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로컬 프리즘

공정 논란에 휩싸인 홍범도 묘역

중앙일보

입력 2021.09.30 00:26

업데이트 2021.09.3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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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방현 기자 중앙일보 대전총국장
김방현 대전총국장

김방현 대전총국장

1985년 들어선 국립대전현충원(대전현충원)에는 9만7600여기 묘역이 있다. 이 가운데 기형적으로 만든 곳이 한 곳 있다. 지난 8월 18일 안장식이 열린 홍범도(1868~1943) 장군 묘역이다.

홍범도 묘역은 독립유공자 제3묘역에 8평(26.4㎡) 규모로 조성했다. 국가보훈처와 대전현충원은 독립유공자 묘역 운용지침(지침)에 따라 애국지사·장군·사회공헌자 등은 8평 규모로 만들어왔다. 하지만 홍범도처럼 다른 곳에서 이장(移葬)한 애국지사에는 1평(3.3㎡)만 허용했다. 국가원수는 80평(264㎥)을 쓰고, 장병 등 나머지 묘역은 전부 1평이다.

2019년 4월 카자흐스탄에서 유해가 봉환된 황운정(1899~1989) 지사는 대전현충원 1평에 모셨다. 황 지사와 함께 봉환된 계봉우(1880∼1959) 지사는 서울현충원 납골당에 안치됐다. 황 지사는 일본군과 전투에도 참여하는 등 독립운동에 몸을 바쳤다. 계 지사는 같이 일하자는 북한의 제의를 거절하고 수십년간 카자흐스탄에서 모국어와 역사를 가르쳤다. 대전현충원은 장군도 장병 묘역 1평에 모시고 있다. 지난해 11월 안장된 최홍선 공군 예비역 준장이 그랬다.

국립대전현충원 홍범도 장군 묘역(사진 왼쪽). 전후좌우로 붙어 있는 묘역이 없어 마치 독립묘역 같다. 프리랜서 김성태

국립대전현충원 홍범도 장군 묘역(사진 왼쪽). 전후좌우로 붙어 있는 묘역이 없어 마치 독립묘역 같다. 프리랜서 김성태

홍범도 묘역 관련, 국가보훈처는 “안장자의 역사적 상징성, 훈격(勳格), 국민적 인지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8평에 안장할 수 있도록 지침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지침을 이렇게 바꾼 게 지난 8월 5일이라고 했다. 홍범도가 안장되기 13일 전이다. 역사적 상징성이나 국민적 인지도는 주관적 판단 요소다. 또 훈장에 따라 묘역을 달리하는 규정도 없었다. 대전현충원은 안장률이 96.4%로 거의 다 찼다. 이 때문에 지난해 납골당까지 만들었다.

대전현충원 묘역 사이는 대부분 1m 정도 떨어져 있다. 반면 홍범도 무덤은 3~4m 뚝 떨어져 마치 독립 묘역처럼 보인다. 국가보훈처는 “(홍범도 묘역 주변) 남은 공간은 순차적으로 안장될 예정”이라며 “정부 차원 안장식 거행이 용이했고, 안장식 동안 기존 묘소 보호와 유족 참배 불편 최소화 등을 고려해 홍범도 묘역을 정했다”고 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3월 독립유공자 3묘역에 추가로 8평 규모 4기를 쓸 수 있는 묘역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홍범도는 1920년 봉오동 전투에서 공을 세운 것은 맞지만, 자유시 참변 이후 행적에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시 참변은 1921년 6월 무장해제를 거부한 독립군이 공격당해 수많은 사상자가 난 것을 말한다. 홍범도는 무장해제 편에 선 것으로 알려졌다.

홍범도 묘역 조성을 계기로 국립묘지 묘역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미국·영국·캐나다 등은 대통령부터 사병까지 묘 면적이 1.3~1.5평으로 같다. 일본·중국은 법률로 매장을 금지하고 있다. 홍범도 묘역은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과도 거리가 느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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