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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칼부림 그날 서울 오존 역대 최악…0.2 ppm도 넘었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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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에 올해 첫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5월 11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 전광판에 관련 안내가 표시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오존주의보가 점점 빨리 발령되고, 점점 더 늦게까지 발령되면서 발령기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지역에 올해 첫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5월 11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 전광판에 관련 안내가 표시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오존주의보가 점점 빨리 발령되고, 점점 더 늦게까지 발령되면서 발령기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21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대기오염 측정소의 오존(O3) 측정 수치는 0.223ppm (223ppb)을 찍었다.
한 시간 뒤인 오후 5시에는 오염도가 0.227ppm으로 올랐고, 오후 6시에는 동대문구의 수치도 0.201ppm을 기록했다.

오존주의보 발령기준(0.12ppm)은 이날 오후 1시에 이미 넘어선 상태였다.
오존 경보(0.3ppm)나 중대 경보 발령 기준(0.5ppm)에는 못 미쳤으나, 1995년 서울에 오존경보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0.2ppm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 7월 21일 서울 마포구 오존 오염 측정치. 오후 1시부터 오존주의보 발령기준안 0.12ppm을 넘어섰고, 오후 2시부터는 그래프에 표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치솟았다. 오후 4~5시에는 0.2ppm까지 초과해 그래프에 표시가 되지 않는다. [자료: 서울시]

지난 7월 21일 서울 마포구 오존 오염 측정치. 오후 1시부터 오존주의보 발령기준안 0.12ppm을 넘어섰고, 오후 2시부터는 그래프에 표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치솟았다. 오후 4~5시에는 0.2ppm까지 초과해 그래프에 표시가 되지 않는다. [자료: 서울시]

지난 7월 21일 서울 마포구의 오존 오염 측정치 그래프. [자료: 서울시]

지난 7월 21일 서울 마포구의 오존 오염 측정치 그래프. [자료: 서울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들도 측정기기의 오류가 아닌가 긴장했을 정도다.

지금까지 전국을 통틀어도 0.2ppm을 초과한 사례는 1~2번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도 아주 오염이 심한 도시가 아니면 잘 나오지 않는 수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4.3도까지 치솟았고, 바람은 초속 2m 안팎으로 약했다. 오존이 생기기 딱 좋은 날씨였다.

언론에서도 당일에는 오존 주의보 발령 사실 외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날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골목길에서 칼부림이 벌어진 데다 전국 곳곳에는 해외발 수상한 소포 상자가 쏟아졌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 수사 확대와 경북 예천 등 집중호우 피해 등에 이목이 쏠렸던 탓이다.

오존 오염은 증가, 시민들은 무관심 

지난 7월 21일 오후 5시 서울 지역 대기오염도.마포구 오존 오염도가 0.2274ppm임을 보여준다. [자료: 서울시]

지난 7월 21일 오후 5시 서울 지역 대기오염도.마포구 오존 오염도가 0.2274ppm임을 보여준다. [자료: 서울시]

'보이지 않는 살인자'인 오존 오염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시민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사이 2002년 0.0141ppm이었던 서울의 연평균 오존 오염도가 지난해에는 0.0288ppm으로 20년 사이 2배로 악화했다.
미세먼지나 다른 대기 오염물질의 오염도가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15일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서울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이 연구원(원장 신용승)과 (사)한국대기환경학회(회장 김조천 건국대 교수)가 공동 주최한 '오존 오염 현황, 전망 및 시사점'이란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연구원의 이희선 연구사는 '서울시 오존 특성'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점점 심해지는 서울시의 오존 오염 실태를 소개했다.
서울지역의 오존주의보 발령횟수가 2012년 6회에서 지난해는 42회로 늘었고, 올해는 8월까지 이미 42회나 발령됐다는 것이다.

주의보 발령 기간 점점 늘어나

한국 오존 오염도 변화 추세.

한국 오존 오염도 변화 추세.

한국외대 이강웅 환경학과 교수는 '오존 발생 원인과 정책 방향'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질소산화물만 줄여서는 오히려 오존 오염이 늘어날 수가 있다"면서 "오존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의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2016년 5~6월 한미 합동 대기질 조사(KORUS-AQ) 당시 수도권 상층 대부분의 고도에서 0.06 ppm 이상의 오존 농도가 관찰됐다"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0.06 ppm 이하로 낮추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배경농도' 자체가 이처럼 높은 것은 국내 수도권의 오염 배출 탓도 있지만, 중국에서 넘어온 오염물질 탓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 오존 오염 변화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1]

중국 오존 오염 변화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1]

부산대 김철희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오존의 현황 진단 및 전망 모델링'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매년 오존 주의보 첫 발령 시기는 점차 앞당겨지고, 주의보 마지막 발령 시기는 늦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첫 발령이 6월에, 8월에 마지막 발령이 8월이었다면, 최근에는 4월부터 발령되기 시작해 10월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인공위성 관측과 모델링 결과에서도 질소산화물이 포화한 상황에서 대도시의 이산화질소를 줄이면 오존이 증가할 수 있다"면서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것과 더불어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존 증가하면 병원 찾는 사람 늘어

서울시에서는 오존 발생 원인이 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줄이기 위해 세탁용량 30㎏ 미만 소규모 드라이클리닝 세탁소를 대상으로 친환경 세탁기 설치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19일 서울의 한 세탁소에서 주인이 드라이클리닝 세탁기를 작동하는 모습. 뉴스1

서울시에서는 오존 발생 원인이 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줄이기 위해 세탁용량 30㎏ 미만 소규모 드라이클리닝 세탁소를 대상으로 친환경 세탁기 설치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19일 서울의 한 세탁소에서 주인이 드라이클리닝 세탁기를 작동하는 모습. 뉴스1

'오존으로 인한 시민 건강 피해'라는 주제를 발표한 서울연구원 김효미 연구위원은 "오존 농도 증가는 사망 위험을 높이고, 질환으로 인한 병원 방문 증가와도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밝혔다.

오존 농도가 0.01ppm 증가하면 서울시민 중에서 호흡기계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외래환자가 4.2% 늘고, 입원환자도 1.8% 증가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오존 농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오존 생성 기여가 높은 물질을 파악하는 등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규모 배출 시설을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는 등 법적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지구온난화와 광역화 탓에 날로 심해지고 있는 오존 오염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시민 건강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으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사회 여건까지 고려한다면 오존 오염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ppb = 0,001 ppm

ppb = 0,001 ppm

오존 생성 기작

오존 생성 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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