미국 국민을 위한 일에 온 열정을 바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요.”  
중앙일보 독자께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 드립니다.  
“바이든 행정부와 윤(석열) 행정부의 관계가 소중한 한·미 동맹을 위해 특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뿐 아니라 곧 이뤄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메시지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언젠가 곧 다시 한국에 오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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