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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제르 군부 인질극에…"연말까지 철수" 마크롱 백기 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오른쪽)이 올해 6월 아프리카 니제르의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엘리제궁에서 맞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오른쪽)이 올해 6월 아프리카 니제르의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엘리제궁에서 맞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프랑스가 외교 인력과 군을 연말까지 철수한다고 미국 CNN·프랑스24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옛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니제르에서 반불(反佛) 정서가 고조되는 등 사태가 악화되자 프랑스가 사실상 ‘백기 투항’을 하는 모양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저녁 공영 방송을 통해 “니제르 주재 실뱅 이테 프랑스 대사가 외교관들과 함께 몇 시간 내로 프랑스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며 “니제르의 ‘사실상 당국’은 더는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프랑스는 그들과의 군사 협력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결정은 프랑스가 폭동 주의자들의 인질이 되려고 니제르에 머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는 조용히 철수하기를 원한다. 연말까지 프랑스군은 한 명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니제르 군부도 자국 매체에 밝힌 성명에서“프랑스군과 대사가 연내 철수한다”면서 “제국주의 세력들은 우리 조상들의 땅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지난 7월 26일 니제르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친서방 성향의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이 실각했다. 니제르 군부는 대테러 작전 등을 명목으로 니제르에 주둔해 있던 프랑스군 약 1500명의 완전 철수를 요구했고, 프랑스 대사에겐 “48시간 내로 떠나라”고 통첩했다.

반면 프랑스는 “니제르의 합법적인 대표인 바줌 대통령의 요구가 아닌 한 철수는 없다”며 거부했다. 이달 초까지만 “우리가 원하는 한 프랑스 대사는 니제르에 머물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유럽연합(EU)도 “니제르 군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프랑스를 지지했다.

니제르 군부는 이에 프랑스 대사를 외교상 기피 인물(Persona non Grata)로 올려놓고 추방 명령을 내렸다. 프랑스 대사관을 에워싸고 외교관들의 외출은 물론 식량 보급도 막았다. 프랑스의 군 기지와 대사관 앞에선 군부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프랑스 국기를 태우는 반대 시위까지 연일 벌어졌다.

이와 관련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5일 자국 취재진에게 “대사와 외교관들이 밖으로 나갈 수 없어 군용 식량으로 버티고 있다”면서 “문자 그대로 대사관에 인질로 잡혀 있는 상태”라고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군부가 24일 니제르 영공에서 모든 프랑스 국적기의 비행을 금지한다고 발표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결국 철수 방침을 밝혔다.

AP통신은 “이번 철수는 프랑스의 대아프리카 정책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는 과거 식민 지배를 했던 니제르와 말리, 부르키나파소 등 아프리카 사헬 지역 국가들에 경제·정치·군사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특히 니제르는 세계 7대 우라늄 생산 국가로, 프랑스의 전체 우라늄 수입 5분의 1이 니제르에서 나온다. 니제르 측은 “프랑스가 니제르의 우라늄을 싼값으로 후려치기해 가져간다”는 입장이었다.

사헬 국가들의 ‘서방 이탈’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곳은 유럽을 겨냥해 테러를 저지르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주요 근거지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영국, 미국 등과 함께 대테러 작전을 명목으로 군을 주둔시켜 왔다.

그러나 최근 2~3년새 말리·부르키나파소·니제르에 군부 쿠데타가 차례로 일어나면서 서방 진영은 순차적으로 군을 철수시키고 있다. CNN은 미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니제르에 주둔 중인 미군 1100명도 수주 안에 철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서방이 빠진 공백을 러시아가 메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프랑스24에 따르면 앞서 유누스벡예브쿠로프 러시아 국방부 차관 등이 지난 16일 말리로 들어가 말리와 니제르 등의 정치 지도자들을 두루 접촉했다.

지난 8월 아프리카 니제르의 수도 니아메의 프랑스군 기지 앞에서 시위대가 프랑스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8월 아프리카 니제르의 수도 니아메의 프랑스군 기지 앞에서 시위대가 프랑스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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