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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청구 vs 입원 단식 ‘이재명 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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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19일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건강 악화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을 받는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뉴스1]

단식 19일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건강 악화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을 받는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뉴스1]

예견됐던 대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을 둘러싼 여야의 강대강 극한 대치는 현실이 됐다. 검찰은 18일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개발 특혜 관련 200억원의 배임 혐의와 쌍방울의 800만 달러 대북 송금에 따른 제3자 뇌물 혐의로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민주당은 의원 전원 명의로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내고 용산 대통령실로 몰려가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검찰의 이 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는 지난 2월 16일 대장동 개발 특혜에 따른 4895억원 배임, 성남FC 불법 후원금 133억원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대장동 체포동의안이 같은 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39표, 반대 138표로 부결된 지 7개월 만이다. 법원이 이날 곧바로 법무부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보내면서 체포동의안은 20일 오전 국회 본회의 보고를 거쳐 21일 오후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에 부쳐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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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도 이날 오전 “총체적으로 국정이 혼란에 빠진 데 장관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한덕수 총리 해임건의안을 맞불로 제출했다. 한 총리 해임안 역시 국회법 절차상 20일 본회의 보고와 21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국민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에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과 제1 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동시에 벌어지는 광경을 지켜보게 된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단식 19일째인 이날 오전 7시10분쯤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당시) 탈수 증상에 정신이 혼미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생리식염수 투여 등 응급조치를 받은 이 대표는 2시간여 뒤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면서 한민수 대변인을 통해 “최소한 수액치료 외에 음식을 섭취하지 않겠다”며 단식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영장을 청구한 서울중앙지검. [뉴시스]

영장을 청구한 서울중앙지검. [뉴시스]

이 대표 영장청구 소식은 응급실 후송 두 시간 뒤인 오전 9시쯤 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시작된 직후 전해졌다. 이에 권칠승 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표의 병원 이송 소식이 뜨자 득달같이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발표했다. 병원 이송 소식을 영장 청구 소식으로 덮으려는 노림수”라고 반발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후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춘숙 원내정책수석부대표를 통해 한 총리 해임 건의안을 제출한 데 이어 의원 100여 명과 함께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는 인간띠 잇기 시위를 벌였다.

개딸 ‘체포안 부결 확답’ 인증 릴레이…여당 “단식 중단하고 민생 챙겨야”

박 원내대표는 현장에서 “검찰은 오늘 이 대표가 건강 악화로 더 이상 단식을 할 수 없는 상황, 병원으로 이송된 그 시간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민주당을 분열시키고, 정권의 권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이 정권의 의도는 성공할 수 없다”며 내각 총사퇴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오는 21일 본회의에서 한 총리 해임건의안과 이 대표 체포동의안의 동시 표결이 이뤄질 경우 여야가 거칠게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헌정 사상 가결된 전례가 없다. 과거 여덟 차례 발의됐으나, 세 차례 부결됐고 나머지는 표결 없이 폐기됐다. 제1 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역시 2월 27일 이 대표의 대장동 체포동의안 부결 외엔 전례가 없다.

관건은 국회 다수당인 167석 민주당의 선택이다. 헌정 사상 최초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가결시키되, 체포동의안은 부결 내지는 의원 전원 퇴장을 통해 무효로 몰고 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민주당의 ‘이재명 방탄 쇼’가 클라이맥스를 찍게 된다. 이에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입원 단식은 민주당을 하나로 결집시켜 자신의 체포안 2차 무산에 따른 반발을 최소화하고, 한 총리 해임안 가결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정치적 타격은 극대화하려는 노림수”란 분석도 나온다. 정부의 체포동의안 국회 이송 절차가 늦어져 20일 오전 본회의에 보고되지 못하고 21일 본회의에 보고되고, 25일 본회의에서 표결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경우 21일엔 한 총리 해임건의안 표결만 먼저 이뤄질 수 있다. 당초 여야가 25일 본회의에 대해 “필요 시 추가 개최한다”고 합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일정을 고려하면 열릴 가능성이 크다.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당장 이날부터 민주당 의원의 체포안 ‘부결 확답 메시지’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는 인증 릴레이에 들어갔다.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문진석, 이병훈 의원님 부결하신다고 답장받았어요’라는 제목의 글과 “민주당의 총선 승리와 미래를 위해 꼭 부결해 주십시오!”라는 메시지에 두 의원이 “네”라고 답한 캡처 파일이 올라왔다. 또 다른 글에선 정태호 민주연구원장이 “당연히 (부결)할 것입니다. 부결시키는 것이 무도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쓴 문자 화면이 담겼다. “부결을 부탁드린다”는 문자에 친문(親文) 윤건영 의원에게 답을 받았다는 한 지지자는 “위기일수록 당을 중심으로 단합된 힘으로 뭉쳐 싸워야 합니다”는 윤 의원 메시지를 캡처해 올렸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대표의 쾌유를 빌면서도 명분 없는 단식을 중단하라고 지적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이 옳다고 생각하면 부결 당론을 정하고 국민의 평가를 받으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제1 야당의 대표 자리로 돌아와 여야 대표 회담을 비롯, 민생을 챙기는 데에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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