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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정서 더 큰 2030 "주한미군, 中에 대한 대응도 해야" 50% [창간기획-한·미동맹7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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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전쟁의 모든 교전 당사국은 전쟁으로부터 중요한 교훈을 배웠다. 이 시기의 미국 정치인들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의 안보와 무관하다고 선언했던 멀리 떨어진 나라에 군을 파병함으로써 보여준 비전으로 기억될 자격이 있다.”

최근 한국어로 출간된 저서 『외교』(Diplomacy)에서 미국 현실주의 외교의 거장 헨리 키신저는 ‘한국은 미국의 방어선 밖에 있다’던 미국의 기존 입장을 뒤집은 해리 S.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참전 결정을 “한국 문제에 대해 확고히 맞서기로 한 용기”로 평가했다.

이런 ‘비전’과 ‘용기’를 바탕으로 함께 피흘린 한·미 동맹이 올해로 70년을 맞았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온국민의 땀으로 다시 일군 지금의 대한민국은 침략당한 피해국이 아니라 책임있는 평화 수호국으로 국제무대에 다시 섰고,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생물체와도 같은 동맹은 7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방향으로 진화했다.

올해로 창간 58주년을 맞은 중앙일보는 동맹의 기반인 한·미 상호 방위조약 체결일(1953년 10월 1일)을 앞두고 국민과 함께 과거 70년을 돌아보고, 미래 70년을 내다보기 위해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8월25일~9월13일 사이 전국의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 조사(최대허용 표집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로, 표집은 성별·연령별·지역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를 통해 한·미 동맹의 과거와 현재를 평가하고, 미래에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2030 절반 "한·미 관계 더 좋아진다"  

1953년 10월 1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서명하는 당시 변영태 외무장관과 존 포스터 덜레스 미 국무장관.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1953년 10월 1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서명하는 당시 변영태 외무장관과 존 포스터 덜레스 미 국무장관.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1953년 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70년 간 한·미 관계가 전영역에서 협력하는 전략적 포괄 동맹으로 발전한 가운데 미래 70년의 동맹을 이끌어갈 2030(18~19세 포함) 세대는 앞으로 한·미 관계가 더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며 지금보다 밝은 동맹 청사진을 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중앙일보 창간 58주년과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중앙일보·동아시아연구원(EAI)이 실시한 심층 대면 면접조사 결과 2030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50.6%는 미래의 한·미 동맹 관계는 한층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미 관계가 향후 더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한 전체 응답자 평균(46.6%)보다 2030 세대의 평가가 4.0%P 높게 나타났다.

2030 응답자 중 한·미 관계가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답변은 44.0%였다. 이를 종합하면 2030 세대 중 94.6%는 한·미 동맹의 미래는 최소한 현재의 협력 강도 이상일 것이라고 전망한 셈이다. 이는 미래 동맹의 주역이 될 세대가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핵심 과제로 추진하는 정부의 외교 기조를 지지한다는 해석도 가능한 결과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북한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에 대해서도 2030은 다른 세대에 비해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주한미군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중국에 대한 대응’도 해야 한다는 2030 세대의 응답은 50.0%로 전체 평균(47.3%)보다 높았다. 이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고착화한 반중(反中) 정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美에 호의적인 2030, 中에는 '강경'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실제 2030의 경우 한·미 양국이 동맹 차원에서 인권 침해와 문제와 공급망 재편 등 대중(對中) 이슈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다. 중국의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인권 침해에 대해 한·미 동맹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2030의 답변은 54.5%로 전체 평균(52.4%)보다 조금 높았다. 18~29세로 범위를 좁혀 보면 응답률은 59.1%까지 올라갔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 영역의 대중 견제 필요성에 대해서도 2030의 긍정 답변(61.2%)이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2030의 경우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전반의 평화 유지를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응답도 61.9%로 평균(56.6%)보다 5.3%P 높게 나타났다. 주한미군이 핵·미사일 등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하는 방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2030과 전체 평균이 모두 62.2%로 같았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030 세대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에도 강한 긍정 인식을 보였다. 현 정부의 가장 중요한 외교 관계를 묻자 2030 세대 중 79.2%는 한·미 관계라고 답했는데, 이는 전체 응답자 평균(74.8%)보다 4.4%P 높은 수준이었다.

이같은 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2030 세대는 경쟁과 갈등을 반복하는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한층 강화해 중국의 문제적 행동에 대응하고, 나아가 한·미 동맹이 동아시아 지역 전체의 안보 파수꾼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보는 셈이다.

10명 중 7명 "中, 美 능가 못 한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미중 경쟁에서 중국이 당분간 미국을 능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미중 경쟁에서 중국이 당분간 미국을 능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미·중 경쟁을 전망하는 의견에서는 2030 응답자의 73.4%가 가까운 장래에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체 평균(68.4%)보다 미국의 우위를 예상하는 의견이 5%P 높았다.

미·중 경쟁에서의 승자 예측은 세대를 불문하고 미국 쪽으로 기울었는데, 특히 1년 전 같은 질문을 했을 때에 비해 미국 손을 드는 비율이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가까운 장래에 중국이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의견이 48.2%에 달했는데, 올해는 31.7%로 16.5%P 줄었다. 이는 최근 한·미·일 3국이 사실상의 동맹 수준으로 공조 태세를 강화하는 등 동맹과 우방을 규합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바이든식 대중(對中) 정책이 한 단계 진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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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은 미국에 대한 호감도 역시 강한 편에 속했다. 조사 결과 2030 응답자 중 73.9%가 미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전체 평균은 71.9%였다.

특히 2030의 경우 미국에 호감을 갖는 이유로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을 꼽은 응답자가 44.9%로 전체 평균(41.5%)보다 높았다. 미국과 가치를 공유한다는 생각이 결국 한·미 동맹은 물론 미국을 향한 긍정적 인식의 핵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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