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운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밤중의 교통여건은 낮에 비해 아주 나쁘다. 교통시설물을 보고 인식하는 감각이 떨어지고, 가로등 불빛도 그다지 밝지 않기 때문에 야간교통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부분의 야간도로가 어두운 것은 가로등의 숫자가 절대 부족하고, 그나마 설치된 가로등의 관리가 소홀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가로표지판만 하더라도 방증에는 눈에 갈 띄지 않아 표지판의 내용이 정확하게 전달되기가 극히 어렵다. 우리나라의 교통안전표지는 주의·규제·지시·보조표치 등 교통안전 표지판을 비롯하여 목적지 예고와 방향을 알리는 도로안내관 등 5종류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교통표지판 가운데 제구실을 하는 표지판은 그다지 많지 않다.
특히 도로예고 표지판과 방향표지판의 내용이 실제도로와 일치하지 않는 것이 많고, 예고표지판의 수가 크게 모자라며 표지판의 설치위치와 크기도 적절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의 야간운전은 그야말로 곡예가 아닐 수 없다. 또 이같이 살벌한 교통여건에서 운전자에게만 안전을 요구하는 사회적인 강요는 커다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도로구조를 보자. 도로가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곡선·기울기 등 도로의 선형뿐 아니라 폭·노면의 평탄성 등 기본적 여건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로는 그 동안 급증하는 교통량을 처리하기 위해 양적인 팽창만 거듭해 질적인 정비가 매우 불충분하다. 특히 방중에는 도로구조상의 결함으로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야간교통사고는 특별시의 도로나 시·군의 도로에서 가장 많이 일어난다. 이들 도로의 구조를 살펴보면 여러가지 도로장애물이 도처에 널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길어 깨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교통사고가 항시 일어난다. 또 도로가 갑자기 좁아지기 때문에 운전자가 미처 대응치 못해 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지하·고가차도 입구 등에는 표면에 발광물질을 부착한 충격 흡수장치(Impact Absorbing Devices)를 설치하거나 충격 때 파괴돼 피해를 줄이는 장치(Break way Supports)가 되어 있어야 하나우리나라 도로에는 이런 시설이 태부족이다.
야간의 보행자 피해율은 매우 높다(전체 교통사고사망자의 59%가 보행자). 이는 자동차가 주거지역을 통과하는 비율이 높고, 대부분의 도로에 보행자 전용도로가 없거나 보도의 폭이 좁은데 있다.
좋지 않은 운전습관 역시 야간교통사고를 부르는 원인이다. 야간사고를 가장 많이 유발하는 법규위반은 과속·중앙선 침범·안전거리 미확보·교차로통행방법 위반·무면 허 운전 등이다.
◇필자약력 ▲한양대공대토목 공학과졸(74년) ▲서울대환경대학원(76년) ▲미국MIT공대교통공학박사(83년) ▲한국과학기술원 교통계획실장(84∼86년) ▲서울시립대도시 공학과교수(86년∼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