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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로 갈라진 與단체장…"정율성 공원 절대 반대" 한목소리,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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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는 찬성과 반대가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에는 일제히 반대한다.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이 최근 논란이 되는 이념 전쟁 관련 이슈를 놓고 온도 차를 보인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홍범도 장군 동상은 철거하는 게 맞다”라고 했다. 그는 ‘자유시 참변’을 거론하며 “1921년 소련에 의해 우리 독립군 수백 수천 명이 몰살당한 끔찍한 사건”이라며 “우리 독립군이 사실상 궤멸한 이 사건에서 홍범도 장군은 소련 편에 가담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태 "홍범도, 레닌에게서 권총 하사받아" 

김 지사는 “그(홍범도)는 사건 이후 레닌으로부터 권총을 하사받고 평생 차고 다녔다고 한다”며 “독립군을 살육했다는 사람을 육사에 모셔 놓고 생도들에게 뭘 배우라는 것인가? 천보만보를 양보해도 동지를 학살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고 주장했다. 각종 역사 자료 등에 따르면 자유시참변 이후 독립군 활동은 거의 없었다. 홍범도는 무장해제를 거부하고 체포된 독립군 860여 명을 재판하는 과정에서 재판 위원을 맡았다. 재판 결과 상당수 독립군이 수용소에 갇히는 등 고초를 겪었다.

제78주년 광복절을 맞은 15일 강원특별자치도 강원대 춘천캠퍼스에서 경축식이 열려 김진태 지사(가운데) 등 참석인사들이 광복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78주년 광복절을 맞은 15일 강원특별자치도 강원대 춘천캠퍼스에서 경축식이 열려 김진태 지사(가운데) 등 참석인사들이 광복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김 지사는 “박정희 대통령이 1962년 건국훈장을 추서했으니 더는 따지지 말라는데 그때는 자료가 미흡하고 몰라서 그랬겠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새로 드러난 사실을 알고도 홍범도 동상에 굳이 예를 표하고 싶다면 그대들의 조국은 어디인가?”라고 덧붙였다.

김태흠 "조국 위해 타국 만리 떠돌았던 독립영웅"

반면 같은 당 소속인 김태흠 충남지사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이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김태흠 지사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역사 논쟁, 이념 논쟁이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홍범도 장군과 정율성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홍범도 장군은 조국을 위해 타국 만리를 떠돌며 십전구도(十顚九倒) 했던 독립영웅”이라고 평가했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난달 15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 기념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난달 15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 기념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김태흠 지사는 “문재인 정권이 미래 간부를 육성하는 육사 필수과목에서 6.25 전쟁을 삭제했던 것을 생각하면 자유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셨던 분들을 모시고 기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이장우 "정율성 옹호는 반역 부역자"

홍준표 대구시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6·25전쟁을 일으켰던 북한군 출신도 아니고 전쟁에 가담했던 중공군 출신도 아닌데 왜 인제 와서 논란이 되는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홍 시장은 “항일 독립전쟁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하려고 하는 것은 오버도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며 “그건 반(反)역사다. 매카시즘으로 오해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지난달 15일 열린 제78회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장우 대전시장이 지난달 15일 열린 제78회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국민의힘 광역단체장들은 정율성 역사공원에 대해서는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발언 수위가 가장 높은 건 이장우 대전시장이다. 이 시장은 자신의 SNS에 “정율성을 옹호하는 자는 대한민국 반역 부역자”라고 했다. 그는 “정율성은 적을 이롭게 한 자로 대한민국의 반역자다. 적을 도운 국가를 이롭게 한 자의 공원을 국민 혈세로 만들려 하는 자도 반역자다. 또한 이를 옹호하는 자 반역 부역자”라고 비판했다.

국힘 단체장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 반대" 한목소리 

김태흠 충남지사는 “북한을 우리의 동맹으로 여기는 그릇된 역사 인식이 우리 국민을 학살한 북한군 응원대장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이라는 대참사를 일으켰다”며 “침략자를 국민 세금으로 기린다면 조만간 김일성 기념공원을 조성하자는 주장까지 나올까 무섭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8일 광주 남구 정율성 거리 전시관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광주시는 올해 연말까지 48억원을 들여 완성하기로 했다. 뉴스1

지난달 28일 광주 남구 정율성 거리 전시관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광주시는 올해 연말까지 48억원을 들여 완성하기로 했다. 뉴스1

그는 이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수많은 독립 영웅과 호국 장병의 피와 희생으로 세워진 나라”라며 “정치 셈법에만 매몰돼 천박하기 그지없는 천둥벌거숭이 행태로 영웅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말했다.

강기정 "이념의 색안경 끼고 보는 것" 추진 강행 

한편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지난달 22일 ‘광주는 정율성 역사공원에 투자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정율성 선생을 역사문화자원으로 발굴해 투자할 것”이라며 역사공원 조성 강행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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