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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도하처럼, 항저우서 金 한번 더"...불혹의 '하키 콤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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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꿈꾸는 40세 주장 이남용(왼쪽)과 39세 부주장 장종현. 김종호 기자

17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꿈꾸는 40세 주장 이남용(왼쪽)과 39세 부주장 장종현. 김종호 기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한 번 더 목에 걸 수만 있다면 더는 소원이 없습니다."

한국 남자 하키대표팀의 '베테랑 콤비' 이남용(40)과 장종현(39)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빛 피날레를 꿈꾼다. 두 선수는 한국 하키의 살아 있는 레전드다. 장종현이 A매치 321경기로 최다 출장 기록 보유자고 이남용은 역대 2위(300경기)다.  20년간 꾸준히 국가대표로 활약한 덕분에 달성한 대기록이다.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두 선수는 아직 배고프다.

이남용(왼쪽)과 장종현은 한국 남자 하키의 레전드다. 김종호 기자

이남용(왼쪽)과 장종현은 한국 남자 하키의 레전드다. 김종호 기자

두 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간절히 원한다. 이남용과 장종현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막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남자 하키가 내리막길로 접어들며 입상조차 어려워졌다. 남자 하키는 2010 광저우 대회 4위, 2014 인천 대회 동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5위로 좀처럼 결승 문턱을 밟지 못했다. 이번 대회 우승팀에겐 내년 파리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불혹의 나이로 대표팀 주장을 맡은 최고참 이남용은 "도하에선 그저 형들이 시키는 대로만 했다. 두 번째 금메달을 금방 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느덧 마흔이다.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도전인데 꼭 종현이에게 금메달을, 후배들에겐 우승의 기쁨과 올림픽 출전권을 선물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나이 많은 부주장 장종현은 "국제 대회에 나가면 이미 지도자가 된 다른 나라 친구들이 '아직도 현역이냐'며 놀란다. 하지만 20대 팔팔한 후배들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단 백전노장의 경험을 무시하면 큰코다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남용(왼쪽)은 손흥민 같은 공격수, 장종현은 김민재와 비교되는 수비수다. 김종호 기자

이남용(왼쪽)은 손흥민 같은 공격수, 장종현은 김민재와 비교되는 수비수다. 김종호 기자

이남용은 공격수다. 주로 왼쪽 측면에서 뛰다 중앙으로 파고들며 시도하는 강하고 정교한 스쿱(스틱으로 공을 띄워서 치는 기술)이 주특기다. 손흥민(토트넘)의 전매 특허인 감아차기 슈팅을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별명도 '하키 손흥민'이다. '캡틴'인 데다 스피드가 주 무기인 점도 닮았다. 팀 사정에 따라 수비수로 뛰는 멀티 능력까지 갖춰서 전술적 가치가 높다.

이남용은 지독한 연습벌레이기도 하다. 조카뻘 후배들도 포기하는 지옥훈련도 이 악물고 끝까지 버텨낸다. 그는 "훈련 중 헛구역질이 나올 만큼 힘들 때도 있다. 그래도 '나이가 많아 못 따라온다'는 얘기만큼은 듣기 싫다. (훈련을 마치고) 방에 돌아오면 안 아픈 곳이 없다"며 웃었다.

20년 이상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이남용(왼쪽)과 장종현은 눈빛만 봐도 안다고 했다. 김종호 기자

20년 이상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이남용(왼쪽)과 장종현은 눈빛만 봐도 안다고 했다. 김종호 기자

장종현은 수비수다. 거구의 유럽 선수들과 몸싸움을 피하지 않고, 상대의 히트(슛)는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낸다.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사는 그가 롱런하는 비결은 페널티 코너 전담 슈터(페널티 코너 패스를 받아 슛을 때리는 선수)라서다. 페널티 코너는 골대와 9m 떨어진 곳(골 라인)에서 시작하는 세트 플레이다. 축구의 코너킥·프리킥과 비슷하다.

고난도 슛 기술이 필요해 수비수가 전담 슈터로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장종현이 '골 넣는 수비수'로 유명한 축구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는 신인 시절 완벽한 슛을 위해 팀 훈련 후 매일 400회 이상의 추가 페널티 코너 훈련을 했다. 도하 아시안게임 당시 이 기술로 15골을 몰아쳐 득점왕에 올랐다.  특이한 이력 덕분에 세계적인 하키 강국인 독일, 네덜란드 프로 리그 생활도 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 팀은 내년 파리올림픽 본선에 직행한다. 김종호 기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 팀은 내년 파리올림픽 본선에 직행한다. 김종호 기자

장종현은 주로 왼쪽에서 뛴다. 왼쪽 전방을 누비는 이남용과 콤비 플레이를 펼친다. 이남용은 "종현이가 찔러준 패스를 내가 골로 연결해 승리한 경기가 여럿 있다. 항저우에서도 종현이의 패스를 받아 금메달을 결정짓고 싶다"고 했다. 장종현은 "남용이 형과는 1년 중 8개월을 함께 지낸다. 2002년에 처음 만났으니 20년 차를 넘긴 부부나 마찬가지"라면서 "눈빛만 봐도 패스 타이밍을 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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