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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과 상관도 없어"...도로 이름으로 옮겨 붙은 홍범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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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철거를 추진 중인 가운데 홍범도를 둘러싼 논란이 길 이름으로 옮겨붙었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뿐만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난달 28일 서울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뿐만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난달 28일 서울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11일 열린 주간업무회의에서 “(국립)대전현충원은 어느 한 분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모든 분을 기리는 곳으로 현충원 앞 도로명은 현충원로(路)가 맞다”고 밝혔다. 이어 “호국보훈은 그 어떤 것보다 객관적인 평가와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장우 대전시장 "객관적 평가로 활동 검증" 

이 시장은 지난 7일 대전시정 브리핑에서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돼 현충원에 안장된 분과 유족 마음을 헤아려 홍범도 장군 활동을 검증해야 한다”며 “공(功)보다 과(過)가 많은 것으로 확인되면 홍범도 장군로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범도 흉상 이전에 대해서도 이 시장은 “육사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국가관이 투철한 군인을 키우는 기관”이라며 “장군 흉상이 육사에 있는 것보다 독립운동과 관련한 기관에 모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가 홍범도장군로 시민걷기대회를 연 가운데 대전시민들이 홍범도장군로를 거쳐 대전현충원 홍범도 장군묘역까지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가 홍범도장군로 시민걷기대회를 연 가운데 대전시민들이 홍범도장군로를 거쳐 대전현충원 홍범도 장군묘역까지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홍범도로는 대전 유성구에 있다. 이 길은 2021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광복절을 기념해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 잠들어 있던 홍범도 유해를 국내로 봉환하면서 생겼다. 정부가 홍범도 유해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하자 그해 10월 대전 유성구는 대전도시철도 현충원역~대전현충원 사이 2.02㎞ 구간을 ‘홍범도 장군로(路)’로 지정했다. 도로 초입에는 홍범도 장군 업적을 기리는 기념표지석과 안내판도 설치했다. 유성구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정용래 구청장이다. 홍범도와 대전은 아무런 연고가 없다. 또 각종 자료에 따르면 홍범도는 소련 공산당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유해 봉환…유성구, '홍범도로' 제정 

정용래 구청장은 “2년 전 홍범도 장군 유해를 대전으로 모셔 오며 많은 시민의 의견을 받들어 만든 길”이라며 “유성구 안에 있는 도로명은 전적으로 구청장의 권한이며 절대 바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국립대전현충원 일원에서 열린 홍범도장군로 시민 걷기대회에 참가한 뒤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연합뉴스

지난 10일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국립대전현충원 일원에서 열린 홍범도장군로 시민 걷기대회에 참가한 뒤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연합뉴스

지난 10일 홍범도 장군 묘역을 참배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정부도 (홍범도) 장군 독립투쟁과 업적을 부정하지 않는데 대전시장이 장군의 이름을 딴 거기를 지우겠다는 정신 나간 발언을 하고 있다”고 했다.

송영길 "정신 나간 발언" vs 이장우 "감옥 가라"

송 전 대표는 이어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도 뛴다더니 이(장우) 시장이 꼴뚜기였다”며 “정권에 과잉 충성하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행동이 마치 친일단체 일진회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장우 시장은 자신의 SNS(누리소통망)를 통해 “부패한 송사리 한 마리가 대전천을 더럽히고 가는구나. 썩고 부패한 송사리가 갈 곳은 감옥뿐”이라고 직격했다. 송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금품을 뿌렸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 10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전시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홍범도 장군 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전시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홍범도 장군 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민주당 "흉상 이전 반대"

일부 시민단체와 민주당 소속 인사 등은 지난 10일 홍범도 길을 걸으며 흉상 이전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일부에서 제기된 도로명 변경에 대해서도 반대하며 “홍범도 장군을 더는 욕보이지 말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내 홍범도 장군 묘역 앞에 홍범도장군로 시민 걷기대회에 참가자들이 추모하고 놓고 간 피켓과 국화꽃이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내 홍범도 장군 묘역 앞에 홍범도장군로 시민 걷기대회에 참가자들이 추모하고 놓고 간 피켓과 국화꽃이 보인다. 연합뉴스

한편 대전현충원 홍범도 묘역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홍범도 유해는 8평(26.4㎡) 묘지에 안장됐다. 국립묘지법(12조)은 대통령 외 유공자는 1평(3.3㎡)으로 크기가 정해져 있다. 예외적으로 심의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8평이 가능하지만, 홍 장군처럼 이장(移葬)한 경우에는 예외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국가보훈처는 유해 송환을 열흘 앞둔 2021년 8월 5일 갑자기 예외 조항을 만들었다.

또 묘소는 안장 순서를 ‘새치기’해 대전현충원 제3묘역 중앙에 만들었다. 당시 묘역 사이가 1m가량인 다른 묘지와 달리 양옆 3~4m 공간을 둔 독립묘 형태가 됐다. 홍범도 묘비(墓碑) 글에는 대전현충원에서 유일하게 고(故)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 서체(신영복체)가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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