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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서 3명이 떨어졌는데…여자 근대5종 '동메달 반전 드라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은 24일 여자 근대5종에서 첫 금메달을 기대했다. 여자 대표팀 멤버인 김선우(27·경기도청), 김세희(28·BNK저축은행), 성승민(20·한국체대), 장하은(19·경기도청)이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석권하기에 충분한 기량을 갖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24일 중국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근대5종 여자 단체전 시상식에서 김세희, 성승민, 김선우(왼쪽부터)가 동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항저우(중국)=장진영 기자

24일 중국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근대5종 여자 단체전 시상식에서 김세희, 성승민, 김선우(왼쪽부터)가 동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항저우(중국)=장진영 기자

문제는 '말'이었다. 펜싱, 승마, 수영, 레이저런(육상+사격)으로 이어지는 근대5종 경기 도중 두 번째 레이스인 승마에서 문제가 생겼다. 김선우를 제외한 세 선수가 모두 말에서 떨어져 0점 처리됐다.

근대5종 단체전은 국가별 출전 선수 중 상위 3명의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김선우는 승마 5위로 299점을 확보해 상위권 경쟁을 이어갔지만, 다른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뒤로 처졌다. 네 명이 함께 목표로 삼았던 단체전 금메달의 꿈도 그 순간 날아가버렸다.

김선우는 개인전 은메달로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긴 뒤 "꼭 단체전에서 다 같이 금메달을 걸고 웃으며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승마에서 다들 안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을 보고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아 정말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대한근대5종연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짧은 시간에 다른 국가의 말을 길들이는 게 쉽지 않다. 말이 탑승자를 거부해 낙마하거나 시간 초과로 0점을 받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광태 대한근대5종연맹 부회장도 "낙마는 기온 등 환경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낙마한 선수가 '역대급'으로 많이 나온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이날 출전 선수 19명 중 절반에 가까운 9명이 낙마나 시간 초과 등의 사유로 1점도 받지 못했다.

24일 중국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근대5종 여자 단체전 시상식에서 김세희, 성승민, 김선우(왼쪽부터)가 동메달 수상을 위해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항저우(중국)=장진영 기자

24일 중국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근대5종 여자 단체전 시상식에서 김세희, 성승민, 김선우(왼쪽부터)가 동메달 수상을 위해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항저우(중국)=장진영 기자

그러나 같은 이유로 여자 근대5종 대표팀은 기분 좋은 반전 드라마를 경험했다. 빈손으로 돌아갈 줄 알았던 여자 단체전에서 깜짝 동메달을 수확한 것이다. 은메달리스트 김선우가 얻은 1386점에 김세희의 1100점과 성승민의 1088점이 더해져 총 3574점을 쌓아올렸다. 모두가 마지막 레이스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덕에 중국(4094점)과 일본(3705점)에 이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은메달을 목에 걸고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던 김선우는 단체전 동메달 획득 소식에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김선우에게 박수를 보낼 채비를 하던 김세희, 성승민, 장하은도 함께 얼싸안고 울어버렸다. 한국 여자 근대5종 대표팀은 그렇게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의 환희를 함께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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