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내쉬는 공기와 피부에서도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 배출돼 많은 사람이 함께 있으면 실내 공기가 오염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온도가 높고 짧은 옷을 입는 여름철에는 더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막스 플랑크 화학연구소와 덴마크 연구팀은 8일(현지 시각) 인체의 VOC 배출 속도와 환경 요인의 영향을 측정한 논문을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했다.
사람이 실내 환경에서 VOC를 배출하는 강력한 이동 오염원이라는 내용이다.
사람이 강력한 VOC 이동 오염원
연구팀은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로 만든 작은 방(체임버, 체적 22.5㎥)에 4명의 지원자가 함께 들어가서 지내도록 하면서 배출되는 VOC 종류와 양을 측정했다. 실험 과정에서 체임버 내부 공기가 1시간에 3.2회 교체되도록 공기를 일정하게 불어 넣고, 다른 쪽으로 나오는 공기를 분석했다.
호흡을 통해 배출하는 VOC는 별도의 호흡 마스크와 튜브를 통해 내뱉은 공기를 받아 측정했다.
연구팀은 우선 산화제인 오존(O3)이 없을 때와 있을 때 VOC 배출량을 측정했다.
오존이 없을 때 몸 전체에서 배출되는 VOC는 1인당 1시간에 2.18㎎이었다. 배출되는 VOC 중에서 아세톤과 이소프렌, 메탄올이 66%를 차지했다.
오존 농도가 100ppb인 공기를 불어 넣었을 때(체임버 내 오존 농도는 35~40ppb)에는 전신에서 배출되는 VOC 양은 1인당 시간당 4.6㎎으로 두 배로 증가했다.
오존이 있을 때는 아세톤과 이소프렌, 메탄올 등이 차지하는 비율이 46%로 줄었다.
피부에서 배출되는 VOC 양만 보면, 오존이 없을 때는 1.15㎎이었으나, 오존이 있을 때는 4.45㎎으로 3.9배로 늘어났다.
연구팀은 "피부 표면의 지질(脂質. lipid)이 오존과의 반응으로 분해되면서 VOC 배출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호흡을 통해 배출되는 VOC는 오존이 없을 때 1.29㎎, 오존이 있을 때 1.58㎎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온도 높고 짧은 옷일 때 더 배출
연구팀은 또 온도와 상대습도를 변화시키면서 VOC 배출량을 분석했다.
오존이 없는 조건에서는 아세톤·이소프렌·메탄올의 배출량은 온도나 습도에 따라 달라지지 않았지만, 다른 VOC들은 습도가 같을 때는 온도가 높을수록, 온도가 같을 때는 습도가 높을수록 더 많이 배출됐다.
연구팀은 "온도와 습도가 상승하면 땀을 흘리는 등 사람의 대사 활동이 달라지고, 피부에 붙어있는 미생물의 활동도 달라져 피부를 통한 VOC 배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피부를 더 많이 가리는 긴 옷을 입었을 때와 짧은 옷을 입었을 때는 비교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오존이 없을 때는 차이가 없었지만, 오존이 있을 때는 옷의 길이에 따른 차이가 있었다.
긴 옷을 입었을 때는 1인당 1시간에 0.71㎎의 VOC가 배출됐지만, 짧은 옷을 입었을 때는 1.03㎎이 배출됐다.
연구팀은 "옷은 피부에서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장벽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긴 옷을 입었을 때는 피부 배출 VOC의 양이 줄어들 수 있다"며 "대신 긴 옷을 입으면 옷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의 배출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별 비교에서는 노인들은 피부 지질의 양이 줄기 때문에 오존에 노출돼도 젊은 층보다는 VOC를 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VOC 인체에 악영향 줄 수도
연구팀은 논문에서 "피부 지질 성분과 오존이 만나 생성되는 4-옥소펜타날(4-OPA)은 사람에게 자극과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폐 세포에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건축 자재나 가구에서 배출되는 VOC에 대해 규제가 강화된다면 사람이 배출하는 VOC의 영향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 결과는 사람이 많은 실내 환경에서는 공기 질이 쉽게 악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배출 속도 자료는 사람이 많이 거주하는 실내의 공기 질을 예측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