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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중국, 북핵 해결 위한 건설적 역할로 ‘유턴’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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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에서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책임과 역할을 주문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에서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책임과 역할을 주문했다. [뉴시스]

윤 대통령 “북한 핵·미사일은 모든 국가 겨냥”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태도 변화 기대

윤석열 대통령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 정상회의와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한 주요 국가 정상들을 상대로 북한의 핵·미사일이 초래한 국제 및 역내 안보 위협의 엄중함을 부각하며 북핵 해결에 동참을 호소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책임과 역할을 주문해 중국의 향후 태도 변화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어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해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 “오늘 회의에 참석한 모든 국가를 겨냥하고 타격할 수 있는 실존적인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은 대북제재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 그러한 결의안을 채택한 당사자인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러시아 대표도 함께한 회의 석상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윤 대통령은 어제 리창 중국 총리를 별도로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성실하게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 이 문제가 한·중 관계의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북핵 문제가 악화할수록 한·미·일 공조가 그만큼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리창 총리는 “상호 관심사를 배려하면서 서로 원숙한 신뢰 관계를 좀 더 돈독히 하자”고 화답했다.

취임 이후 중국에 비판적 언급을 적지 않게 했던 윤 대통령이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협력을 다진 기반 위에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사실 한·중 관계는 최근까지 순탄치 않았다. 2016년 사드(THAAD) 사태 이후 중국의 보복 조치로 한국인의 반중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 양국 사이에 감정적 마찰 사례가 계속 발생했다.

하지만 공세적인 ‘전랑(戰狼) 외교’를 주도해 온 친강(秦剛) 외교부장이 지난 7월 전격 경질되고 왕이(王毅) 정치국 위원이 외교부장으로 다시 부임하면서 조금씩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달 10일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한국 여행 제한을 사드 사태 이후 6년5개월 만에 해제하면서 한·중 관계가 다소 호전되는 모양새다. 아직 유커 유입 규모가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서울의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해 내수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와 지나치게 밀착하고, 핵 위협을 일삼는 북한을 두둔해 얻을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대중 압력만 키울 뿐이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자 세계 3위 군사 강국인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과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다.