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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찾아 유럽이 향한 그곳,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근대사[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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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 블랙니스
하워드 W 프렌치 지음

최재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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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 시대 이후의 세계사는 유럽이 아시아로 가는 길을 찾으려다 신대륙에 다다른 이야기로 전개되곤 한다. 한데 이 책은 유럽이 아프리카로 먼저 향한 사실을 강조한다.

15세기 후반 포르투갈은 황금을 찾아 서부 아프리카로 향했다. 현재 가나에 속하는 소도시 엘미나에는 당시 세운 성채가 남아 있다. 14세기 말리의 왕 만사 무사가 메카로 성지 순례를 가서 막대한 금을 뿌린 덕분에 아프리카의 황금 얘기는 유럽에도 널리 알려져 있던 터.

14세기 지도에 그려진 만사 무사의 모습.

14세기 지도에 그려진 만사 무사의 모습.

금으로 시작한 교역은 곧 설탕 플랜테이션의 등장과 노예 무역으로 이어졌다. 노예 노동으로 사탕수수를 재배하고 설탕을 생산하는 플랜테이션은 브라질과 카리브해로도 확장됐다.

이 책은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에 초점 맞춰 근대사를 다시 보게 한다. 저자는 흑인 노예의 후손이자, 언론인 출신의 미국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그는 여러 학자의 연구와 직접 다녀온 현장을 교차하며 미국의 목화 산업을 비롯해 노예가 감당한 가혹한 노동과 저항의 역사를 주목하고, 이 노동이 근대 세계와 산업화에서 지닌 의미를 부각한다.

'아프리카인'이란 정체성이 없던 시기였지만, 아프리카에서 현지인을 노예로 팔아넘긴 이들도 현지인이었다. 저자는 이런 과거가 현재에 남긴 상처 역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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