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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 남기고 3점차 뒤집었다…장준 태권도, 겨루기 첫 금메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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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태권도 겨루기에 첫 금메달을 안긴 장준. 장진영 기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태권도 겨루기에 첫 금메달을 안긴 장준. 장진영 기자

경량급 간판 장준(23·한국가스공사)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에서 첫 금메달을 따냈다.

장준은 25일 중국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남자 겨루기 58㎏급 결승에서 이란의 신예 마흐디 하지모사에이나포티(이란)를 라운드 점수 2-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라운드에서 접전 끝에 5-4로 승리한 뒤 2라운드에서도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거두며 4-3으로 끝냈다. 경기 종료 5.6초를 남기고 1-4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장준은 회심의 머리 공격으로 3점을 추가해 4-4를 만들며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당황한 마흐디가 공격을 시도하려다 넘어지는 바람에 1점 감점까지 당해 장준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태권도 겨루기에서는 1, 2라운드 점수를 합산하지 않고 라운드당 승패만으로 승부를 가린다.

장준은 16강전부터 결승전까지 4경기를 모두 라운드 점수 2-0으로 마무리하며 압도적 기량을 과시했다. 모흐센 레자이(아프가니스탄)와의 4강전 2라운드에서는 1분35초를 남기고 1-10까지 밀렸지만, 남은 시간 상대 머리를 3연타하는 등 대반격을 펼친 끝에 14-10으로 스코어를 뒤집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겨루기에는 남녀 개인전과 혼성 단체전을 합쳐 총 11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장준이 금메달을 확정 지은 직후 두 팔을 번쩍 들어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장준이 금메달을 확정 지은 직후 두 팔을 번쩍 들어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장준은 가진 게 많은 선수다. 체급(58㎏)에 비해 큰 키(1m82㎝)가 돋보인다. 타점 높은 발차기가 주무기다. 강한 체력에 유연성과 기술, 근성까지 겸비했다. ‘미스터 태권도’로 불린 이대훈(현 태권도 대표팀 코치)이 은퇴한 이후 한국 태권도를 이끌어 나갈 후계자로 첫손에 꼽힌다.

2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에 그친 게 심기일전의 계기가 됐다. 당시 4강에서 무명이던 무함마드 칼릴 젠두비(튀니지)에게 19-25로 패해 결승 문턱에서 도전을 멈췄다. 국내외 태권도계에서 “58㎏급 최강자는 장준”이라고 입을 모은 게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

장준은 “당시 코로나19로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해 실전 감각이 무뎌진 상태였다”면서 “올림픽이 열린 경기장에 서보니 코트가 하나뿐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한곳에 모이는 구조였는데, 그 압도적인 분위기를 견뎌내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마음을 놓긴 이르다. 세계랭킹 3위 장준이 내년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려면 치열한 국내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같은 체급에 랭킹 4위 박태준(경희대), 6위 배준서(강화군청) 등 월드 클래스 경쟁자들이 즐비하다.

장준은 “지금은 지키는 입장이 됐지만, 나도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온 경험이 있다”면서 “상대의 기세를 의식하지 않고 내 흐름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라이벌이 있기에 나도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확정 지은 장준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확정 지은 장준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하고 싶은 일도 미리 정해 놓았다. 메달을 목에 걸고 프랑스 프로축구 파리생제르맹(PSG)의 홈구장(파르크 데 프랭스)을 방문해 축구 경기를 관전하는 게 꿈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의 첫 식사는 라면이다. 장준은 경기에 앞서 “어릴 땐 체중 조절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근육량이 늘어 대회 한 달 전부터 식이요법을 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면 경기를 마친 날 저녁에 무조건 라면을 먹는다.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매콤하고 짭짤한 라면의 유혹에 기분 좋게 넘어갈 것”이라며 웃었다.

한편 정유진(청주시청), 하광철(부산시청), 곽용빈(충남체육회)으로 구성된 한국 사격 대표팀은 이날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사격 남자 10m 러닝타깃 단체전에서 1668점을 기록,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은 2위 북한(1668점)과 총점은 같았지만, 이너텐(Inner Ten·10점 정중앙) 횟수에서 앞서 금메달을 땄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태권도 겨루기에 첫 금메달을 안긴 장준. 연합뉴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태권도 겨루기에 첫 금메달을 안긴 장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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