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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오존 오염에…5000m 달리기 선수, 12초 느려졌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7월 미국 오리건주 유진의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세계 육상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선수들이 5000m 예선 경기를 펼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7월 미국 오리건주 유진의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세계 육상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선수들이 5000m 예선 경기를 펼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초미세먼지(PM2.5)나 오존(O3) 오염이 심한 곳에서 연습한다면 달리기 선수의 성적도 나빠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대기오염이 심할 때 실외에서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구체적인 데이터로 입증이 된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 의과대학과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원 연구팀은 최근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아주 심하지 않더라도 훈련 중에 지속해서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달리기 선수의 성적이 나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10~2014년 사이에 열린 전미(全美) 대학 경기협회(NCAA)의 1등급(Division 1)의 야외 육상 5000m 143개 경주와 여기에 참가한 46개 대학 엘리트 남자 선수 334명의 총 1104개 달리기 기록을 분석했다.

또, 이 선수들이 경기 참가 20일 전과 경기 당일 날까지 각 21일 동안 노출된 초미세먼지, 오존의 대기오염 정도를 대기 질 지수(AQI)로 파악했다.

연구팀은 기상 요인(온도, 풍속 등)과 경기장 고도(高度), 선수 개인 기록 추세, 소속대학, 인종 등과 같이 대기오염 외에 경기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파악, 분석에 반영했다.

분석 결과, 5000m 평균 기록은 14분 17초(범위: 13분 15초~16분 9초)였다.

초미세먼지 오염도는 88%가 '좋음(㎥당 0~12㎍, 마이크로그램)'에 속했고, '보통(12.1~35.4㎍/㎥)'이 12%, '나쁨(35.5~55.4㎍/㎥)'은 1% 미만이었다.

오존 오염도는 79%가 '좋음(0~54ppm)', 20%는 '보통(55~70ppm)', '나쁨(71~85ppm)'은 1% 미만이었다.

오염 노출 때 기록 12초 늦어져

지난해 7월 21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의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세계 육상선수권대회 남자 5000m 예선에 서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7월 21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의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세계 육상선수권대회 남자 5000m 예선에 서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순서로 상위 20%에 해당하는 10㎍/㎥ 오염도에 21일 동안 노출됐을 때는 하위 20%(5㎍/㎥)에 노출됐을 때보다 5000m 경기 골인 시간이 12.8초(1.29~24.2초 범위, 95% 신뢰도) 길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또, 오존 오염도가 상위 20%(54.9ppm)에 21일 동안 노출됐을 때는 하위 20%(36.9ppm)일 때보다 기록이 11.5초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NCAA 1등급 선수들 사이에서 기록이 12초 정도 늦어지는 것은 1위 선수가 6위로 들어오는 것에 비교할 수 있고, 미국 대표선수 선발에서 탈락할 수도 있을 정도로 중요한 차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또 "대기오염이 심한 상위 20%라고 해도 대기오염지수로는 '좋음'에 해당했는데, 이는 '좋음' 구간 내에서도 오염이 증가하면 선수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선수 중에서도 아직 신체 발달 단계에 있는 젊은 운동선수나 천식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운동선수에게는 더 두드러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선수들의 대기오염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코치들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염 심해도 운동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서울 등 중부지방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1일 오전 뿌옇게 변한 서울 남산 산책로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등 중부지방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1일 오전 뿌옇게 변한 서울 남산 산책로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육상선수들이 달리기할 때는 더 많은 공기를 호흡하기 위해 코 대신 입으로 숨을 쉬게 되고, 이 경우 비강의 공기 여과 기능을 우회하는 셈이 된다.

또, 호흡하는 공기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공기 중 오염물질이 호흡기로 더 깊숙이 운반된다.
오염물질이 혈관을 통해 확산하면서 심혈관계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의 경우는 대기오염이 심할 때도 밖에서 운동하는 것이 건강에 더 낫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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