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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71) 유비가 드디어 익주를 차지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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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가 유장을 지원하기로 결심했을 때, 유비를 사로잡아오겠다고 호언장담한 자는 바로 마초였습니다. 장로는 크게 기뻐하며 마초에게 2만 명의 군사를 내어주었습니다. 마초는 유비가 면죽을 차지하는 사이에 가맹관을 공격했습니다. 맹달과 곽준이 지키고 있었지만 힘에 부쳤습니다. 구원군이 속히 오지 않는다면 가맹관은 마초의 것이 될 참입니다.

가맹관에서 밤낮으로 겨룬 장비와 마초. 출처=예슝(葉雄) 화백

가맹관에서 밤낮으로 겨룬 장비와 마초.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은 장비만이 대적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장비가 더 분발하도록 하기 위해 격장계(激將計)를 썼습니다. 장비가 당장 달려가 마초를 무찌르겠다고 하자, 제갈량이 심드렁하게 말했습니다.

지금 마초가 관애를 침범하고 있지만 관우밖에는 당해낼 사람이 없습니다. 형주로 사람을 보내어 데려오기라도 해야 대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군사! 어째서 나를 깔보시오? 나는 혼자 조조의 백만 대군을 막기도 했는데 어찌 하찮은 마초 하나쯤을 걱정하겠소?

그대는 물을 의지해 막고 다리를 끊었는데, 그것은 조조가 허실을 몰랐기 때문이었소. 만약 허실을 알았다면 장군이 어찌 무사했겠소? 지금 마초의 용맹은 천하가 다 알고 있소. 위수교의 큰 싸움에서 매우 놀란 조조는 수염을 자르고 홍포를 벗어버리는 등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었소. 예사 사람과 비교할 게 아니오. 관우 역시 꼭 이긴다고 말할 수는 없소.

내가 당장 가겠소! 마초를 못 이긴다면 군령을 달게 받겠소이다.

제갈량은 위연에게 5백 명의 기마 초병을 주어 앞서가게 하고 그런 다음에 장비가 출발하도록 했습니다. 유비가 후군이 되어 가맹관으로 향했습니다. 가맹관에 도착한 장비가 드디어 마초와 맞붙었습니다. 전투는 기 싸움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연인 장비를 알고 있느냐?

우리 집안은 여러 대에 걸친 공후(公侯)의 가문이다. 어찌 촌구석의 하찮은 놈을 알겠느냐?

한 방 맞은 장비가 불같이 성을 내며 달려나갔습니다. 마초도 겁날 것 없이 말을 몰았습니다. 두 자루의 창이 부딪치며 싸우길 1백여 합. 승부가 나질 않았습니다. 잠시 진으로 돌아온 장비는 다시 뛰쳐나갔습니다. 마초와 또다시 1백여 합을 겨뤘습니다. 유비가 징을 쳐서 싸움을 중지시켰습니다.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하지만 장비는 열이 올라 씩씩대며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횃불을 밝히고 밤새도록이라도 싸우겠다!

내가 바라던 바다!

양쪽 군사들은 횃불을 피우고 함성을 질렀습니다. 대낮같이 훤한 가맹관에서 두 장수는 또다시 맞붙었습니다. 결국은 승부를 내지 못하고 각자의 진영으로 돌아갔습니다. 유비는 마초의 용맹함에 홀딱 반했습니다. 그를 수하로 삼고 싶었습니다. 제갈량이 계책을 내었습니다.

제가 들으니 동천의 장로는 스스로 한녕왕(漢寧王)이 되려고 하고, 수하의 모사 양송은 뇌물을 매우 밝힌다고 합니다. 작은 길로 사람을 한중으로 보내 먼저 금은(金銀)을 써서 양송의 마음을 잡아놓고 장로에게 편지를 보내어 ‘내가 유장과 서천을 다투는 것은 너의 원수를 갚아 주려는 것이다. 이간하는 말을 들으면 아니 될 것이다. 일을 끝낸 다음 네가 한녕왕이 되도록 보증 추천하겠다’고 하시어 그들에게 마초의 군마를 철수시키게 하소서. 그들이 막 철수하려고 할 때 계책을 써서 마초를 항복시키면 될 것입니다.

제갈량이 계책대로 양송이 일을 척척 만들어갔습니다. 마초에게는 군사를 철수시키라고 했지만 공을 세우기 전에는 물릴 수 없다며 철수하지 않았습니다. 연달아 세 번이나 불렀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양송은 마초가 싸움을 그만두지 않으려는 것은 반역의 뜻을 품고 있는 것이라며 사람들을 시켜 소문을 퍼뜨렸습니다. 마초는 이 소문을 듣고 깜짝 노라 철수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양송이 퍼뜨린 소문은 마초가 한중으로 오지 못하도록 길목마다 지키고 있었습니다. 마초는 오도 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마초와 일면지교(一面之交)가 있는 이회가 나서서 마초를 항복시켰습니다. 유비는 마초를 직접 맞아들이고 상빈의 예로 대우했습니다. 마초는 유비가 유장과 싸울 필요 없이 직접 유장을 불러내어 항복시키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유장을 만나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본래 장로의 군사를 거느리고 익주를 구원하러 왔소. 그런데 장로가 양송의 헐뜯는 말을 믿고 도리어 나를 헤치려 할 둘 누가 생각이나 했겠소? 이제 이미 유황숙에게 귀순했으니 공도 땅을 바치고 항복하여 백성들의 고초를 덜어 주시오. 만일 판단력을 잃고 계속 맞선다면 내가 먼저 성을 공격하겠소!

유장은 깜짝 놀라 흙빛 얼굴이 되어 기절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성문을 열고 투항하여 백성을 구하자고 했습니다. 참모인 동화가 1년은 버틸 수 있으니 싸울 것을 청했습니다. 하지만 유장의 마음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우리 부자가 20여 년 동안 촉에 있으면서 백성들에게 은덕을 베푼 것이 없는데, 3년간의 전란 통에 혈육들을 초야에 버리게 했으니 그것은 모두 나의 잘못일세. 내 마음이 어찌 편하겠는가. 투항하여 백성들이나 편히 살도록 하는 것이 낫겠네.

유장은 성문을 열고 직접 인수(印綬)와 문적(文籍)을 가지고 유비에게 투항했습니다. 백성들은 향과 꽃을 들거나 등촉을 들고 환영했습니다. 유비는 스스로 익주목(益州牧)이 되었습니다. 항복한 문무관원들에게 무거운 상을 내리고 각자 벼슬을 주었습니다. 사졸들을 걸게 먹이고 백성들을 구휼했습니다. 또한 여러 관원에게 성도의 좋은 집과 땅을 나누어 주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조운이 간했습니다.

성도로 입성하는 유비를 환영하는 백성들. 출처=예슝(葉雄) 화백

성도로 입성하는 유비를 환영하는 백성들. 출처=예슝(葉雄) 화백

익주의 인민은 난리를 여러 번 만나 땅과 집들이 모두 비었습니다. 이제는 백성들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편안히 살면서 본업에 복귀하게 해야 민심이 비로소 안정될 것입니다. 뺏어서 사사로이 주는 것은 마땅치 않습니다.

모종강은 이 부분에서 조운의 품격(品格)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유비는 정처 없이 쫓길 때도 차마 백성을 버리지 못했으면서, 서천을 얻자 백성들의 전지(田地)를 공신들에게 상으로 주려고 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조운이 간한 것은 조운이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나라를 사랑하면 다시 집을 사랑할 수 없다. 그래서 전에 계양군을 뺏었을 때는 장가를 들어 가정을 꾸리라는 권고에도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고, 이제 서천으로 들어와서는 집이나 전지를 준다고 해도 그런 것들이 조금도 그의 마음을 잡지 못한다. 옛날 한나라 때 곽거병 장군의 기풍이 있다. 하나의 명장(名將)이라는 것만으로 어찌 그의 인재(人才)를 다 평가할 수 있겠는가?’

유비는 기뻐하며 조운의 말을 따랐습니다. 제갈량은 법을 엄격히 시행하는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법정이 형벌을 너그럽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하자 제갈량이 법이 엄격해야 할 이유에 대해 말했습니다.

유비가 익주를 차지하는데 일등공신인 법정. 출처=예슝(葉雄) 화백

유비가 익주를 차지하는데 일등공신인 법정. 출처=예슝(葉雄) 화백

그대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오. 진나라는 가혹하게 법으로 다스려 백성들이 모두 원망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조는 너그럽고 어질게 덕정을 폈던 것이오, 지금 유장은 어리석고 나약하여 덕정을 펴기는커녕, 형벌도 엄하게 집행하지 못해 군신 간의 기강이 갈수록 문란해졌소. 총애하는 벼슬이 한껏 높아지면 경멸하게 되고, 순종하라고 은혜를 베풀면 업신여기게 되오. 폐단은 실로 여기서부터 생겨나는 것이오. 내가 지금 법을 존엄하게 하고 벼슬을 제한하여 법을 집행하면 은혜로움을 알고, 벼슬이 올라가면 영예로움을 알게 할 것이오. 영예와 은혜가 아울러 이루어지면 상하의 절도가 서게 될 터이니, 다스리는 도가 여기서 나타나게 될 것이오.

이로부터 익주의 군민(軍民)이 모두 안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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