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中, 초미세먼지 반으로 줄였지만, 이번엔 오존 오염에 시달린다

중앙일보

입력

2013년 1월 스모그가 중국 베이징을 뒤덮은 가운데 천안문 광장에서 방문객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신화]

2013년 1월 스모그가 중국 베이징을 뒤덮은 가운데 천안문 광장에서 방문객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신화]

중국이 2013년부터 대기오염 개선 대책을 추진한 이래 지난해까지 초미세먼지(PM2.5) 오염도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범유행의 영향도 있어 개선 효과가 과대평가됐고, 오존(O3) 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이 증가해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칭화대와 베이징대 등 연구팀은 23일(현지 시각) 국제 저널인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2013년부터 2020년 사이 중국 전체의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48%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상 오염 측정과 인공위성 모니터링, 화학 수송 모델(CTM)을 통한 시뮬레이션으로 오염도를 계산했다.

초미세먼지 오염도 48% 감소 

2013년(위쪽)과 2017년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 모습. [로이터·신화=연합뉴스]

2013년(위쪽)과 2017년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 모습. [로이터·신화=연합뉴스]

연구팀의 분석 결과, 인구 가중치를 고려한 초미세먼지 전국 평균 농도는 2013년 ㎥당 63㎍(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었는데, 2017년에는 45㎍/㎥로 줄어든 데 이어 2000년에는 33㎍/㎥까지 떨어졌다는 것이다.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35㎍/㎥ 이상인 지역에 거주하는 중국 인구가 2013~2020년 사이 48%가 감소했지만, 2020년 현재도 43%가 이 기준보다 오염이 심한 곳에서 살고 있다.
2020년 한국의 초미세먼지 전국 측정치 평균 농도는 19㎍/㎥다.

중국 초미세먼지 오염도 변화.[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1]

중국 초미세먼지 오염도 변화.[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1]

중국 정부가 '대기오염 방지 및 제어 실행 계획'을 시행하면서 대대적인 오염단속을 한 2013~2017년에는 초미세먼지가 상당히 감소했으나, 2017년 이후에는 중국 정부가 청천(晴天·맑은 하늘) 프로젝트 1단계(2018~2020년)를 진행했음에도 오염 감소 속도가 둔화했다.

2013년 이후 인구 밀도가 높은 베이징-톈진-허베이(京津冀·징진지)와 주변 지역에서는 초미세먼지 오염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반면 펜웨이 평원(汾渭平原) 등지는 2018~2019년 사이 오염 수준이 그대로 유지됐거나 심지어 증가한 곳도 있었다. 펜웨이 평원은 산시(山西, Shanxi) 성과 산시(陝西, Shaanxi)성, 그리고 허난 성 일부를 포함하는 중국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지역 중 하나다.

코로나 19로 오염 대폭 개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때문에 중국의 대기오염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사진은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이 공개한 2020년 1월 1~20일과 2월 10~25일 위성사진. 대기 오염도가 급격하게 낮아져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때문에 중국의 대기오염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사진은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이 공개한 2020년 1월 1~20일과 2월 10~25일 위성사진. 대기 오염도가 급격하게 낮아져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합뉴스]

중국 우한 대기오염 지수 2019년과 2020년 비교

중국 우한 대기오염 지수 2019년과 2020년 비교

그나마 2018~2020년 사이 나타난 초미세먼지 농도 감소분에서 절반가량은 2020년 초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범유행에 따른 봉쇄와 당시의 유리한 기상 조건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와 함께 중국 전역에서 초미세먼지 일평균 농도가 기준치인 75㎍/㎥를 초과한 날의 숫자에 대한 인구 가중 평균은 2013년 105일에서 2020년 27일로 줄어 단기 노출도 크게 개선됐다.

오존 오염은 오히려 악화돼

중국 오존 오염도 변화.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1]

중국 오존 오염도 변화.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1]

이에 비해 인구 가중치를 고려한 오존 오염도는 지속해서 증가 추세를 보였고, 2019년에 정점을 찍었다. 4~9월 8시간 평균 농도의 일일 최대치(MDA8)를 바탕으로 비교하면, 2013~2020년 사이 16%가 증가했다.

2013년 97㎍/㎥(0.049ppm)에서 2017년 109㎍/㎥(0.056ppm), 2019년 119㎍/㎥(0.061ppm)로 증가했고, 2020년 113㎍/㎥ (0.057ppm)로 줄었다.
오존 오염이 심해지면서 2020년 연간 MDA8 오존 농도의 90 백분위 수(최고 농도 순위에서 상위 10%)가 대기 질 기준인 160㎍/㎥(0.082ppm)보다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중국 인구의 비율이 약 22%에 이르렀다. 이 비율은 0.7%였던 2013년에 비해 3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중국 상하이 연안에서 선박이 배출하는 대기오염 물질(아황산가스)의 양이다. 붉게 표시된 곳일수록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다. [자료제공=환경과학기술2016]

중국 상하이 연안에서 선박이 배출하는 대기오염 물질(아황산가스)의 양이다. 붉게 표시된 곳일수록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다. [자료제공=환경과학기술2016]

오존 오염이 심한 지역(hotspot)은 초미세먼지 오염지역과 공간적으로 일치했고, 허베이-산둥-허난(河北·山東·河南) 지역이 가장 높은 농도를 보였다. 2020년에는 유리한 기상 조건 덕분에 평균 오존 농도는 중국 대부분 지역에서 2019년보다 낮았다.

또한 광저우·홍콩 등 주장(珠江) 삼각주 지역의 경우 초미세먼지 오염은 개선됐지만, 2017년 이후 오존 오염이 급격히 증가했다.

조기 사망 숫자 줄어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봉쇄 조치 등으로 중국의 대기오염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이 베이징 치안먼(前門) 지구의 전탑(箭塔) 근처를 자전거로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봉쇄 조치 등으로 중국의 대기오염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이 베이징 치안먼(前門) 지구의 전탑(箭塔) 근처를 자전거로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초미세먼지 오염이 개선되면서 이와 관련된 조기 사망 숫자도 줄어든 것으로 평가됐다.

초미세먼지 장기 노출로 인한 조기 사망은 2013년 175만 명에서, 2017년 159만 명으로, 2020년 139만 명으로 감소했다.
2018년에 비해 2019년에는 조기 사망이 1만 명 증가했는데, 초미세먼지 감소 속도가 느려지고 인구 노령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대신 2019~2020년 사이에는 15만 명이 줄었다.

이와 함께 초미세먼지 단기 노출로 인한 조기 사망은 2013년 10만8900명에서 2020년 6만4200명으로 감소했다.

장기간 오존 노출로 인한 조기 사망은 2013년 9만8900명에서 2017년 13만1300명, 2020년 14만7700명으로 늘었다.
특히, 2018~2019년에 2만8600명이나 늘어나면서 공중 보건에 상당한 위협 요인이 됐다.
2016~2017년의 경우 오존 관련 조기 사망 증가(1만9600명)가 초미세먼지 노출 관련 조기 사망 감소(1만8600명)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초미세먼지와 오존 한꺼번에 통제해야

2020년 1월 18일 대기오염 수준이 높은 중국 베이징에서 관광객들이 자금성 벽을 따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2020년 1월 18일 대기오염 수준이 높은 중국 베이징에서 관광객들이 자금성 벽을 따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 농도 감소에서는 2017~2020년 기간의 감소가 2013~2020년 전체 기간의 40%에 불과하지만, 조기 사망 감소에서는 2017~2020년 감소가 전체의 56%를 차지했다"며 "이는 노출-반응 곡선이 선형(線型)이 아니어서 오염이 낮을 때 더 줄이면 건강 이점이 더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오염이 개선될수록 배출량을 줄여나가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졌지만, 건강 혜택은 그만큼 더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2020년이 초미세먼지와 오존 오염도 감소는 부분적으로 코로나 19 범유행 기간의 배출량 감소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2013~2020년 전체로 따진 건강상의 이점은 대기 정책의 성과를 과대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중국 동부 지역의 오존 증가가 건강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며 "중국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향후 초미세먼지와 오존 오염 모두를 통제하는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