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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그때 왜 울었는지 알겠다" 구본길 꺾은 오상욱의 포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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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선배 구본길(왼쪽)을 꺾고 금메달을 딴 오상욱. 연합뉴스

대표팀 선배 구본길(왼쪽)을 꺾고 금메달을 딴 오상욱. 연합뉴스

펜싱 남자 사브르의 간판 오상욱(27)이 5년 만의 '리턴 매치'에서 대표팀 선배 구본길(34)을 꺾고 첫 아시안게임 금빛 찌르기에 성공했다.

오상욱은 25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구본길을 15-7로 물리쳤다. 오상욱은 첫 아시안게임 출전이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 개인전 결승에서 구본길에 패해 은메달에 그쳤다. 오상욱은 개인전에서 은메달에 그쳤지만 같은 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

5년이 흘러 다시 아시안게임 결승 무대에서 구본길과 맞붙은 오상욱은 패배를 설욕하고 생애 첫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개인전 4회 연속 우승을 노린 구본길은 이번엔 오상욱을 넘지 못하고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오상욱은 5년 만의 리턴매치에서 구본길에게 승리했다. 연합뉴스

오상욱은 5년 만의 리턴매치에서 구본길에게 승리했다. 연합뉴스

전날 여자 에페(최인정 금, 송세라 은)에 이어 이틀 연속 개인전 금메달을 두고 '집안싸움' 펼친 한국은 펜싱 최강국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한국 펜싱은 대회 초반 이틀 동안 금 2개, 은 2개, 동 1개를 수확했다. 전날 최인정과 송세라가 여자 에페 개인전 금, 은메달을 나눠 가졌고, 이날 남자 사브르의 금·은메달과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홍세나의 동메달을 추가했다.

16강전에서 아델 알무타이리(사우디아라비아)를 15-6, 8강전에서 무사 아이무라토프(우즈베키스탄)를 15-11로 가볍게 물리친 오상욱은 모하마드 라흐바리(이란)와의 준결승전도 15-11로 여유 있게 이기며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반면 구본길은 초반부터 흔들리며 세대 교체를 예고했다. 16강에서 나자르바이 사타르칸(카자흐스탄)을 15-6으로 제압한 뒤 개최국 중국의 선전펑과 만난 8강전에서 뜻밖의 고전 끝에 15-14로 진땀승을 거뒀다. 유시프 알샤믈란(쿠웨이트)과의 준결승전에서도 1-5까지 끌려다니다가 15-10으로 역전하며 간신히 결승에 올랐다.

결승 초반은 접전이었다. 오상욱이 한 박자 빠른 공격으로 두 점을 먼저 내자 구본길이 두 점을 따라잡아 균형을 맞췄다. 승부는 중반에 갈렸다. 6-7로 밀리던 오상욱이 1m90㎝가 넘는 큰 키를 활용한 과감한 런지 동작 등을 앞세워 내리 9점을 뽑아내며 승리를 확정했다.

오상욱(오른쪽)의 다음 목표는 파리 올림픽이다. 연합뉴스

오상욱(오른쪽)의 다음 목표는 파리 올림픽이다. 연합뉴스

오상욱은 "솔직히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자카르타에서 (구)본길이 형에게 졌을 때 후회가 많이 남았다. 이번엔 지더라도 내 기술을 다 하고 지자는 생각으로 했더니 여유가 생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길이 형이 (4연패라는) 더 큰 기록이 걸려있어서 평소보다 긴장을 한 것 같다. 나에게 운이 따랐다"면서 "지난 대회 때 (구)본길이 형이 나를 이기고 울었는데, 그 마음을 조금 알 것 같다. 형을 이기면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털어놨다.

구본길은 "아쉬운 마음은 없다. 후배인 (오)상욱이가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 내가 4연속 우승을 차지한 것만큼 기쁘다"면서 "개인전 4연속 우승에 도전한 것 자체가 영광이다. 남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상욱은 구본길을 잇는 한국 펜싱의 간판스타다. 이날 우승으로 아시안게임 개인·단체전과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모두 땄다. 세계랭킹 1위도 차지한 적 있다. 외모까지 빼어나 '펜싱 아이돌'로 불린다. 하지만 그가 아직 손에 쥐지 못한 건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다. 구본길은 "상욱이가 부상(지난해 11월 발목 인대 수술)을 겪고서 돌아왔는데, 지금은 다치기 전의 기량을 회복했다고 본다"며 "내년 파리 올림픽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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