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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베이징 연무의 반전···'먼지 씨앗'이 주범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2018년 11월 26일 오전 11시 중국 베이징 징산공원에서 내려다본 자금성이 짙은 스모그에 싸여 있다. 강찬수 기자

2018년 11월 26일 오전 11시 중국 베이징 징산공원에서 내려다본 자금성이 짙은 스모그에 싸여 있다. 강찬수 기자

추운 사흘 동안은 공기가 맑고, 따뜻한 나흘 동안은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삼한사미(三寒四微)'란 말처럼 겨울철 중국 베이징에서는 연무(煙霧)가 자주 발생하고 악명도 높다.
과거에 비해 다소 개선됐지만, 베이징의 연무는 동쪽으로 이동해 한반도에도 영향을 준다.

핀란드·중국 연구팀 논문 발표 #굴뚝에서 직접 배출된 먼지보다 #2차반응으로 생성된 게 더 많아

헬싱키 대학 등 핀란드 연구팀과 칭화대 등 중국 연구팀은 최근 영국 왕립 화학회에서 발행하는 저널 '패러데이 디스커션스(Faraday Discussion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베이징 등 중국 거대도시의 미세먼지 오염을 해결하려면 가장 작은 입자의 생성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지난 2018년 1월 15일부터 2019년 3월 31일까지 베이징 화학기술대학(BUCT) 캠퍼스에서 대기오염 물질과 기상 등을 관측하면서 미세먼지 형성과 연무 발생 등의 과정을 분석했다.

80~90% 먼지 씨앗에 달라붙은 것

중국 베이징에서 스모그에 대한 황색 경보가 발령된 2018년 11월 마스크를 쓴 시민이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에서 스모그에 대한 황색 경보가 발령된 2018년 11월 마스크를 쓴 시민이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연구팀은 논문에서 "베이징의 연무를 일으키는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서 2차 화학반응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80~90%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연무를 일으키는 미세먼지의 기원을 따져보면 처음부터 자동차 배기구나 공장 굴뚝에서 미세먼지로 배출된 것보다는 기체 상태로 배출됐다가 대기 중에서 먼지 씨앗에 달라붙으며 자란 것이 훨씬 더 많이 차지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먼지 씨앗'이 되는 아주 미세한 입자의 65%는 배기구나 굴뚝에서 직접 배출된 것이라기보다는 대기 중에서 '새로운 입자 형성(new particle formation, NPF)'이 진행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약 15개월 동안의 조사 기간에 새로운 입자 형성이 관측된 날이 189일이었으며, 이 가운데 57일은 실제 연무 발생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연무 발생 전에는 항상 새로운 입자 형성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새로운 입자가 형성된 후에는 풍속(風速)이나 습도, 태양광선 등 기상 조건에 따라 연무로 진행되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한다.

먼지 씨앗 줄이면 연무 발생일 줄어

2018년 2월 짙게 스모그가 낀 중국 베이징 옌칭현 도로에서 중국 공안이 교통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8년 2월 짙게 스모그가 낀 중국 베이징 옌칭현 도로에서 중국 공안이 교통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연무는 새로운 입자가 형성된 후 15~20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난다.
새로운 입자에 대기오염 물질이 반응하면서 미세먼지 입자가 커지고, 미세먼지 양이 늘어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베이징 겨울 연무는 5~7일 주기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고, 한번 발생하면 보통 3일가량, 최대 7일까지 지속하기 때문에 조사 기간 중 전체 연무 발생일은 158일로 기록됐다.

연구팀은 새로운 입자, 즉 먼지 씨앗이 형성된 후에 먼지가 성장하는 속도를 3분의 1에서 5분의 1로 줄인다면, 연무의 발생이 1~3일 지연된다고 지적했다.
새로 형성되는 입자를 4분의 1로 줄이고, 동시에 먼지가 커지는 속도까지 줄인다면, 연무의 시작 시간을 최대 40시간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발생한 연무가 사라지는 시기는 오염물질과 상관없이 풍속 등 기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연무 발생을 1~3일 지연시키면 결과적으로 전체 연무 발생일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산화황·암모니아 배출 줄여야

2018 년 3 월 28 일 중국 베이징에서 마스크를 착용 한 남성이 육교 위를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2018 년 3 월 28 일 중국 베이징에서 마스크를 착용 한 남성이 육교 위를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연구팀은 "베이징 시내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상당히 개선됐지만, 새로운 입자 생성이 관측일수는 거의 변화가 없다며 오염물질 배출이 충분히 낮은 수준에 도달하지 않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입자 형성의 강도와 빈도를 낮추고 연무 발생을 줄이는 해법으로 ▶이산화황 배출량을 줄여 황산염 입자의 형성을 줄일 것 ▶아민과 암모니아 배출량을 줄일 것▶먼지 씨앗 성장을 막기 위해 기체 상태의 유기·무기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일 것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베이징-톈진-허베이 지역의 이산화황 배출량의 60%는 산업 부문에서, 20%는 주거 부문에서, 10%는 발전 부문에서 배출되고, 전체적으로 70% 이상이 석탄 연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암모니아의 약 90%는 농촌 지역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코로나에 베이징 오염 크게 개선

지난해 3월 1일 중국 베이징에서 마스크를 착용 한 남성이 치안먼(前門)의 전루(箭樓, 화살탑) 앞을 지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으로 중국의 대기오염이 줄면서 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3월 1일 중국 베이징에서 마스크를 착용 한 남성이 치안먼(前門)의 전루(箭樓, 화살탑) 앞을 지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으로 중국의 대기오염이 줄면서 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당 38㎍(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을 기록, 2013년 공식 측정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값을 보였다.
기상 요인과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도시가 일시 봉쇄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지난 5년 동안 53% 감소, 13차 5개년 계획 기간(2016~2020년)의 목표를 달성했고, 국가 연평균 기준(35㎍/㎥)에 접근했다.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013년 89㎍/㎥이었으며, 2014년 86㎍/㎥, 2015년 81㎍/㎥, 2016년 73㎍/㎥, 2017년 58㎍/㎥, 2018년 51㎍/㎥, 2019년 42㎍/㎥로 개선됐다.

서울의 경우 2013~2019년 초미세먼지 연평균치가 23~26㎍/㎥를 오르내렸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측정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21㎍/㎥를 기록했다.

*자료=환경부, 서울시 등

*자료=환경부, 서울시 등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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