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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탓 집콕?…"운동 더 많이 해야" 中연구팀의 통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에 황사·미세먼지 경보와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동시에 내려진 지난해 3월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뉴스1

서울에 황사·미세먼지 경보와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동시에 내려진 지난해 3월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뉴스1

초미세먼지(PM2.5) 오염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평소에 운동을 더 많이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당 10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 넘을 정도로 오염이 매우 심할 때가 아니라면 앉아있는 것보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몸에 좋다는 것이다.

중국 칭화대 연구팀은 초미세먼지 노출과 신체 운동 두 가지 요인이 인지 기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한 논문을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저널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베이징에 거주하는 평균 22세의 건강한 참가자 90명을 대상으로 4주 동안 개인별 초미세먼지 노출 정도와 매일 활동량을 조사했다.
초미세먼지 개인 노출은 휴대용 측정기를 사용해 초미세먼지 농도를 1분 간격으로 기록했고, 활동량은 가속도계를 활용해 증간 수준에서 격렬한 수준까지의 신체 활동(MVPA)을 측정했다.

연구팀은 또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1주일마다 색상 단어 테스트로 초미세먼지 농도와 운동량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색상 단어 테스트에서는 파란색(蓝)·녹색(绿)·노란색(黄)·빨간색(红) 등 네 가지 색깔을 나타내는 글자를 사용했다. 뜻-색깔이 일치하는 글자와 뜻-색깔이 일치하지 않는 글자를 무작위로 0.6초마다 컴퓨터 모니터에 띄운 뒤 해당 글자에 맞는 자판을 골라 누르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분석 결과, 참가자들이 평균적으로 노출된 초미세먼지 농도는 26.3㎍/㎥이었고, 최댓값도 120㎍/㎥를 넘지는 않았다.
색상 단어 테스트에서는 노출된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뜻-색깔 불일치 글자에 올바른 응답을 하는 데 걸린 시간이 0.0064초(0.95%) 증가했다.
반대로 활발한 활동을 한 시간이 하루에 평균 10분 증가할 때마다 뜻-색깔 불일치 글자에 올바로 응답한 시간은 0.0047초(0.61%) 줄었다.

특히, 초미세먼지 농도가 20㎍/㎥ 미만일 때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낮을수록 응답 속도도 빠르게 줄었고, 60㎍/㎥ 이상에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을수록 응답 속도가 뚜렷이 느려졌다.

초미세먼지 10㎍/㎥ 증가할 때마다 매일 13.6분씩 더 운동해야 

짙은 안개와 미세먼지가 찾아온 지난해 1월 22일 한 시민이 서울 잠수교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짙은 안개와 미세먼지가 찾아온 지난해 1월 22일 한 시민이 서울 잠수교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구팀은 "매일 노출되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매일 13.6분씩 더 활발하게 활동(MVPA)한다면 대기오염의 유해한 영향을 상쇄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신체 활동을 활발히 하면 뇌 유래 신경 영양인자(BDNF)와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1(IGF-1)의 분비가 늘어나고, 해마와 뇌 회백질 부피가 늘어나는 등 인지 기능을 보호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또 초미세먼지 오염이 일정 수준(예를 들어 22㎍/㎥) 이하일 때는 격렬한 운동을 해도 대기오염으로 인한 위험보다 신체 활동을 통해 얻는 이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동물실험에서 장기간 유산소 운동을 하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를 약화하고 폐 염증을 개선하는 효과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없애기 위해 베이징 시민의 경우 하루 19분씩, 오염이 심한 후난 지역(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70㎍/㎥) 주민들은 매일 53분씩 운동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앉아 있는 것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피하기 위한 좋은 전략이 아님을 시사한다"며 "오염된 날에도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이 연구의 교훈(take-home message)"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초미세먼지 농도가 100㎍/㎥ 이상으로 오염이 심한 경우에는 신체 활동을 더 많이 하는 것이 건강에 유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초미세먼지 일평균 농도가 76㎍/㎥ 이상으로 예상될 때 '매우 나쁨'으로 예보하고 있다.
칭화대 연구팀 주장이 맞는다면 천식 환자나 노약자 같은 민감군이 아닌 일반인의 경우 '나쁨(36~75)'으로 예보됐을 때에도 야외 활동을 굳이 피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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